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안= 신선경 기자]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K팝 공연이나 명동 쇼핑이 방한의 주요 목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정 유통 플랫폼과 쇼핑 행사 자체가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올리브영의 ‘올영세일’에 맞춰 한국을 재방문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성수동에 위치한 무신사와 29CM 매장에는 외국인 고객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K콘텐츠가 만든 관심이 이제 K쇼핑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CJ올리브영은 글로벌택스프리(GTF)와 외국인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과 6월 올영세일 기간 한국을 찾아 쇼핑한 외국인 고객은 3년 전보다 11배 증가했다. 특히 세일 시기에 맞춰 연 2회 이상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두 배씩 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세 차례 이상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도 6200명을 넘어섰다.
이는 단순한 관광 수요 증가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정 할인 행사 일정에 맞춰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형 쇼핑 관광’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이 K뷰티 신제품과 트렌드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시장이며, 올리브영은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방한 중 경험한 K뷰티 큐레이션과 쇼핑 편의성, 귀국 후 체감한 제품 만족도가 재방문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유통 플랫폼이 관광지가 되다
주목할 점은 외국인들이 더 이상 브랜드만 소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플랫폼과 공간 자체를 소비하고 있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의 경우 개점 50일 만에 누적 거래액 7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40% 이상이 외국인 구매였다. 최근에는 외국인 구매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한국 소비자보다 해외 관광객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29CM의 이구홈 성수 역시 최근 3개월간 외국인 매출 비중이 56%를 기록했다. 패션과 뷰티뿐 아니라 문구, 주방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상품 전반이 관광 소비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성수동은 과거 제조업 기반 산업지역에서 K패션과 K뷰티, K라이프스타일이 집약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하며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단순 쇼핑몰 방문이 아니라 한국의 트렌드와 문화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K콘텐츠에서 K커머스로 진화
업계는 이러한 현상을 K콘텐츠 소비의 진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K팝과 K드라마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형성했다면 K뷰티와 K패션은 실제 소비를 유발하고, 최근에는 한국인의 일상까지 경험하려는 ‘K-데일리케이션(K-Dailycation)’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영세일 기간 비수도권 매장의 외국인 매출 증가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돈 점은 관광객들이 서울 중심의 쇼핑을 넘어 지역 상권까지 소비 영역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면세점 중심의 관광 소비 구조와도 차이가 있다. 명품 구매를 위한 방문이 아닌 한국 브랜드와 트렌드를 체험하기 위한 방문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해외 소비자들은 단순히 한국 제품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쇼핑 문화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며 “K뷰티와 K패션을 중심으로 형성된 팬덤이 실제 방한 수요와 재방문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체험형 매장과 글로벌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K콘텐츠가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K커머스가 방한 관광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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