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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르포] 복도는 ‘MIT 감성’, 벽엔 ‘대담한 혁신’…송도로 오는 빅파마 릴리의 바이오텍 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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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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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샌디에이고 LGL 가보니…철저한 비공개 속 최첨단 인프라 가동
고가 장비 무료 공유에 릴리 과학자 멘토링 결합…유망 바이오텍 성장의 요람
릴리, 삼성바이오와 맞손…내년 4분기 송도 ‘C랩 아웃사이드’ 입주 모집 개시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일라이 릴리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 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일라이 릴리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 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헤럴드경제(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삼엄한 보안 통제가 시작됐다. 전 세계 유망 바이오텍들의 핵심 자산과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 사진 촬영은 전면 금지됐다.

 

카메라 렌즈를 가린 채 마주한 내부 전경은 흡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유서 깊은 최첨단 연구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상을 풍겼다. 길게 뻗은 복도 양옆으로 배치된 연구실 유리창 너머에는 연구원들이 실험에 몰두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로비 벽면 한가운데에는 이 시설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담한 혁신을 지원함으로써(By Supporting Bold Innovation)’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illy Gateway Labs·LGL)’의 모습이다.

 

일라이 릴리가 2019년 우수한 바이오텍을 선발하고 육성하기 위해 출범한 LGL은 단순한 공유 오피스나 연구 공간 대여의 개념을 넘어선다. 신생 바이오텍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연구개발(R&D) 협력, 밀착 멘토링, 직접 투자 및 외부 투자 유치 지원 등 전방위적 생태계를 제공하는 ‘성장의 요람’이다. 현재 샌디에이고 사이트에는 총 10개의 유망 바이오텍이 입주해 있으며, 이들은 뇌과학(neuroscience)부터 종양학(oncology), 면역학(immunology) 등 다양한 핵심 치료 영역을 아우르며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LGL 관계자는 “스몰 몰레큘(저분자 화합물)부터 대형 분자 의약품,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달리티를 가진 기업들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다”며 “이들이 규모와 인력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최소 10명에서 최대 30인까지 수용 가능한 다양한 크기의 연구 모듈 18개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입주 기업들은 오피스 공간과 연구동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모듈 내부에서 독자적인 연구를 수행하며, 필요에 따라 벽을 허물고 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강의실과 복도 모습. 샌디에이고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내부는 MIT와 닮았다.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사진. 보스턴=최은지 기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강의실과 복도 모습. 샌디에이고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내부는 MIT와 닮았다.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사진. 보스턴=최은지 기자.

 


LGL의 가장 큰 자산은 파격적인 인프라 지원과 글로벌 빅파마인 릴리와의 스킨십이다. 부스 한편에 마련된 니콘 현미경 센터의 고성능 이미징 시스템 2기를 비롯해 플레이트 리더, 시퀀서 등 초기 스타트업이 단독으로 구비하기 어려운 고가의 연구 장비들이 입주사들에 무료로 개방된다. 고압 증기 멸균기(autoclave)와 초자 세척실 같은 필수 기초 인프라도 완비됐다. 나아가 릴리가 대량 구매를 통해 협상해 둔 가격으로 실험 시약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혜택도 주어진다. 메인 교류 공간인 ‘소셜 허브’에서는 매달 릴리의 수석 과학자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킹 세션과 오찬이 열려 격식 없는 분위기 속에서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뤄진다.

 

릴리가 구축한 이 성공 방정식은 이제 대한민국 인천 송도로 고스란히 이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빅파마 릴리와 손을 잡고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내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인 ‘C랩 아웃사이드’를 구축한다. LGL의 중국 베이징에 이은 두 번째 미국 외 글로벌 거점이자, 글로벌 빅파마의 수준 높은 바이오텍 육성 프로그램이 국내 업체와 협력해 한국에 상륙하는 첫 번째 이정표다.

 

릴리가 아시아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낙점한 것은 K-바이오텍이 보유한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적 잠재력과 탄탄한 인재 풀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바이오 생태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견인하겠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력한 육성 의지가 시너지를 내며 전격적인 한국 진출이 성사됐다. 초기 바이오텍이 ‘죽음의 계곡(밸리 오브 데스)’을 넘어 글로벌 무대로 곧장 도약할 수 있도록, 세계 최대 CDMO(위탁개발생산) 인프라를 갖춘 송도를 최적의 혁신 요충지로 판단한 셈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 외부에는 휴식을 취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일라이 릴리의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 외부에는 휴식을 취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샌디에이고=최은지 기자.

 


2027년 7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송도 C랩 아웃사이드는 지상 5층, 연면적 약 1만1705㎡(약 3500평) 규모로 건립된다. 최신식 사무·연구 시설과 미팅룸이 들어서며, 전체적인 입주사 선발과 프로그램 운영은 릴리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동으로 수행한다. 기술력과 최고의 인재를 보유한 초기에서 중기 단계의 바이오텍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 기준이다. 입주 기업 모집은 올 2026년 4분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며, 시리즈 B 이하의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기본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입주를 지원한다. 이미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은 제외해 진정한 소외 유망 기업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단연 어떤 기업이 릴리의 선택을 받게 될지다.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GL) 측은 입주 기업 선정의 최우선 가치로 ‘과학적 가능성’과 ‘최고 수준의 인재’를 꼽았다. 글로벌 전역의 LGL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흥미로운 과학적 성과를 보유하고 협업 지향적인 팀 체계를 갖춘 초기에서 중기 단계의 바이오텍을 집중적으로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릴리 측은 “특정 기술에 국한하기보다는 릴리의 핵심 치료 영역은 물론 그 외 분야까지 포괄해 다양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와 치료 영역을 대변하는 기업들을 신중하게 선별해 혁신 커뮤니티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L 창설 이래 글로벌 입주사들이 유치한 누적 투자 금액은 이미 30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돌파했고, 50개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이 가속화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번 협력은 K-바이오텍들이 릴리의 과학적 전문성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세계적인 위탁개발생산(CDMO) 네트워크를 동시에 수혜 받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이번 센터 건립과 더불어 250억원 규모의 산업육성기금 조성을 지속 추진해 국내 바이오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비전을 명확히 했다.

 

줄리 길모어 LGL 글로벌 총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협력은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매우 중요한 발걸음”이라며 “한국의 뛰어난 인재와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외 바이오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6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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