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거함 못 찾아 종량제에” 버려진 보조배터리, 시한폭탄 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53667?ntype=RANKING
경향신문, 25개 자치구에 ‘폐배터리 정보공개’ 청구
은평구 518개·동대문구 98개 ‘5배 차’
마포·광진구 4년 전부터 줄어들어
중·성북·서대문구는 통계도 없어
일반 쓰레기로 잘못 버리면 ‘화재 위험’

서울 구로자원순환센터에서 폐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불을 끄고 있는 모습. 이경옥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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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22일 서울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폐배터리 수거함 현황’을 보면, 올해 기준 전용 수거함을 가장 많이 설치한 곳은 은평구(518개)였다. 서초구(511개)와 중랑구(469개), 양천구(466개) 등이 뒤를 이었다. 마포구는 102개에 그쳤고 동대문구는 98개로 가장 적었다. 최다인 은평구와 최소인 동대문구의 격차는 5배 이상이었다. 특히 동대문·마포·광진구는 수거함 설치 개수가 2022년부터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관내 수거함 개수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자치구도 있었다. 강동구는 올해까지 개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았으며, 중·성북·노원·서대문구는 2022년 통계가 없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잦은 무단 투기로 악취 등 민원이 발생해 철거와 설치를 반복했다”며 “현실적으로 수거함 개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6년 서울 자치구별 폐배터리 수거함 운영 현황. AI 생성 이미지
일부 시민들은 수거함을 찾을 수 없어 폐기할 보조배터리 등을 일반쓰레기에 섞어 버리기도 한다. 수거함이 가장 적은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한모씨(26)는 “(폐배터리를) 따로 버려야 하는 건 알았지만 수거함이 어디 있는지 몰라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잘못 버려진 폐배터리는 화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보조배터리의 주재료인 리튬이온은 수거차나 선별장 압착기 등에서 강한 압박을 받으면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월 경기 부천시 자원순환센터 화재를 비롯해 부산·대구 등 폐기물 처리 시설 화재 원인은 리튬 계열 폐배터리로 확인됐다.
이경옥 서울구로자원순환센터 지회장은 “선별장에서 화재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데 그중 90%는 배터리 때문”이라며 “대부분 자체 진화하지만 119가 출동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 광역자원순환센터에서 근무하는 임모씨도 “보통 센터에서 불이 나면 70~80%는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주민센터에 마련된 2차전지 수거함. 하주언 기자
보조배터리 사용이 일상화한 영향 등으로 폐배터리 규모가 늘며 안전 처리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비영리 공익법인 ‘E-순환거버넌스’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폐배터리 수거량은 지난해 266t으로 전년(166t)보다 60% 늘었다. 2023년(131t)과 비교하면 2배로 늘어난 수치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는 2023년 15건에서 2024년 37건, 2025년 55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보조배터리를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 하는지 모르는 시민들도 있다. 중구에 사는 정모씨(30)는 이삿짐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보조배터리를 플라스틱 분리 배출함에 버렸다. 그는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안내받은 적이 없다”며 “플라스틱 수거함에 버려도 괜찮겠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폐배터리 전용 수거함 인프라 확충과 홍보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수거함 설치를 강제하는 규정이 없어 자치구별로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시는 인프라 확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인센티브 등을 도입해 각 자치구가 적극적으로 수거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E-순환거버넌스와 협약을 맺고 각 자치구에 수거함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또 “분리배출 방법을 안내하는 전단과 영상을 각 자치구에 전달하는 등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스마트서울맵’에 수거함 위치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