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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인터뷰] ‘멋진 신세계’ 윤병희 “차세계 잘 다룬 비법? 10년 차 고양이 집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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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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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할을 떠나보낼 때는 항상 그래요. 늘 괴로운 시간처럼 느껴지죠. 이제 더 이상 손재한 실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과 행동들을 더 보여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참 서글프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서 큰 보람과 감사를 느꼈기에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신서리(임지연 분)와 차세계(허남준 분)의 러브 라인이 작품의 큰 줄기였다면, 차세계와 그의 곁을 지키는 비서실장 손재한의 티키타카는 장면마다 코믹한 리듬을 더해주는 장치였다. 배우 윤병희(44)가 맡은 손재한은 차세계의 까칠함을 그대로 받아내면서도 적절한 순간 '태클'과 함께 균형을 맞추는 인물로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이끌어낼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제가 사실 인터넷에서 반응을 찾아보는 방법을 잘 몰라요. 그냥 소셜미디어(SNS)에서 영상 하나를 클릭하면 비슷한 콘텐츠들이 연쇄적으로 나오니까 그것만 보는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거기 달린 댓글을 보니 시청자분들이 정말 이 작품에 깊이 몰입하고 계신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일단 손 실장을 정말 걱정해 주세요. 휴가 갈 수는 있는 거냐, 언제쯤 커피 한 잔을 편히 마실 수 있냐, 민지(손 실장이 키우는 고양이)는 대체 언제 보는 거야(웃음)? 이렇게 극 안에서 함께 손 실장을 걱정해 주시는 걸 보면 그저 감사한 마음만 들죠."



손재한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차세계와 함께할 때 가장 선명하게 다가왔다. 차세계 혼자였다면 냉정하고 자기중심적인, '재수 없는 재벌 남주'로만 소비될 수 있었던 장면들도 손재한이 곁에서 받아치고 눌러주는 순간 온도가 달라졌다. 비서실장이면서도 때로는 보모처럼, 때로는 오래된 보호자이자 친구처럼 상대를 받아내는 손재한과 차세계의 관계를 윤병희는 단순한 상사와 비서의 구도로 보지 않았다. 차세계가 왜 손재한을 곁에 두는지, 손재한은 왜 그 자리를 버티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만 극 중에서는 보이지 않는 둘만의 서사가 더 풍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제가 대본집을 읽으면서 제일 걱정하고 고민했던 게 '왜 차세계는 손 실장을 곁에 두나'라는 것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었어요. 저로 인해서 차세계가 마냥 악명 높고 악랄한 재벌로 보이는 게 아니라 매력적인 냄새를 풍겨야 했으니까요. 그런 지점을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드려야 한다는, 관계적인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제일 주요하게 깔고 간 설정이 손 실장이 10년 차 고양이 집사라는 점이었어요. 10년 동안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예민한 성격을 정말 잘 받아주는 능력이 있을 테니까요(웃음). 그런 내면을 바탕으로 차세계를 뒷받침하는 손 실장이란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죠."



캐릭터의 뼈대를 단단히 세운 뒤에는 배우들 사이의 호흡이 그 관계를 완성해야 했다. 윤병희와 허남준은 11세의 나이 차에, 활동 연차로 따져도 12년의 간극이 있었지만 극 중에선 그 차이가 오히려 손재한과 차세계의 관계를 더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윤병희는 이렇게 완성된 케미스트리의 공을 허남준에게 돌리며 "차세계를 남준이가 맡아줬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극 중에서 보여준 티키타카 이상으로 두 배우 사이에는 깊은 정서적 교감이 쌓였고, 허남준은 촬영 막바지에 윤병희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윤병희는 "저도 울컥은 했다. 울지는 않았지만"이라며 크게 웃었다. 



"마지막 촬영 때였나. 혼자 괜히 감상적이 돼서 허남준 배우를 보는데 '남준이가 차세계를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연기하면서 스스로도 얼마나 고민이 많고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어요. 하지만 저는 쉽게 울지 않죠(웃음). 아무래도 오랜 시간 함께해서 그런 감정이 진해졌던 것 같아요. 손 실장이 나오는 신의 90%는 차세계와 함께였고, 대부분 비오제이 사무실이나 비서실에서 이뤄졌으니까요. 제가 본 남준이는 굉장한 반전의 매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연기할 땐 돌변해서 차가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평상시에는 애교도 참 많고 말랑말랑하니 밝아요. 이렇게 연기와 실제 모습의 낙차가 커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봐요."



