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안방극장의 시청률 수치가 오랜만에 요동친다. 베일을 벗자마자 단 2회 만에 전국 시청률 1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한 SBS 새 금토드라마 <김부장> 이야기다. 첫 회 9.5%로 순조롭게 출발한 극은 단 2회 만에 전작 <멋진 신세계>의 최고 시청률을 넘어섰고, SBS 금토극 역사상 <보물섬> 이후 무려 1년 만에 15%의 벽을 깬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다. OTT 플랫폼의 범람 속에서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이토록 압도적인 초반 파괴력을 증명해 낸 비결은 무엇일까. <김부장>의 수직 상승 흥행 공식은 지금의 안방극장 시청자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다.
지옥 같은 서바이벌을 견뎌낸, 검증된 IP의 마력
웹소설과 웹툰 시장은 매일 수많은 창작물들이 쏟아지고 사라지는 냉혹한 무한 경쟁의 생태계다. 이 혹독한 각축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마침내 메가 히트작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거대한 비평적 의미를 지닌다. 대중을 매료시킬 확실한 흥행 포인트와 탄탄한 서사 구조를 이미 시장에서 증명해 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근 안방극장을 장악한 JTBC 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과 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웹소설을, 넷플릭스 <참교육>과 ENA <닥터 섬보이>가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빠르게 주목받은 것도 결국 이 철저한 '사전 검증'을 마쳤기 때문이다. <김부장> 역시 네이버 웹툰의 메가 히트 세계관을 고스란히 이식받았다. 원작 팬덤의 강력한 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초반 서사 빌드업의 피로감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영리하게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희생되는 아버지 대신 등장한 'K-테이큰' 카타르시스
원작 웹툰 <김부장>이 지닌 가장 큰 묘미는, 평범해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딸을 구하기 위해 그간 감춰왔던 과거를 드러내며 선사하는 압도적인 통쾌함이다. 흔히 K-드라마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주인공의 각성이나 눈물을 위해 굴욕을 당하거나 희생되는 클리셰로 소비되곤 했던 바. 하지만 <김부장>에는 그런 답답한 전개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흥행작 <테이큰> 시리즈를 완벽하게 한국식으로 변주해 낸 덕분이다. 딸의 행방을 쫓는 김부장, 여기에 한국과 북한의 거대 세력들이 오직 '김부장'이라는 단 한 명을 타깃으로 숨 가쁘게 움직이는 구도까지 더해지며 극의 긴박감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배우 소지섭의 독보적인 아우라는 캐릭터의 설득력을 완성한다. 앞서 영화 <회사원>의 킬러, 넷플릭스 오리지널 <광장>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무력 등 그간 촘촘히 축적된 그의 거친 필모그래피가 이번 작품과 맞물리며, 소지섭은 흡사 '한국의 존 윅'으로 완벽히 거듭났다.
어설픈 타협 NO! 지상파의 틀을 깨부순 OTT급 수위
글로벌 OTT 오리지널 장르물에 눈높이가 맞춰진 시청자들에게, 지상파 특유의 심의 장벽과 순한맛 연출은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로 지적되곤 했다. 지상파가 가족극이나 로맨스에 한정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부장>은 과감하게 그 틀을 깨고, OTT 플랫폼을 연상케 하는 고수위 연출이라는 묘수를 던졌다. 합을 맞춘 듯 어설프고 안전한 액션에서 벗어나, OTT 장르물 특유의 리얼한 타격감과 거침없는 잔혹함이 초반 오프닝 시퀀스를 장악한 것. 화면을 뚫고 나오는 이 고수위 액션이야말로, 영리한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으로 불러 모으며 시청률 폭발을 견인한 최고의 치트키가 됐다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1905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