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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방탄소년단(BTS) RM 한탄 뒤에 숨은 바가지의 본질.... 관광객을 뜨내기로 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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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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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엔 명동이 꽤 한산했다. 손님들이 약국을 찾는 건 보통 숙소에 들어가기 전 늦은 저녁. 평소 같으면 매대 앞에 줄이 늘어설 시간인데, 손님이 드문드문 들었다. 그중 한 명이 방탄소년단(BTS) 포토카드를 스마트폰 뒷면에 소중하게 끼워둔 동남아계 여성이었는데, 상비약을 고르며 내일 부산에 내려간다고 들떠 말했다. 그제야 거리가 빈 까닭을 알았다. 공연 하나 때문에 서울에 올 사람들이 죄다 부산을 간 거다. 명동 한복판에서 체감한 BTS의 힘이었다. 그렇지만 그네들이 맞닥뜨린 게 따뜻한 환대가 아니었단 게 문제다.

 

BTS는 이틀간 부산에서 공연을 열었다. 병역을 마친 멤버들이 다시 뭉쳐 시작하는 월드투어의 첫 무대라 전 세계에서 팬이 몰렸다. 문제는 숙소였다. 한 숙박 앱에선 평소 7만원대 모텔이 143만원을 부르는 일도 예사고, 이미 예약을 끝낸 손님에게 웃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거나, 값을 올려 받겠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한 곳도 적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접수된 피해 신고의 83%가 숙박에 몰렸고, 신고자의 83.8%는 외국인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BTS 멤버 RM이 “부산 숙박 문제로 뉴스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좀 적당히들 하입시다”라고 사투리 섞인 한탄을 내놓기도 했다. 부산 출신 멤버가 더 두드러진 민망함이다. 실제로 공연 이후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몇 명에게 물어보니, 우리나라를 몇 번 방문했던 동남아 관광객들도 고개를 내젓고, BTS 공연 때문에 처음 한국에 왔다는 스웨덴 출신 고객은 너무 실망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자랑하는 나라의 뒷모습이다.

 

딱한 건 이게 처음이 아니란 사실이다. 4년 전 BTS의 부산 콘서트 때도 똑같은 바가지가 기승을 부렸다. 주의보를 내리고 단속을 벌여도 큰 행사만 잡히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단순히 몇몇 비양심 업자가 벌이는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장사하는 이의 처지에서 따져보자. 오늘 바가지를 씌운 외국인 손님을 내일 다시 볼 일이 있을까? 공연이 끝나면 그들은 본국으로 돌아간다. 다시 볼 일이 극히 드물다. 이런 상황을 게임이론 관점에서 살펴보면 상황이 명확해진다.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상대는 함부로 속이면 다음번에 보복당하니 서로 정직한 편이 이득이지만, 두 번 볼 일 없는 상대라면 한 번에 최대한 뜯어내는 쪽이 이득이다. 관광지 한복판의 바가지 식당과 동네 단골 백반집을 견줘 보면 쉽다. 동네 백반집은 양을 속이면 당장 발길이 끊기지만, 두 번 올 일 없는 관광지 식당은 한 끼를 비싸게 받아도 잃을 게 없다. 한철 뜨내기로 취급받는 손님에게 바가지는 약탈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인 셈이다.

 

그렇다면 물어야 할 건 따로 있다. 왜 우리나라 관광지는 모든 손님을 뜨내기로 보는가. 왜 다수의 국내 관광은 ‘딱 한 번’으로 끝나는가. 한 번 다녀가면 그만인 여행과 몇 번이고 다시 찾는 여행을 가르는 건, 결국 그곳에만 있는 무언가다. 그게 없으면 모든 거래가 일회성이 된다. 즉 우리나라의 관광 문화는 반복할 만한 특색이 없다는 게 본질적 문제인 것이다.

 

두쫀쿠가 전국에 깔리는 나라

 

지난 상반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간식이 두바이 쫀득 쿠키, 줄여서 두쫀쿠다. 마시멜로로 피스타치오를 감싼 이 디저트가 인기를 끌자, 카페 체인점은 물론 동네 카페들도 모두 수제 두쫀쿠 제작에 열을 올렸다. 원조인 경기도 김포시 인근에 두쫀쿠를 파는 가게가 많은 것, 모든 트렌드가 모이는 서울에 두쫀쿠 가게가 생기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런데 전국 팔도에 두쫀쿠가 똑같이 퍼지는 건 좀 이상한 일이다.

 

해외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에선 홋카이도에 가야 삿포로 지역에만 유통되는 지역 맥주를 마실 수 있고, 후쿠오카를 찾아가야만 하카타 지역 특산 과자를 살 수 있다. 다른 곳에 팔 수 있지만 일부러 그 지역을 벗어나선 팔지 않는다. 덕분에 과자 하나가 ‘거기 가야 할 이유’가 되고, 사람들은 기어이 그 도시를 다시 찾는다. 한 번의 방문이 다음 방문을 부르는 구조다.

 

일본을 찾는 이들이 지역마다 다른 특산품을 의미하는 오미야게(お土産)를 사 모으느라 여러 도시를 도는 것도 그래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대전의 성심당이 그렇다. 수도권에도 해외에도 지점을 내자는 제안을 한결같이 마다하고 대전 안에서만 다섯 곳을 연다. 대표 빵인 튀김소보로는 상하기 쉬워 택배로도 못 부친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니 성심당을 먹으려면 대전까지 가는 수밖에 없고, 그런 불편이 되레 대전을 빵의 성지로 만들었다.

 

우리는 대개 반대로 간다. 두쫀쿠가 떴다 하면 대구에서도 광주에서도 똑같이 판다. 어느 도시를 가든 같은 유행 상품이 천편일률적으로 늘어서 있으니, 굳이 그 도시여야 할 까닭이 옅어진다. 지역이 저만의 무언가를 잃을수록 그곳을 다시 찾을 이유도 함께 사라진다.

 

사실 관광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관광객 수 자체가 아니라 재방문율이다. 한 번 방문한 사람이 다시 찾아오고, 가족과 친구에게 추천하고, 다음 여행지로 또 다른 지역을 선택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때 관광은 산업이 된다. 반면 방문객 숫자만 늘리는 데 집착하면 손님은 일회성 소비 대상으로 전락한다. 지역 상인과 숙박업소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얼마를 더 벌 것인가가 중요해지고, 관광객 역시 그 지역에 애정을 느끼지 못한 채 떠난다. 관광객 1명을 더 유치하는 것보다 이미 다녀간 관광객 1명이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이유다. 결국 관광의 경쟁력은 화려한 축제나 유명 연예인의 공연이 아니라, 그 도시를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신뢰와 기억에서 비롯된다.

 

바가지의 뿌리가 실은 여기에 있다. 다시 올 이유를 주지 못하는 도시에서는 모든 손님이 뜨내기고, 뜨내기 앞에서는 바가지가 합리적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짧게 보면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지역을 살리고 독창성을 갖춘 롱런을 가능하게 하는 건 지역 독점 브랜드들이다. 그런 상품이 쌓일수록 관광은 한 번 훑고 지나가는 뜨내기 장사가 아니라 같은 손님이 몇 번이고 돌아오는 지속 산업으로 바뀐다. 진정한 의미의 관광 특수를 오래 누리기 위해선 관광객을 대하는 근본적 태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5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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