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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가해자 22명이 줄 서서 기다렸다…“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재판부도 분노한 그날 [오늘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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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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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4633433?ntype=RANKING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 <편집자주>


 

2016년 서울 도봉경찰서로 들어서는 ‘초안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한모(당시 21세) 씨. KBS 갈무리

2016년 서울 도봉경찰서로 들어서는 ‘초안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 가해자 한모(당시 21세) 씨. KBS 갈무리(중략)

9년 전 오늘인 2017년 6월 22일. 서울고등법원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재판부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이날은 서울 도봉구 초안산에서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날이었다.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한모(당시 22세) 씨와 정모(당시 21세)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어 김모(당시 22세) 씨와 박모(당시 21세) 씨에게는 각각 징역 6년이 내려졌다.

한 씨는 1심 형량이 유지됐지만 정씨와 김씨, 박씨는 1심보다 형량이 각각 1년씩 늘어났다. 특히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김씨는 이날 법정구속됐다.

◇산 속에 줄 서서 기다린 가해자들…“일본군 위안부가 떠올랐다”=재판부가 공개적으로 분노를 드러낸 배경에는 사건의 잔혹성이 있다. 2011년 9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한 씨 등 11명은 서울 도봉구 초안산으로 여중생 2명을 유인해 억지로 술을 먹인 뒤 집단으로 성폭행했다.

하지만 불과 8일 뒤 범죄는 반복됐다. 이번에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인근 남고생들이 같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것. 가해자만 무려 22명에 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록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며 “피고인들이 줄을 서서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려고 기다렸다는 내용을 보고 일본군 위안부가 떠올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들에게 유리한 정상은 오직 범행 당시 ‘소년(미성년자)’이었다는 점뿐이다. 당시 성인이었다면 훨씬 더 중한 형을 선고해야 마땅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소년법 적용으로 죄질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형량이 선고될 수밖에 없었지만, 재판부의 발언은 사건의 죄질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남았다.
 

‘초안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두고 재판부가 “기록을 보니 분노가 치민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초안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두고 재판부가 “기록을 보니 분노가 치민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JTBC 보도화면 갈무리◇4년간 닫힌 문을 두드린 형사…5년 만에 세상에 드러나다=사실 사건은 범행 직후 세상에 알려진 게 아니다. 피해자들은 극심한 충격과 두려움에 침묵했고,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마리는 2012년 다른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던 김장수 형사가 우연히 들은 학생들의 대화에서 찾았다. 학생들은 “2011년 초안산에서 애들 모아놓고 그런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강력범죄임을 인지한 김 형사는 어렵게 피해자를 찾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1년간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방 안에 숨어 지냈고, 가해자들의 보복이 두려워 수사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나 김 형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년 동안 피해자를 찾아가 설득했다. 그렇게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2016년 1월 피해자는 마침내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내놨다. 이어 같은 해 3월 정식으로 가해자들을 고소했다.

범행 후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직접적인 증거는 대부분 사라졌고 기억도 흐려진 상태였다. 가해자들도 “기억이 안 난다”, “피해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관련자 진술과 정황 증거를 토대로 수사를 이어갔고, 결국 총 22명의 가해자를 특정했다.

◇“합의하려고 돈 많이 썼는데”…법정에 울린 부모들의 항의=2016년 8월 26일 첫 재판이 열렸다.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던 가해자들은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를 바꿨다. 불구속 기소된 6명 중 5명은 “초안산에 올라가긴 했으나 다른 피고인들의 범행 사실을 전혀 몰랐다”, “사건 당일 현장에 가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17년 1월 20일 1심 재판부는 주범 4명 중 2명에게 징역 7년과 6년을, 나머지 2명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른 가해자 2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또 다른 피고인 5명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가해자들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2017년 6월 22일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주범 4명 중 3명의 형량이 각각 1년씩 늘었고, 집행유예를 받았던 2명 중 1명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죄가 선고되자 가해자들의 부모들은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돈을 많이 썼는데 어떻게 형량이 더 늘어날 수 있냐”, “젊은 애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항의했다. 결국 한 중년 남성은 퇴정 명령까지 받았다.

가해자들은 다시 상고했지만 그해 10월 26일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군 복무 중이던 다른 가해자들도 군사법원에서 징역 4년 등 비슷한 수위의 처벌을 받았다.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 22명의 범인을 모두 검거한 김장수 형사. KBS 갈무리

도봉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 22명의 범인을 모두 검거한 김장수 형사. KBS 갈무리◇김 형사에게는 1계급 특진…형 마친 가해자들은 모두 사회로 복귀=성범죄를 끝까지 밝혀내겠다는 집념으로 4년 동안 수사를 이어간 김장수 형사에게는 포상으로 1계급 특진이 주어졌다.

현재 이 사건 가해자들은 모두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상태다. 형법상 미결구금 기간은 확정 형기에서 산입되기 때문에 가장 무거운 7년을 선고받은 가해자도 이미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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