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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독살’ 시도하는 모습 포착” 구멍까지 뚫어 약물 투입…100살 넘은 나무, 그대로 무너졌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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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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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 옆에서 조경업체 관계자들이 작업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지난 4월 22일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 옆에서 조경업체 관계자들이 작업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구멍까지 깊게 뚫어, 약물 주입했다”

한 CCTV 화면에 포착된 조경업체 작업자 2명의 모습. 100년 이상 자리를 잡아 온 도로 위 은행나무를 고사시키려,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투입하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장면이 포착된 계기는 인근 주민들의 관심이다. 5월 한창 푸르른 잎을 품어야 할 나뭇잎이 대거 떨어지기 시작하며,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조사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부암동 주민들이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를 살피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서울 부암동 주민들이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를 살피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은행나무를 독살하려 한 주체가 담벼락을 맞대고 있는 환기미술관 측이라는 것.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예술세계를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주민들은 지속해서 꾸준히 환기미술관 측에 약물의 성분을 공개하고, 나무를 살리기 위해 공동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술관 측에서는 약품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정체가 불분명한 약물로 인한 토양·수질오염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환기는 나무를 참 좋아했다. 어쩌다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하루 종일 마음을 쓰곤 했다.”

김환기 화백의 배우자 김향안 작가의 회고록 『우리끼리의 얘기』중에서
작은 가지 하나에도 마음을 쓰던 예술가의 이름을 단 미술관 앞, 100살이 넘은 나무는 수십 개의 구멍을 안은 채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헤럴드DB]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헤럴드DB]

지난 6월 29일 서울환경연합은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암동 주민과 함께 각 분야 인사 60인으로 구성된 ‘부암동 은행나무 살리미 60인’(이하 살리미)의 이름으로 환기재단 장재룡 이사장과 환기미술관 박미정 관장을 재물손괴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환기미술관 측은 지난 4월 22일 오전 9시경 외부 조경업체 직원 2명을 고용해,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수령 100년 이상 은행나무의 뿌리 부근에 전동드릴로 10개 이상의 구멍을 뚫고 성분 미상의 약물을 주입했다.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에서 발견된 제초제 사용 흔적.[서울환경연합 제공]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에서 발견된 제초제 사용 흔적.[서울환경연합 제공]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5월. 사건을 처음 인지한 부암동 주민 홍세진 씨는 “5월인데 초록색 잎이 바닥에 카펫처럼 깔렸다”며 “처음 발견했을 때는 영양제인 줄 알았는데, 같은 달 20일에 나뭇잎이 황사되는 걸 보고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홍 씨와 부암동 주민들은 나무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살피던 중, 나무 주변에서 인위적으로 뚫린 구멍과 플라스틱 주입기의 흔적을 발견했다. 이후 22일 홍 씨는 인근 거주민이 제공한 CCTV 자료를 들고 경찰과 함께 미술관 정문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미술관 측으로부터 ‘제초제’를 주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에 인근 주민들이 남긴 메시지가 걸려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옆 은행나무에 인근 주민들이 남긴 메시지가 걸려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이후 5월 26일 서울환경연합은 부암동 주민들과 함께 미술관에 공식 사과와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동시에 우종영 나무의사가 참석해 은행나무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무를 살릴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잎의 약 90%가 탈색·변색된 사실을 확인했다.

우종영 나무의사는 “멀리서 제초제가 흘러서 죽는 경우도 많은데, 몸 안에 집어넣은 경우는 드물다”며 “제초제 피해를 본 나무는 발견하자마자, 대량의 물을 주입해서 희석해야 하는데 조치가 일찍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5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5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 앞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이들의 요구는 다른 게 아니었다. 환기미술관 측의 공식 사과 함께, 대응을 위해 주사한 약물의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고 응급조치에 협조하는 것.

지난 6월 1일 환기미술관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를 통해 10여년 전부터 은행나무와 관련된 안전 민원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로 위로 나무뿌리가 나와 통행 시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과 나무뿌리로 인해 미술관 담장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환기미술관 간판.[서울환경연합 제공]

환기미술관 간판.[서울환경연합 제공]

아울러 은행나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5명의 토지 소유주에 개별적으로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요구한 바와 같이, 제초제를 주입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거나 제초제 성분을 공개하는 등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은행나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추가로 6월 16일 국립산림과학원의 현장 점검이 이뤄진 결과, 수관 약 60%에서 전형적인 제초제 피해 양상이 확인됐다. 아직 생존 여부는 불확실하다.

사과문에 이은 추가 대응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지만, 환기미술관 측은 사과문 게재 이후 한 달간 요구에 대한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다. 은행나무 독살 사태가 고발까지 이어진 이유다.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발 대리인을 맡은 김보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발 대리인을 맡은 김보미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지난달 29일 살리미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암동 주민 현경 뉴욕 유니언 신학대 교수는 “환기미술관은 100년 넘은 조상나무에 독극물을 주입하고도 두 달째 사과와 성분 공개 요청을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살리미는 선언문을 통해 환기미술관이 사과문에서 밝힌 ‘담장 훼손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만일 시설의 위험이 확인되더라도 ▷뿌리 비파괴 조사 ▷보행면 조정 ▷담장 재설계 등 생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 침해의 대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게 살리미 측의 주장이다.

6월 29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6월 29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발언하고 있다.[서울환경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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