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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여기서 10년 살 줄이야” 부부 월 생활비 550만원…삼성 ‘시니어 주거타운’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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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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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세대가 여생을 어떻게 보내고 자식들의 부양 부담을 어떻게 덜 수 있을지가 점점 사회적 화두로 확대되고 있다. 그 답을 시장에서 찾으려는 움직임도 빨라졌다. 공적 돌봄만으로는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KB·신한 등 금융사들이 잇따라 요양·시니어 주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생명도 지난해 시니어 전문 자회사 삼성노블라이프를 세우고,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노블카운티를 인수했다.

민간 금융사들이 세운 요양·시니어 주거 시설에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노블카운티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일상을 통해 이곳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네 가지 버전으로 끓이는 김치찌개…“자식도 이렇게 못해”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시니어타운 삼성노블카운티 식당에서 입주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삼성노블카운티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시니어타운 삼성노블카운티 식당에서 입주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모습. [삼성노블카운티 제공]

이곳 식당에서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나오는 날이면 주방엔 냄비가 네 개 마련된다. 돼지고기를 넣은 빨간 찌개와 하얀 찌개, 돼지고기를 뺀 빨간 찌개와 하얀 찌개. 매운 정도와 호불호를 모두 가른 결과다. 콩을 못 드시는 분을 위해 따로 육수를 내는 일도 예사다. 입주민마다 좋아하는 것, 못 먹는 것, 앓는 병을 영양사가 미리 상담해 반영한다.

임상영양사 한 명과 조리사 13명, 음식을 자리까지 나르는 홀 직원 30여명이 600여명의 한 끼를 떠받친다. 밥은 경기 수향미를 가마솥에 짓는다. 단백질이 부족할까 ‘폭탄 계란찜’ 같은 찬을 따로 두고, 저녁엔 신청자에 한해 채소를 쪄 샐러드로 낸다.

이쯤 되면 단체급식이라기보다 집밥에 가깝다. 실제로 굴지의 대기업 급식 컨설팅 전문가들도 노블카운티 식사 현장을 보고는 “우리는 이렇게 못 한다”며 돌아갔다는 게 운영진의 설명이다.

삼성노블카운티 입주민의 한 끼. 언뜻 보면 평범한 가정식 백반이다. 그러나 이 한 상에는 누가 콩을 못 먹는지, 누가 싱겁게 드시는지까지 따져 담은 직원들의 ‘세심함’이 숨어 있다. [박성준 기자]

삼성노블카운티 입주민의 한 끼. 언뜻 보면 평범한 가정식 백반이다. 그러나 이 한 상에는 누가 콩을 못 먹는지, 누가 싱겁게 드시는지까지 따져 담은 직원들의 ‘세심함’이 숨어 있다. [박성준 기자]

홀 직원의 일은 음식을 나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느 어르신이 식사에 손을 거의 안 댔는지, 며칠째 식당에 안 내려왔는지를 살펴 사회복지사·간호사에게 전달한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안 보이면 전화로 “어머니, 식사하러 내려오세요”라고 전화를 건다. 목소리가 영 좋지 않으면 도시락을 들고 올라가 얼굴을 확인한다. 사람이 곧 센서인 셈이다. 한 입주민이 “자식보다 낫다”고 한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노블카운티 같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시니어가 ‘더 잘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해 들어가는 주거 공간이다. 요양원(노인요양시설)은 돌봄이 필요해 불가피하게 선택해 입소하는 곳이다. 즉, 노블카운티가 식사 한 끼에 이만큼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은 ‘아픈 사람을 눕히는 곳’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사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차트 밖 어르신 상태까지 알아요”

하지만 사람은 늙고 몸은 변한다. 노블카운티의 진짜 강점은 이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다.

