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 수원 ‘파란대문 장미’ 집주인 노부부 눈물… “23년의 시간 잘려나가”
5,676 27
2026.06.29 17:07
5,676 27

https://img.theqoo.net/iCLzFQ


29일 오전 11시30분께 찾은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의 ‘파란 대문집’. 집주인 홍모(70대)씨는 잘려나간 덩굴을 가리키다 말을 멈췄다.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홍씨와 남편 정모(70대)씨 부부가 이 장미를 키운 시간은 자그마치 23년. 누군가에게는 사진 한 장의 배경이었지만, 부부에게는 매일 아침 죽은 꽃을 털어내고 가지를 다듬으며 자식처럼 돌봐온 존재였다.


이 집은 SNS에서 ‘남수동 파란대문 장미’로 불리며 명소가 된 곳이다. 매년 5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진을 찍으러 온 시민들이 몰렸고, 외국인 관광객과 인근 아주대·경기대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최근 이곳은 절도 사건 현장이 됐다. 지난 24일 자정께 이 주택 담벼락에 심어진 장미꽃과 가지가 잘려나갔다. 수원팔달경찰서는 60대 남녀 2명을 절도 혐의로 특정해 이번 주 내 출석을 통보한 한편, 현재 범행 동기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파란 대문 앞 장미덩굴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한때는 대문 앞에 선 사람이 장미 가지를 손에 쥐고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덩굴이 풍성하게 내려왔지만, 잘려나간 자리에는 구멍이 뚫린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빨간 끈으로 표시된 절단 지점은 어림잡아 10곳이 넘었다.


절도 사건과 별개로 이 집은 또 다른 갈림길에 서 있다. 주택 일대가 수원화성 문화재보호구역 정비사업 대상에 포함돼 향후 철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발걸음이 이어지고 수원의 명소로 자리잡았지만, 행정 서류 위에서 ‘남수동 파란 대문 장미’는 철거해야 할 지장물이다.


■우연히 명소가 된 집 앞… “예쁘게 찍고 가세요”


홍씨가 처음부터 이곳을 명소로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분홍색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색의 장미를 사다 심었고, 녹색이던 대문이 마음에 들지 않아 흰 페인트를 섞어 칠하다 지금의 파란빛이 나왔다. 우연히 겹친 분홍 장미와 파란 대문은 어느 순간 사람들의 사진 속 배경이 됐다.


이들 부부와 아들, 며느리는 아침마다 가지를 정리했다. 진 꽃을 털어내고 죽은 부분을 잘라냈다. 홍씨는 “아침마다 나와서 꽃이 지면 다 털어줘야 이렇게 깨끗하게 유지된다. 그냥 두면 장미가 풍성하게 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집 앞이 명소가 되면서 불편함도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대문 앞을 오래 차지하면서 집을 드나들기 조심스러워졌고, 인사 한마디 없이 대문 안쪽을 들여다보듯 가까이 다가서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홍씨는 “예쁘게 찍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SNS 계정을 운영하며 장미 개화 소식을 전하고, 방문객들에게 사진이 잘 나오는 방향과 촬영 시 주의할 점도 안내했다. 개인 주택 앞 풍경이었지만 부부는 찾아오는 이들을 막지 않았다. 홍씨는 “돈을 받으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며 “사람들이 장미를 예뻐해주고 수원에 찾아와 사진을 찍고 가는 게 그저 고마웠다”고 이야기했다.


https://img.theqoo.net/bslTdM


파란대문집 인스타그램 계정에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남긴 댓글. “장미가 사라지는 게 너무 아까워서 꽃도 다 졌고 가지치기도 필요한 상태라 밤중에 가지를 잘라 삽목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오른쪽 사진은 절도 피해 이후 빨간 끈으로 잘린 지점을 표시해둔 장미 덩굴의 모습이다. 


■말 한마디면 나눠줬을 장미… 편지는 바닥에 남았다


몰래 잘라갈 필요는 없었다. 부부는 해마다 가지를 정리할 때 원하는 사람들에게 장미 가지를 나눠주곤 했다. 충청도, 서울에서 연락이 오면 전화번호를 받아뒀다가 때가 되면 챙겨줬다.


이날 차를 타고 대문 앞을 지나던 한 시민도 잠시 차를 세우고 부부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정씨 부부에게서 예전에 받은 장미 가지를 삽목해 키우고 있다며 “한 가지 얻어가 예쁘게 키우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이 잘라갔다는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다”고 황당해 했다.


