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여성논단] 부모 돌봄, 도망치고 싶은 괴로움에서 존엄한 동행으로
1,036 2
2026.06.23 16:14
1,036 2

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37723?cds=news_media_pc&type=editn

 

가족 내 돌봄 화두 중에서 여전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것은 바로 '싱글 형제의 독박돌봄'일 것이다. 결혼한 형제들이 자녀 양육이나 시댁·처가 행사 등을 이유로 시간내기가 어렵다고 할 때, 당장 돌봐야 할 가정이 없는 싱글 형제가 그 역할을 고스란히 떠맡는 경향이 짙다. 혼자 살던 싱글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 돌봄의 책임과 일상적 부담은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최근 읽은 조형근의 칼럼집 『앎과 삶 사이에서』(2026)에 따르면, 부모 돌봄은 형제 중에서도 아들보다는 딸이,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딸이 떠맡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가정 내에서 돌봄 노동을 숙련한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요양보호사가 되고, 한국 사회의 돌봄 최전선을 떠받친다. 이는 돌봄이라는 행위가 결국 권력이나 자본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더 약하고 주변화된 존재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돌봄의 사회적 가치가 여전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이렇다 보니 노화와 질병을 겪는 부모를 돌보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그래서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은 굴레'로 인식되곤 한다.

나 역시 삼남매 가운데 부모님 돌봄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뒤늦게 박사과정을 밟느라 경제적으로는 여유롭지 못했지만, 시간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었기에 나의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연세가 드시면서 먼 거리에 있는 대형 병원에 다니시는 게 문제가 되었고, 내가 운전대를 잡고 부모님을 모시기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모님은 삼형제 중에서 나에게 도움을 더 요청하셨고, 나 역시 부모님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챙기게 되었다. 한때는 속절없이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의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우울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 전 부모님 댁에 화재가 발생하는 사건을 겪으며, 부모님의 노화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진행되고 있음을 체감했다. 그러는 사이 돌봄은 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중략)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돈'과 '생산성'을 향해 맹렬히 내달리고 있다. 생산적이지 않은 가치는 모두 뒷전으로 밀려난다. 미래의 생산 노동력이자 계급 재생산에 속하는 '자녀 돌봄'에 비하면, 삶의 저물녘에 위치한 '어르신 돌봄'은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소모적이고 고통스러운 일로 치부된다. 회사에서도 자녀 양육을 위한 휴가 제도는 늘어가지만, 늙어가는 부모를 돌보기 위한 시간적 배려는 극히 드물다. 이 분위기 속에서 요즘 부모들은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겠다", "기대하지 않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그러나 어린 시절 부모의 무조건적인 돌봄 덕분에 성인으로 자라난 자녀가, 이제는 뜨거운 계절을 뒤로하고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부모에게 돌봄을 되돌려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가 아닐까.

어르신 돌봄을 무조건 가족 안에서 독박으로 책임지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돌봄의 가치가 어디에 편중되어 있는지 되돌아보자는 것이다. 노인 돌봄을 힘들고 피하고만 싶은 고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이 겪는 삶의 마지막 여정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배우는 과정으로 다르게 정의해야 한다. 노인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선행될 때, 비로소 돌봄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나아가 그 돌봄을 묵묵히 떠안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사회적 시선 역시 비로소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마몽드 X 더쿠💚 더 강력해진 #민트클렌징밤 2세대 출시 체험단 모집 (50인) 288 06.22 22,95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514,01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884,81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406,27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159,21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62,17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6 21.08.23 8,614,77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4 20.09.29 7,520,88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3 20.05.17 8,745,48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30,57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23,2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98517 기사/뉴스 치매로 고생하고 싶지 않다면… ‘매주 한 시간 반’ 근력 운동을 20:01 27
3098516 이슈 Hearts2Hearts 하츠투하츠 'Lemon Tang' Dance Practice 20:00 26
3098515 유머 아기고양이 밥 먹이기 20:00 44
3098514 이슈 1년전 오늘 첫방송 한,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 1 20:00 24
3098513 이슈 [KBO] 5이닝 2K 1실점 기록하는 류현진 5 19:59 87
3098512 유머 메시를 이겨버린 호날두 ㄷㄷ 3 19:59 224
3098511 유머 이경실이 말하는 슬픔을 받아들이는 법 1 19:58 183
3098510 이슈 컴포즈만 광고집행비 관련 기사가 계속 올라오는게 신기한 이유 19:58 316
3098509 정치 오세훈, 내 책임 아니라더니‥협약서엔 '서울시장 직인' 19:58 44
3098508 기사/뉴스 [단독]“미군 호위 호르무즈 탈출 무기한 연기” 5 19:56 470
3098507 이슈 서울가요대상 단발 권나라.jpg 6 19:55 892
3098506 이슈 13년 동안 근무한 선배의 퇴직금이 11만엔이라는 소식을 듣고 지금 이거야 17 19:54 1,403
3098505 이슈 [해봤튜(Hey Bye Thew)] 스케줄 당일 새벽 4시에 경주월드 갔다 오기🎢 2 19:53 113
3098504 기사/뉴스 [속보] 서산서 늑대개 11마리 농가 탈출…7마리 포획, 4마리는 ‘행방 묘연’ 15 19:52 981
3098503 정치 jtbc 뉴스룸 비하인드) 누가 진짜 코어인가 6 19:52 553
3098502 팁/유용/추천 해외에서 김치담글때 꼭 필요한 꿀팁 1 19:50 916
3098501 이슈 3년전 오늘 첫방송 한, MBC 드라마 "NUMBERS: 빌딩숲의 감시자들" 19:49 151
3098500 기사/뉴스 한국서 월드컵 중계 끊기나… 중계권료 부담에 JTBC 재정난, FIFA와 막판 협상 23 19:49 1,154
3098499 이슈 쥬라기월드 조카 근황.jpgif 12 19:47 1,350
3098498 기사/뉴스 [속보] "김수현, 故김새론 사망 연관 없다" 김세의, 결국 '구속 기소' 33 19:47 1,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