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주택 매수 자금에서 증여·상속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는 등 줄어든 대출의 자리를 '가족 자금'이 대신하는 모습이다.
17일 국회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 1~4월 주택 취득 자금 중 증여·상속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약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처분을 통해 조달된 자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과거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던 증여·상속 자금이 시장의 주요 유입 경로로 격상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전체 증여·상속 자금이 약 6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불과 4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의 절반을 넘어섰다. 단순한 증가가 아니라 자금 구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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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서울 시장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서울의 증여·상속 자금은 2022년 약 8000억원 수준에서 2025년 4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다. 3년 만에 약 5.6배 늘어난 규모다. 전국 대비 서울의 비중도 약 68%에 달한다. 증여·상속 자금의 상당 부분이 수도권, 특히 핵심 입지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양상이 단순한 지역 쏠림을 넘어 자산 축적 구조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증여·상속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주택 구매의 전제 조건이 '소득'이 아닌 '가족의 자산 규모'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 동원력이 곧 주택 접근성과 직결되는 셈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수준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 결과 대출을 통한 자금 계획이 어려워지면서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증여·상속이 급격히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자금조달계획서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과거에는 자기자금 중 예금이나 대출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증여·상속 항목이 빠르게 늘어나며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 거래에서는 증여 자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증여·상속 자금의 확대가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거래량 자체는 과거 대비 크게 늘지 않았지만 자금력이 있는 수요층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시장 참여자의 수는 줄었지만 참여자의 '자금 규모'는 오히려 커진 구조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자산을 이전받을 수 있는 계층은 핵심 입지에 진입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시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소득만으로 주택을 매입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 자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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