부부는 이번 일을 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장미를 잘라간 것으로 지목된 60대 남녀는 직접 찾아와 사과하지 않고 한밤중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돌아갔다. SNS에는 “장미가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 삽목하려 했다”는 취지의 댓글도 올렸다. 홍씨는 “이 장미를 어떻게 관리하고 남길지는 주인이 책임질 일”이라며 “꽃이 아까웠다면 낮에 와서 말 한마디라도 했어야 했다.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했다면 그냥 모른 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편지는 이날까지도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바닥에 놓여 있었다. 홍씨는 마음이 아파 읽어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동네 한 어르신이 장미 가지를 몰래 잘라간 뒤 매일 찾아와 사과하고 보상 의사를 전하자, 부부는 보상을 받지 않고 일을 마무리한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잘려나간 범위부터 달랐고, 직접 찾아와 사과한 적도 없었다. 부부에게 이번 일은 가지 몇 개가 줄어든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켜온 장미의 모습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일로 남았다.


https://img.theqoo.net/cnIHtW


절도 피의자 부부가 한밤중 남기고 간 편지봉투가 바닥에 놓여 있다. 홍씨는 끝내 편지를 열어보지 못했다. 그는 마음이 아파 손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은 철거 대상, 장미는 수원 명소… 보존 갈림길에 선 ‘남수동 파란 대문집’


정씨 부부의 걱정은 이번 절도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남수동 파란대문 집’이 있는 주택 일대는 수원화성 문화재보호구역 정비사업 대상에 포함돼 있다. 보상 절차가 마무리되면 집은 철거될 수 있다. 장미도 지장물로 분류돼 철거 대상이다.


부부는 4년 전 철거 소식을 들은 뒤부터 수원시에 장미를 보존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했다고 한다. 개인 주택의 담장을 타고 자란 장미였지만,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까지 찾아드는 수원의 현대 관광 명소 역할을 해왔다.


홍씨는 “우리가 이사를 가더라도 오랜 시간 가꿔온 장미가 여기 그대로 남아 있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며 “두고 가면 다 잘라 없애야 할까 봐 그게 제일 마음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도 “이 장미 때문에 수원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 욕심으로 붙잡고 싶은 게 아니라, 수원시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해당 부지가 문화재보호구역 정비사업 대상에 포함돼 철거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확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고, 해당 장소가 지역 명소로 알려진 점을 고려해 보존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문화재보호구역 정비라는 큰 틀 안에서 진행되는 사안이지만, 해당 장미가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소라는 점도 알고 있다”며 “보존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https://img.theqoo.net/ZdxDKw


https://www.kyeongin.com/article/1766359

댓글 2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라네즈X더쿠🩶여름에도 매끈보송한 피부 완성! 네오 쿠션 더 매트 체험단 모집(50인) 461 07.01 43,004
공지 이미지 서버 작업 관련 안내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 07.01 14,76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653,24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089,49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554,88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322,02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72,54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0 21.08.23 8,633,36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5 20.09.29 7,536,61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6 20.05.17 8,757,76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44,67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47,08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07265 유머 새벽에 보면 등골 서늘해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60편 04:44 124
3107264 이슈 스페인 1 : 0 오스트리아 3 04:37 601
3107263 유머 4컷 만화.jpg 1 04:21 570
3107262 이슈 인제 진짜 AI인지 진짜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진 영상제작 퀄리티 1 04:17 1,154
3107261 이슈 남자들 기싸움 레전드 이탈리아 대통령이 10년넘게 여자인데 굳이굳이 “남대통령”이라고 부르다가 한마디 들었다고 개긁혀서 발작하는거 전세계에 중계됨 18 04:12 1,879
3107260 이슈 한국식 마법학교라하면....? (???: “야 쌤이 컴싸로 부적 그리지 말랬지;;”) 6 04:10 861
3107259 이슈 팔이 잘렸을 때 대처법.jpg 15 03:57 1,743
3107258 이슈 진짜 작두타는 중인 최근 하투하 주은 춤선.twt 4 03:56 888
3107257 이슈 중국에 있는 한국어 경고문 너무 직관적으로 웃기고 쏙쏙 들어옴 8 03:48 1,862
3107256 이슈 물로만 뽀득 뽀득? 유명 칼국수집 위생 논란 9 03:41 1,971
3107255 유머 나 여중 나왔는데 급식 돈까스 빨리 먹겟다고 2층에서 플라스틱 지붕 위에 뛰어내려서 다리 금간애 잇엇음 9 03:41 1,388
3107254 정보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제 한국인 35세까지 가능하게 바뀜 20 03:29 2,217
3107253 이슈 내가 본 치와와 중에서 역대급으로 제일 큼..threads 15 03:26 1,726
3107252 정보 현재 초대박난 한국인 작곡가의 보컬로이드 노래...............jpg 5 03:23 1,470
3107251 유머 주식 장 안좋을때마다 등장하는 글.jpg 4 03:16 2,160
3107250 이슈 배재고 사건 관련  "당신에게 5·18은 무엇인가?" 12 03:04 977
3107249 이슈 그냥 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지혈 방법 24 02:55 2,357
3107248 이슈 한때 커뮤를 뒤집어 놨던 사랑손님과 어머니 13 02:51 3,076
3107247 이슈 주식으로 부모님 차랑 폰 바꿔드림! 7 02:35 2,611
3107246 이슈 갑자기 카메라맨한테 물병 던지는 트래비스 스캇.x 5 02:21 1,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