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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일본어 완역팀 "日독자, 한국사람 눈 통해 일본 보게 돼"

무명의 더쿠 | 06-30 | 조회 수 2381

약 10년 걸쳐 번역…"소설 속 사람 사는 모습에서 보편성 느껴"
한일 문화교류 기여 공로로 '이희건 상' 수상 차 방한
"일본서 '한국문학 재미있다'는 인식 퍼져…번역·출간 활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일본 독자들이 '토지'를 읽으면서 '아, 우리가 이랬구나' 하고 한국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다시 일본을 보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를 요시카와 나기 씨와 함께 일본어로 완역한 시미즈 지사코 씨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토지'에 식민지 시대 묘사가 많기 때문에 한국분들은 일본 사람들이 조금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시는데 그렇지는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문학 번역가인 요시카와 씨와 시미즈 씨는 2015년 '토지' 일본어판 번역 작업에 돌입해 2024년 전 20권이 완역돼 출간되기까지 약 10년간 대장정을 함께했다. 이 작업은 일본에서 한국 문학 전문 출판사 '쿠온'을 운영하는 김승복 대표가 2014년 요시카와 씨에게 번역을 맡아달라고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요시카와 씨는 인하대 국문과에서 한국 근대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소설 전문 번역가이며, 시미즈 씨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서 요미우리신문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번역가로 진로를 틀었다.

 

두 번역가와 김 대표는 재단법인 이희건 한일교류재단의 제2회 '이희건 상'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이 상은 재일동포인 신한은행 창업자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한일 간 학술·경제·문화 교류에 기여한 인물의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해 처음 제정됐다. 세 사람은 한국 문학을 통해 한일 양국의 역사와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시미즈 씨는 이번 수상에 대해 "실제로 '토지'를 통해 교류가 생기고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저희가 한국과 일본을 문학으로 이어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 대표는 매년 일본 독자들과 함께 문학기행을 떠난다. 올해는 박경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일본 독자들과 함께 지난 5월 '토지'의 주 무대가 된 경남 하동을 찾았다. 이 지역의 '토지' 읽기 모임 '토지26연구회'가 일본 독자들을 맞았다.

 

일본어 완역 이후에는 일본에서도 '토지 완독' 모임이 결성됐다. 멤버 중에는 20권 전권을 두 번 읽은 사람도 있다.

 

시미즈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일본 각지에 있는 15명 정도가 매달 한권씩 읽고 온라인으로 만나는데 지금까지 16권을 읽었다"며 "돌아가며 발제도 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그는 "모두가 대체로 재미있어하고 특히 구성이 드라마처럼 스펙터클하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적 부분에 관심이 많은 분도 있다"며 "저희가 학생 때는 이 시대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역사를, 특히 한일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시미즈 씨는 특히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서 보편성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것이 아마 박경리 선생님이 하고 싶어 한 말씀인 것 같다"며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난 안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싸우면서도 어떻게 화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그런 부분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지'는 구한말, 동학농민혁명, 일제강점기, 해방을 배경으로 역사의 소용돌이를 살아내는 민초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약 3만 장의 원고로 이뤄진 작품으로, 최참판댁과 소작인을 중심으로 60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런 대작을 완역해내는 일은 지난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도 부담이 큰 작업이었다.

 

요시카와 씨는 "너무 대작이어서 이 작품을 일본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자는 것만 생각했다"며 번역을 마쳤을 때 "그래도 책임은 다했다"는 생각에 안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미즈 씨는 "이 작업에만 매진하면 분량도 많고 정신적으로 어깨가 너무 무거우니까 다른 책도 한두권씩 번역하면서 조금씩 조절했다"며 "번역을 마쳤을 때는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제 책 속의 이 사람들의 다음 이야기를 알 수가 없구나' 하는 허전함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세 사람은 '토지'는 대작이기 이전에 삶의 지혜와 생활 속 철학이 많이 담긴 재미있는 책이라고 강조했다. 사랑 이야기이고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차별받는 소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해외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작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문학의 번역, 출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여러 언어권 중에서도 일본에서 가장 활발한 것 같다"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전부터 다양한 한국 작가들이 소개됐다고 말했다.

 

쿠온은 2011년 한강의 '채식주의자' 일본어판을 냈고 이후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다른 작품들도 번역해 소개했다.

 

김 대표는 2016년 박민규의 소설 '카스테라'에 이어 2018년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 독자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으면서 '한국 문학은 재미있다'는 인식이 퍼져 찾아 읽게 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배경에는 K-팝, K-드라마, K-영화가 있고 문학이 마지막에 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재미있는 한국 문학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kje@yna.co.kr)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01/0016166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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