노블카운티 단지 안에는 의원이 있다. 현재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피부과까지 다섯 개 과가 들어섰고,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한다. 타워동에도 24시간 간호 인력이 대기한다. 한밤중 몸이 안 좋을 때, 당장 병원에 가야 할 일인지 아침까지 기다려도 될 일인지를 곁에서 판단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큰 병원에 가야 하면 간호사가 119에 동행한다. 삼성서울병원과 셔틀·예약이 연계돼, 한 입주민은 “일반인은 몇 달 걸리는 예약이 여기선 바로 된다”며 흡족해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에는 노인들이 살고, 활동하는 공간 외에도 곧장 치료받을 수 있는 의원이 붙어 있다. 사진은 노블카운티의원 실내 모습. [삼성노블카운티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에는 노인들이 살고, 활동하는 공간 외에도 곧장 치료받을 수 있는 의원이 붙어 있다. 사진은 노블카운티의원 실내 모습. [삼성노블카운티 제공]

삼성노블카운티의원에서 일하는 김현진 파트장(간호사)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보통 병원은 차트 안만 보지만, 우리는 차트 밖에서 이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요”라고 말했다. 가령 한 어르신이 평소와 달리 식사에 손을 대지 않으면, 그 신호가 식당에서 간호팀으로 전해져 그날 바로 건강 상태를 살피는 식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3년간 단지 안에서 집단감염이 한 번도 없었던 것도 이런 촘촘한 ‘사람의 그물망’ 덕이라는 게 직원들의 자부심이다.

식당 직원이 본 것, 밤사이 간호사가 본 것이 전산망 하나로 모인다. 그래서 의사가 진료실에서 만나기 전에 이미 그 어르신의 어제를 안다. 시니어에게 흔한 근력 감소를 잡는 검진을 따로 두고, 반지형 혈압계나 심장 리듬을 기록하는 패치 같은 장비도 먼저 들여와 시험하는 것도 이곳의 일이다.

참고로 일반 실버타운은 법적으로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의사 상주가 허용되지 않는다. 단지 내 의원과 생활 공간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가 흔치 않은 이유다. 건강할 때부터 돌봄이 필요한 순간까지 한 단지에서 거처를 옮겨가며 사는 모델을 ‘연속보호형 은퇴주거단지(CCRC)’라 부르는데, 국내에서 이를 온전히 구현한 사례로 노블카운티가 꼽히는 까닭이 여기 있다.

평균 거주기간 7.3년, 재계약률 92%

지난 12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삼성노블카운티에서 열린 ‘브레인 피트니스 센터’ 교육에서 입주민들이 뇌 건강 수업을 듣고 있다. [박성준 기자]

지난 12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삼성노블카운티에서 열린 ‘브레인 피트니스 센터’ 교육에서 입주민들이 뇌 건강 수업을 듣고 있다. [박성준 기자]

노블카운티에서의 하루는 식음과 의료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박 씨를 처음 만난 곳도 식당이 아니라 단지 안 ‘브레인 피트니스 센터’였다. 치매를 예방하고 인지 기능을 붙드는 데 초점을 둔 공간으로, 단순한 취미 교실이 아니라 신경심리사가 입주민의 상태를 평가하고 그에 맞춰 난이도를 조절하는 두뇌 훈련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이날 신경심리사는 어르신들 앞에서 뇌 그림 한 장을 펼쳤다. “전두엽이 약해지면 말은 다 이해하는데 단어가 입에서만 맴돌고 안 나옵니다. 측두엽이 고장 나면 술술 말은 하는데 정작 질문을 못 알아들어요.” 그러곤 빈칸 채우기 같은 쉬운 문제 대신, ‘이 증상은 뇌의 어느 부위 문제일까’를 거꾸로 맞히는 한 단계 높은 문제를 냈다.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이라 쉬운 건 영 재미없어하셔서요.” 신경심리사의 말에 강의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다. 학기제로 굴러가는 정규 프로그램이고, 600명 가까운 입주민이 수강한다. 기자도 어깨너머로 문제지를 들여다봤다가 정답이 헷갈려 머쓱해졌다. 교육에 참여한 한 입주민은 “처음엔 쉬워 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잘 안 풀린다”며 “끝나고 나면 혼자 미소 짓게 된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삼성노블카운티 내 스포츠센터에서 입주민들이 운동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삼성노블카운티 내 스포츠센터에서 입주민들이 운동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문화센터에선 음악·미술 같은 평생학습 강좌가 돌아간다. 지하로 내려가면 11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과 스포츠센터가 있다. 흥미로운 건 이 부대시설을 입주민만 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안 리빙프라자는 인근 영통·용인 주민에게도 열려 있어, 스포츠·문화센터에는 하루 2000~2500명이 드나든다.

