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독서를 멋지다고 여기는 텍스트힙 열풍 속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연일 방문객으로 가득 찼다. 이날 도서전을 찾은 오유진씨(22)는 “부스 구경을 하고 싶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 돌아다니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방문한 문지연씨(24)는 “개장 후 2시간 만에 대부분 굿즈가 품절되고 대기가 길어 책 구매를 포기했다”며 “부스마다 개성 있게 꾸며놓은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도서전 행사장 곳곳에서는 상업화 분위기를 보여주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 부스에는 이벤트 참여 시 제공되는 ‘리유저블 백’ 등 경품을 받기 위한 방문객들의 긴 줄이 형성됐다. 도서전과 무관한 라면 등 식품을 팔며 ‘도서전 한정 기념품’을 제공하는 부스도 있었다.
윤채영씨(23)는 “도서전에서 책보다는 한정판 굿즈 구매가 주목적인 관람객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유진씨는 “책보다 굿즈의 비중이 높아지며 주객전도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성민씨(22)는 “독립서점 부스가 많이 보이지 않아 의외였다”며 “굿즈보다 책 자체에만 집중한 부스들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갔다”고 말했다.
작가노동조합은 지난 24일 “표면적인 흥행 성과와 사전 티켓 판매에만 집중하며 정작 출판계 종사자의 권리나 현안을 논의하는 장은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공공성 회복을 촉구하는 출판인 모임’도 최근 “공공재여야 할 도서전이 주식회사 체제 전환 이후 사기업의 비즈니스로 전락하며 공공성을 잃고 상업주의에 오염됐다”며 “주최 측이 책과 무관한 기업들에 부스를 배정하는 등 불투명한 운영으로 소형 출판사를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상업화에 거리를 두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중소 출판사들은 서울 곳곳에서 대안 도서전을 열었다. 서울 중구 을지로 일대에서 열린 ‘서울자체도서전’은 지난 24일 시작해 전날 끝났다.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제대로도서전’은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열렸다.
기자가 지난 26일 찾은 서울제대로도서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아동·청소년 도서 부스가 다수 있었다. 서울제대로도서전은 방문객들이 인파에 밀리는 대신 작가들에게 집필 의도를 묻고 답하는 등 여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분위기였다.
독자들은 대안 도서전의 등장을 반겼다. 윤채영씨는 “서울국제도서전이 기획 전시에 공을 들이기보다 대형 출판사에만 기대는 느낌을 받아 아쉬웠다”며 “책과 관련한 (대형) 대면 행사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유일했는데, 대안 도서전 등으로 도서전이 다양해지는 흐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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