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열기가 달아오를수록 일할 의욕이 꺾이는 이른바 ‘코스피 블루’(코스피로 인한 우울감)가 번지고 있다. 투자해 버는 돈(자본소득)과 일해서 버는 돈(노동소득)의 차이가 커지면서,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근로빈곤층이 늘 거란 분석도 나온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총소득에서 노동자가 임금·보수 등으로 번 돈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피용자보수비율, 옛 노동소득분배율)은 66.8%로 1년 전(67.4%)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2021년(66%)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자 2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피용자보수는 1273조원으로 전년 대비 3.8% 늘었는데, 이는 2020년(2.4%) 이후 5년 만에 최저치였다.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 조사를 봐도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 증가율은 0.3%에 그쳤다. 사업(2.6%)·재산(9.1%)·이전(9.7%)소득 증가율에 한참 뒤졌다. 모든 소득을 포함한 경상소득 증가율(2.4%)에도 못 미쳤다.

반면 기업 이윤·이자·배당 등 자본소득분배율(100-피용자보수비율)은 상승세다. 지난해 기업의 영업잉여는 제조업·증권중개업을 중심으로 6.3% 증가한 58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제 활동의 결과물인 부가가치나 소득을 노동보다 자본(또는 기업)이 가져가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일만 해선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건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가데이터처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집계 결과 근로소득이 있지만 중위소득 50% 이하인 근로빈곤층 규모는 전체 취업자의 10~12%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약 300만 명대로 추산된다.
이날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1.58% 오른 8864.24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다. 9000선까지 단 140포인트가량만 남겨뒀다. 주식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국민 4명 중 1명이 주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상장사 주식 소유자는 1455만8479명으로 1년 새 33만 명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기업이 자본투자를 늘려도 고용 한파는 계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4만 명 줄며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AI 영향과 주식시장 중시 정책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 자본소득분배율 상승 흐름을 더 강화하는 요인”이라며 “고용지표는 하향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투자의 시대라 하더라도 결국 노동의 가치가 더 커질 거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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