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30대 A씨는 최근 서울 성북구 장위13구역 내 빌라를 약 4억8000만원에 매수했다. 이곳은 지난 4월 신속통합기획 지역으로 확정되면서 재개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곳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올 들어 2030세대 매수 비중이 70%까지 올라왔다"며 "당장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젊은 층이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하고 들어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때 경험 많은 투자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재개발 빌라 투자에 2030세대가 뛰어들고 있다. 대출 규제 이전 '영끌'로 매수 가능했던 서울 중저가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는 재개발 초기 단계 빌라로 눈을 돌린 것이다.
22일 대법원 등기종합광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생애 첫 주택 매수지로 장위동을 택한 2030세대는 1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9명보다 2.6배 늘었다. 같은 기간 강북구 미아동은 128명에서 464명으로, 노원구 상계동은 320명에서 678명으로 모두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들 지역은 노후 저층 주거지가 많고 정비사업 기대감이 살아 있는 곳으로, 5억원 안팎의 자금으로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노릴 수 있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2030세대가 재개발 빌라 매수에 나선 것은 서울 중저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KB부동산 월간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대비 5.59% 올랐다. 특히 중간 가격대인 3분위 아파트값은 12억4489만원으로 5개월 만에 11.18% 뛰어 전 분위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2분위 아파트값도 7억9228만원에서 8억5569만원으로 8% 올랐다. 15억원 이하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묶인 상황에서 2030세대가 '영끌'로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대가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 지역의 다세대·연립주택 등 빌라는 2030세대에게 '서울 신축 아파트로 가는 마지막 사다리'로 인식되고 있다. 당장 10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사기는 어렵지만, 4억~6억원대 초기 재개발 빌라를 사두면 향후 조합원 입주권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송파구 삼전동 빌라를 5억원에 매수한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이 어려워 보이는 외곽 구축 아파트도 너무 비싸져 일단 빌라를 샀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도 빌라 투자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서울 아파트는 실거주 요건 탓에 전세를 끼고 사는 방식이 어려워졌지만, 빌라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작다. 과거 아파트 갭투자가 맡았던 '소유와 거주의 분리' 역할을 재개발 빌라가 일부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개발 빌라는 사실상 변형된 형태의 갭투자이자 아파트 분양권 투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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