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대표팀 숙소 앞.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버스에 오르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안고 떠나는 이들을 배웅한 것은 다름 아닌 멕시코 현지 팬들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숙소를 찾은 현지 팬들은 한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서툰 한글로 적은 '항상 고개 들고 다시 빛나길 바라', '조규성 같이 사진 찍어요' 등의 피켓을 흔들며 상처 입은 선수들을 위로했다. 선발대로 먼저 숙소를 나선 이강인(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설영우(즈베즈다) 등은 자신들을 기다려준 팬들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지만, 짙게 밴 아쉬움과 비통함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 이역만리 타국 팬들의 따뜻한 위로가 역설적으로 한국 축구의 처참한 현실을 더욱 서글프게 만들었다.
귀국 과정 자체도 '각자도생'에 가깝다. 하나의 팀으로 뭉쳐 당당하게 돌아오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규모 인원이 한 번에 이동할 귀국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선수단은 세부 그룹으로 나뉘어 뿔뿔이 흩어진 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선발대가 먼저 떠난 직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소속팀 복귀가 시급한 조규성(미트윌란) 등도 각자 숙소를 빠져나가 공항으로 향했다. 하나의 구심점 없이 흩어지는 파편처럼, 북중미에서의 여정은 그렇게 허무하게 조각났다.
과거 월드컵 직후 인천공항에서 성대하게, 혹은 매서운 질타 속에 치러지던 공식 해단식마저 이번엔 자취를 감췄다. 32강 탈락이 최종 확정된 직후, 선수단은 박항서 단장과 김승희 전무이사 등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멕시코 현지 호텔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조촐한 해단식을 갖고 모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혹여나 불거질 물리적 마찰 등 안전상의 문제를 우려해 한국 입국 시 별도의 미디어 활동이나 행사는 일절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발 직전, 홍명보 감독마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전격 사퇴를 발표해 수장마저 잃어버린 상태다. 기적을 바랐던 희망 고문의 끝은 참혹했고, 황금세대를 쥐고도 48개국 중 34위로 추락한 대가는 가혹했다.
누구의 박수도, 따끔한 질책을 받을 용기조차 없이 뿔뿔이 흩어진 태극전사들의 2026년 여름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비참하고 쓸쓸한 퇴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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