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줄고, 인재는 안 온다
R&D-벤처 투자 수도권 쏠림 심화… 열악한 정주 환경 지방 기피 부추겨
‘명장’ 운영 기업도 인재확보 어려움… 구인난 넘어 기술 경쟁력 격차 확대
“수도권과 차별화된 지원 필요” 지적
“인공지능(AI) 엔지니어를 구하려는데, 채용 공고를 내도 몇 달째 이력서가 한 건도 안 들어옵니다.”
지난달 22일 전북 김제시 지평선산업단지의 종합 건축자재 기업 광스틸의 곽인학 대표는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광스틸은 건물 외벽 등에 쓰이는 패널을 생산하는 강소기업. 기존 외장재의 고질적 문제인 누수와 화재 확산 문제를 개선한 ‘스피드블록 메탈패널’을 개발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등에 납품하고 있다. 곽 대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철탑산업훈장도 받았다.
지방의 노후한 산단과 열악한 정주 환경은 지방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노후 산업단지 중 카페가 한 곳도 없는 곳이 58%, 편의점이 한 곳도 없는 곳도 56%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가 1월 30일∼2월 5일 실시한 ‘지방 중소기업 지원정책 의견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비수도권 중소기업(569개사)의 63.4%는 수도권과의 기업 경영환경 격차가 크다고 답했다. 격차를 느끼는 분야로는 인력 확보가 66.2%로 가장 높았고, 교통·물류·입지 등 인프라가 51.2%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김제 지평선산단은 자가용 없이는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익산역에서 광스틸 공장까지는 택시로 약 20분 거리였지만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면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공장 인근에는 수도권에서는 흔한 카페 하나 없었다.
청년 구직자들은 ‘기회 밀도’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전 모 씨(26)는 “자녀 양육, 자산 형성, 결혼 등 삶의 기회도 수도권이 더 많다고 느낀다”며 “생활·교육 인프라까지 개선돼야 취업도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방 중소기업 인력난을 단순한 채용 문제가 아니라 지역 혁신 생태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와 인재가 수도권으로 쏠리는 상황에서 지방 중소기업이 자체 노력만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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