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전국대회 경기 도중 배재고 선수들이 외친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구 자체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 팀이 광주일고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지역을 비하하는 10대들의 일베 문화가 야구장에까지 침투한 것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가 나온다.
사건은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벌어졌다. 배재고가 6대 2로 앞서가던 8회초, 배재고 덕아웃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터져 나왔다. 광주일고 코치진이 즉각 강하게 항의했고, 배재고 코치진이 선수들을 제지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경기 직후 현장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로 빠르게 번지면서 비판 여론이 삽시간에 거세졌다.
이번 사건은 최근 사회적으로 불거진 청소년 극우화 논란과도 연결된다. 일베에서 비롯된 혐오 표현과 5·18 조롱 문화가 인스타그램·틱톡 등을 타고 10대들의 일상 공간까지 스며들었다는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평소 청소년 극우화 문제와 일베 문화 확산에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온 정치 인플루언서 정민철은 자신의 엑스(X) 계정에 "배재고는 당장 공식 사과하라"며 "'스타벅스 가자'는 이 맥락에서 단순한 응원이 아니다.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하필 5·18과 깊은 연을 가진 광주일고 앞이었다. 우연이라기엔 과녁이 너무 정확하다"고 밝혔다.
협회 게시판에도 "일베식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응원이었다", "부적절한 응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글이 잇따랐다. SNS에서는 "점마들 프로 입단 시키지 마라", "상대팀에 대한 존중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비판 글도 쏟아졌다. 배재고 학생회 SNS 아이디가 '메이크 배재 그레이트 어게인'이라는 점까지 도마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모교라는 점을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스포츠공정위원회 회부를 기정사실화하며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원회는 무조건 간다고 보면 된다. 대회 운영 규정에는 전국대회에서 발생한 문란 행위에 대한 징계 규정이 마련돼 있다. 과도한 야유나 상대에 대한 비난도 금지 행위인데, 그에 더해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사실관계와 경위를 확인한 뒤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바로 이날 다른 안건으로 이미 개최된 탓에, 새로 공정위를 열고 배재고 안건을 심의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협회는 매년 연초에 시행하는 선수단 대상 교육에 역사의식과 사회문제 관련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