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역사 속에서도 수달 가죽은 늘 최고급 사치품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다. 몽골의 원나라가 침략해 왔을 때 그들이 고려 정부에 요구한 가장 중요한 공물 목록 중 하나도 수달 가죽이었다. 조선시대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로 떠나는 사신들 보따리 속에 수달 가죽은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최고급 외교 예물이자 무역 품목이었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수달을 도구화한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수달의 고기와 간, 심지어 발과 뼈까지 온갖 질병을 치료하는 약용으로 쓰인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수달은 인간의 옷차림을 위해 가죽이 벗겨지고, 인간의 건강을 위해 삶아지는 과도한 포획의 표적이었다.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일본 수달
이러한 인간의 탐욕이 한 국가에서 한 종을 통째로 지워버리는 결정적 사례가 바로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다. 과거 일본 하천에는 독자적인 진화를 거쳐온 일본 수달이 살고 있었다. 오랜 기간 유라시아수달의 아종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 유라시아수달과 수백만 년 전 갈라진 완전히 별개의 독자적 종임이 밝혀졌다.
일본 수달은 몸길이 65~80cm에 일본 열도에만 살던 고유종이었다. 5월에서 8월 사이에 털갈이를 하며 계절에 적응했던 이 아름다운 생명체는 짝짓기 철을 제외하면 철저히 홀로 강을 유영하던 밤의 주인이었다.
이 일본 수달의 파멸은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부터 본격화되었다. 문호를 개방한 메이지 정부는 서구 열강과의 무역을 위해 돈이 되는 동물 가죽을 전방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수달 가죽이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자 전국적인 사냥 광풍이 불었고, 20세기 초중반에는 군인들의 방한복을 만들기 위한 집중 포획이 이루어졌다. 1940년대에 이르러서는 개체 수가 파멸적인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본 정부는 뒤늦은 1965년에야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에 나섰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진짜 무서운 재앙인 현대식 하천 개발과 수질 오염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전후 경제 성장에 눈이 먼 일본은 전국의 강을 콘크리트 제방으로 둘러치고 댐을 건설했다. 수달이 보금자리를 틀던 바위틈과 덤불은 굴착기에 깎여 나갔고, 공장 폐수로 물고기가 전멸하자 수달은 굶주림에 허덕이다 도로 위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인간의 그물에 걸려 죽어갔다.
결국 1979년 고치현 신조강에서 목격된 마지막 한 마리를 끝으로, 일본 수달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2012년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일본 수달의 멸종을 선언했다. 그 뒤 2017년에 일본 쓰시마섬에서 수달이 다시 발견되어 멸종된 일본 수달이 돌아왔다며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그러나 배설물 유전자 검사 결과, 그 수달은 일본 수달이 아니라 한국 남해안에서 선박을 타거나 거친 바다를 헤엄쳐 건너간 한국의 유라시아수달로 밝혀졌다. 비록 진짜 일본 수달은 아니었지만, 유라시아수달이 일본 수달과 동일한 생태적 지위를 가졌기에, 일본인들은 이 한국 수달을 통해 자신들이 파괴한 강의 생태계가 언젠가 복원되기를 갈망하는 서글픈 희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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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일본은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레서판다 세 마리를 한국에 보냈고, 현재 이 레서판다들은 서울대공원의 귀빈 대접을 받으며 수많은 한국 관람객을 만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일본의 호의에 화답하기 위해, 우리나라 야생에 고작 600여 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귀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 별이와 달이를 일본으로 보낸 것이다. 우리 정부가 천연기념물 동물을 해외로 반출한 것은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결국 두 나라는 서로의 가장 소중하고 귀한 생명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다지는 외교적 약속을 나눈 것이다.
도쿄 다마동물원의 물줄기를 가르는 한국 수달 별이와 달이를 본다. 녀석들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도, 자신들의 몸짓 하나에 한일 관계의 냉온탕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정치적 사실도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맑은 물이 있으면 풍덩 뛰어들고, 신선한 물고기가 있으면 맛있게 나누어 먹을 뿐이다.
일본인들은 다마동물원의 수달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앙증맞은 몸짓에 웃음만 지을 일이 아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손으로 기어이 멸종시켜 버린 일본 수달의 환영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강을 콘크리트로 메우고 가죽을 벗겨내어 한 종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나라, 그리고 이제는 이웃 나라에서 귀하게 모셔 온 수달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껴야 하는 이 역설적인 풍경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동시에 이 거울은 우리 대한민국을 향하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수달에게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수달은 여전히 위기 근접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1980년대 이후 강력한 서식지 보호와 독성 살충제 규제 덕에 수달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출처 : https://omn.kr/2if58
기사엔 레서판다 3마리 일본에서 받았다고 되어있는데 2마리만 일본에서 받고 1마리는 캐나다에서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