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계약 물량은 누적 4.4기가와트다. 대만 안에서 그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샀다고 했다. 단순 용량 기준으론 원자력 발전소 4개다. (재생에너지는 이용률이 낮기 때문에 실제 연간 생산량은 절반이 안 될 것이다.) 지난해 연차 보고서에서 2024년 12월 현재 기준이라고 직접 밝힌 숫자다. 삼성전자는 10분의 1이 안될테니, TSMC는 정말 엄청난 양의 재생 전기를 사고 있다.
재생전기를 사는 방식도 매우 바람직하다. 발전사와 '앞으로 이만큼 20년 이상 산다'는 식으로 계약했다. 직접구매 계약(PPA)이다. 이건 보통 '건설 예정인 풍력·태양광 발전소' 개발사와 하는 약속이다. 내가 사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투자해서 지어, 라고 북돋아 주는 거다. 없던 발전소가 생기게 만드는 효과가 크다. 부가성(Additionality)이라고 한다.
대만 그린피스의 캠페이너 레나 장은 지난해 TSMC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재생전기 더 살 거냐?'고 돌직구를 던졌다. 그러자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직접 답했다. "비용이 좀 더 들어도 상관없다. 살 수 있는 녹색 전기는 반드시 산다."고 답했다.
TSMC는 정말 진심이다. 심지어 직원 상여금 비율까지 줄인다.
지난달 삼성의 성과급 협상이 화제가 되었을 때, 대만의 TSMC에서도 직원들의 성과급 인상 요구가 거셌다. 이 때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설명에 나섰다.
'세후 순이익의 12%였던 직원 보너스 분배 비율(직원 분홍이라고 부른다)을 10%로 줄인 사유는 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전력 구매를 했고, 또 전기 요금 상승에 대응했다고 했다. 지속가능 자원에 투자하느라 그랬다. 그러니까 TSMC는 직원 성과급까지 조정해 가며 재생에너지를 사고 있다.
■ 이유는 ①비싸서, ②RE100
더 비싸다는데 왜 재생전기를 사려는 걸까? 간단하다. 전기 값이 계속 비싸지기 때문이다. 대만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더 비싼 전기요금을 매긴다. 2024년 기사를 보면, 전기요금을 평균 11% 올리면서, TSMC 요금은 특별히 25% 올렸다. 더 많이 쓰는 기업이기도 하고, 사용량 증가율도 높으니 더 많이 내라고 했다. 제도가 변화의 인센티브를 만들었다.
또 RE100 때문이다. TSMC는 애플은 고객들이 요구하는 이 RE100 기준 충족에 진심이다. 시점도 당기려 한다. 애초에 2050년까지 RE100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삼성도 RE100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우리는 10년 당겨서 2040년까지 RE100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만 재생에너지 증가 상황을 보니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 삼성의 현주소: 녹색 프리미엄에 갇혔다
일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50년 RE100을 목표로 한다. TSMC보다 10년 늦다.
삼성전자의 국내 사업장 RE100 이행률은 9%였다. SK하이닉스는 11%. 해외에선 100%라는데, 사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쓰는 전기가 전체의 77%다. TSMC가 아직은 14%밖에 안 되니까 큰 차이가 아닌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TSMC가 계약한 풍력 전기 대부분은 이제 막 가동을 시작했거나, 아직 건설 중이다. 이게 다 본궤도에 오르면 차이는 급격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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