윤병희는 올해 상반기에만 '21세기 대군부인'부터 '오늘도 매진했습니다', '멋진 신세계'까지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배우에게 있어 중간에 텀이 없는 바쁜 일정은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체력의 한계를 마주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강행군이 될 수밖에 없는 촬영 현장 특성상 '멋진 신세계' 역시 그런 경험이 주어졌지만, 윤병희에게 촬영장의 피로는 단순한 고단함으로 남지 않았다. 늘 꿈꿔온 방식대로 일하고 있다는 감각이 그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후반부 촬영 때 새벽 일찍 현장에 출근할 일이 있었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 저도 모르게 '너무 피곤하다. 그냥 하루 동안 잠만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러자마자 바로 제 뺨을 빡 소리가 나게 때렸죠. '정신 차려!'라고 하면서요. 저는 이렇게 일해 보는 게 꿈이었거든요. 그래놓고 이제 와서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잖아요. 좀 피곤하면 어때? 내 몸이 지칠 정도면 제작진분들은 정말 하루 종일 고생하시는데, 더 힘들 주인공 배우들도 전혀 티도 안 내고 흐트러지지도 않는데 내가 뭐라고? 맞고 나니까 진짜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처럼 자진 체벌(?)까지 강행하며 완성된 '멋진 신세계'는 올 상반기 핫 이슈로 자리매김했고, 그 열기는 곧 윤병희의 집에서도 비밀스럽게 감지됐다고 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아빠가 TV에 나오는 것을 마냥 신기해하지도, 아빠의 앞에서 대놓고 "멋있다"며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관심 없는 척, 늘 있는 일인 척하지만 그래도 TV며 스마트폰을 열 때마다 작품과 함께 오르내리는 아빠의 이름을 모른 척 지나가기는 어려웠을 터다. 윤병희는 아이들이 이처럼 슬쩍 숨겨둔 관심과 애정을 일찍부터 눈치채고 있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희 애들이 언제부턴가 제가 촬영 나가는 걸 ‘아빠의 일’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래도 저한테 티를 잘 안 내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멋진 신세계’가 엄청 인기 있다는 걸 찾아보고 ‘나 아빠가 뭐 하는지 다 알고 있어’라고 티 내면 제가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하지만 체크하고 있는 걸 저는 다 알죠. (아이들이 사용한) 제 아이패드를 보면 검색창에 ‘윤병희, 멋진 신세계’ 이렇게 검색한 내역이 다 보여요(웃음). 아내는 제 연기를 같이 보면서 많이 지적해주는 편인데 이번 '멋진 신세계'를 보고는 별말이 없어서 저도 의아했거든요. 그래놓고 허남준 배우한테만 너무 멋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등장하는 장면마다 '어머어머' 하면서, 그 옆에 저도 있는데(웃음)."

2007년 연극 '시련'으로 데뷔한 윤병희는 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았다. 대중에게는 영화 '범죄도시'(2017) 속 마석도의 정보 브로커 '휘발유' 역으로 강하게 각인된 그는 이후 '미스터 션샤인' '스토브리그' '빈센조' '악의 꽃' 등 굵직한 작품을 지나며 자신의 자리를 넓혀왔다. 그렇게 윤병희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출연 분량이 짧아도 등장하는 것만으로 장면의 농도를 조절하고 인물 사이의 공기를 바꿀 수 있는 명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년 동안 지켜온 목표를 거창한 수식보다 연기의 태도로 설명한 것도 결국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작품 안에 남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말이었다. 

"제가 늘 자기 전에 외우던 주문 같은 게 있는데 ‘내일은 꼭 더 행복하자’는 말이에요. 이걸 10년 동안 매일 밤 꼭 외우고 잤어요. 그러면서 이 악물고 내 꿈을 위해 버티다 보니 차곡차곡 작품과 캐릭터들이 쌓이면서 이렇게 손재한 실장도 만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도 소박하고 꾸준하게 연기하며 튀지 않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스로는 친근한 마스크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제 이미지가 편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튀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들과 같이 빛나고, 또 나로 인해서 상대가 빛날 수 있도록 그렇게 제 나름대로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싶습니다."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51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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