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숨진 교사들 유서에 반복된 말 [플러스 인터뷰]
"교사는 항상 누군가한테 사과하고 있어요. 누군가한테 항상 사과하고 있더라고요."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장은 지난 3년 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의 유가족들을 마주해 왔다. 그가 수많은 자료를 검토하며 반복적으로 확인한 건, 교사들의 유서와 마지막 기록이었다.
예외 없이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했다.
| 죄송합니다 / 잘못했습니다 / 앞으로 잘 살피겠습니다. |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교 교사는 107명이다. 사망한 교사들의 유가족,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살아남은 생존 교사들은 2023년 9월 ‘교사유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현재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 13명의 유가족이 함께하고 있다.
본래 IT 업계에서 일했던 박 회장이 이 일에 뛰어든 건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다. 숨진 교사는 그의 사촌동생이었다. 당시 경찰은 동생의 죽음을 개인사로 설명했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뛰어든 그에게, 다른 유족들의 연락이 잇따랐다.
■ "교사들, 모순 속 양자택일 강요받아"
박 회장은 교사들이 계속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를 "의무는 있는데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예컨대 학생 간 다툼이 발생하면 교사는 이를 해결할 책임을 지는데, 사실 확인을 위해 CCTV를 열람하거나 상황을 증거로 남기려 영상을 찍으면, 오히려 아동학대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해요. 교사가 모순 속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거죠. 왜 이 권한 없는데 행사했냐. 근데 안 하면 왜 선생인데 책임을 지고 안 하냐. 이게 계속 들이밀어지는 거예요."
박 회장은 교사들이 놓인 처지를 이렇게 묘사했다.
"칼도 없고 방패도 없는데 포크 하나, 조그마한 이쑤시개나 주고 해결해라. 이런 꼴이죠."
그는 악성 민원의 본질이 '반복'에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한 번 요구하는 것은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20~30명의 학부모로 늘어나고, 매일 밤낮과 주말까지 반복되면 교사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민원 창구의 분리를 주장하는 이유다. 교사 개인이 모든 민원을 직접 상대하게 하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 한 사람 입장에서는 1이나 2만큼밖에 요구 안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20명이 되면 40이잖아요. 선생님은 견딜 수 있는 건 10인데. 나머지 30을 적어도 누군가가 대신해 주는 그런 매뉴얼, 그런 장치가 있다면 10으로 견딜 수가 있잖아요."
■ "순직 인정 부담은 유가족 몫…파산 각오해야"
박 회장은 교사가 사망한 뒤 남겨진 가족들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충분히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비참 그 자체죠. 직업을 잃고, 빚에 시달리며 아이들은 PTSD에 시달리는 삶."
교사가 사망하면 유족들은 진상조사와 순직 심의라는 벽에 부딪힌다. 박 회장은 경찰이나 소방, 군인과 달리 교사 직군은 지원 체계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했다.
현재 알려진 교사 직군의 순직 인정률은 21%. 박 회장은 이 통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망자가 100명이 있으면 다른 직군은 80명, 90명이 순직 신청을 하는데 교사분들은 애초에 100명 사망하면 10명 신청을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누적 집계된 자살 사망 교사가 550명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순직 신청자는 50명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회장은 특히 교사 순직 절차에서 입증 책임을 오롯이 유족이 떠안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족들이 고인의 순직을 신청하는 이유는 보상금이 아니라 명예 때문이라고 했다.
"포렌식 비용, 변호사 및 노무사 비용 등 수천만 원이 드는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데, 순직을 만약에 도전하다가 못 받으면 정말 파산하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돈은 순직이 인정된다고 해도 진짜 오히려 더 마이너스가 돼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56/0012203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