통상 실버타운이라고 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만 모여 사는 쓸쓸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노블카운티 운영진은 이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일부러 젊은 세대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쓰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단지 안엔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있다. 지역 영유아 백여명이 다녀, 시니어타운인데도 곳곳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섞여 든다. 노인만 모인 곳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섞이는 동네. 그래야 어르신들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밥과 병원, 배움과 운동, 그리고 아이들 웃음까지. 이 모든 것이 6만8000평 한 울타리 안에 있다. 2001년 삼성생명공익재단 산하로 문을 연 뒤 25년간 쌓인 살림이다. 입주민들이 입을 모으는 ‘안정감’의 뿌리도 결국 이 시간에 있다. 개원 초기부터 일해 온 직원이 적지 않아, 한 입주민의 식성과 지병, 어제의 컨디션까지 꿰고 있는 사람이 단지 안에 늘 있다는 점도 다른 시설과 구별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타워동 입주민의 평균 거주기간은 7.3년, 지난해 재계약률은 약 92%에 이른다.

월 생활비 1인 약 300만원, 부부 550만원 안팎

그렇다면 노블카운티의 입주 조건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비용은 얼마나 할까.

먼저 실버타운은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60세 이상이면 입주를 상담할 수 있다. 노블카운티는 자립 생활이 가능한 시니어가 머무는 타워동 555세대와, 돌봄이 필요한 단계의 너싱홈 171병상으로 이뤄져 있다. 입주민 평균 연령은 84세. 부부와 독신 입주 비율은 7대 3 정도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노블카운티는 보증금을 퇴거 때 돌려받는 임대형으로, 보증금은 평형에 따라 5억8000만~15억8000만원으로 폭이 넓다. 월 생활비는 1인 약 300만원, 부부 550만원 안팎(평형·계약에 따라 변동)이다. 여기엔 ▷하루 세 끼 식사 ▷주 2회 청소 ▷대형 세탁 대행 ▷단지 내 의원 진료와 24시간 간호 ▷수영장·사우나·피트니스 이용까지 묶여 있다. 적은 돈은 아니다. 전국의 실버타운 생활비는 월 100만원대에서 수백만원대까지 다양한데, 노블카운티는 서울 더클래식500 등과 함께 최상위 가격대에 속한다.

흥미로운 건 막상 들어와 보니 생활비가 되레 줄었다는 입주민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노블카운티는 세 끼를 모두 의무식으로 포함해 추가 식비가 없는 반면, 의무식이 적은 일부 신축 시설은 월간 비용으로 볼 땐 더 싸 보여도 따로 사 먹는 식비를 더하면 실제 생활비가 더 나오기도 한다. 집에서 부부가 따로 쓰던 식자재비·검진비·여가비가 한데 묶이며 오히려 효율이 생긴 셈이다.

즉, 숫자 하나가 아니라 ‘무엇이 포함됐는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비싼 호텔 밥이라고 꼭 정이 담긴 게 아니듯, 또 동네 단골식당의 1만원짜리 백반에 안부와 반찬 하나가 더 얹히듯 만족도는 가격표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게 현장에서 받은 인상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 입구 전경. [박성준 기자]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 입구 전경. [박성준 기자]

부부의 건강 상태가 서로 달라도 한 단지에서 의지하며 지내고 싶은 이들, 자녀가 멀리 있어 24시간 곁의 의료가 든든한 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노후를 수동적으로 보내기보다 운동하고 배우며 능동적으로 살고 싶은 시니어라면 노블카운티를 고민해 볼 법하다. 예를 들어 현재 별다른 고정 수입은 없지만, 집 한 채를 가진 은퇴 부부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부터는 담보로 맡긴 집에 직접 살지 않고 실버타운 등으로 옮겨도 주택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실거주 요건이 완화됐다. 만약 시세 5억~10억원 아파트를 연금에 넣고 그 집을 월세로 돌릴 경우(공사 사전 승인 필요) 연금과 임대수익을 합쳐 매달 수백만원의 현금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 노블카운티에선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매달 월세를 더 내는 방식도 함께 운영해, 목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했다.

물론 마지막까지 망설이게 하는 건 결국 신뢰다. 입주는 단순히 집을 옮기는 게 아니라 남은 삶을 통째로 맡기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시설의 화려함보다 운영 주체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시설을 꾸려왔는지를 끝까지 따져보라고 당부한다.

 

https://v.daum.net/v/20260621064959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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