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그룹이 장기연체채권 소각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금융 당국이 이르면 이달 말 금융권의 포용금융 평가 체계를 공개할 예정인데 이를 앞두고 실적을 마련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취약 차주(돈을 빌린 사람)의 추심 부담을 덜어 재기를 돕는다는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포용금융 평가 기준이 선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금융그룹이 이미 손실 처리한 채권까지 포용그룹 실적으로 잡는다면 숫자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금융은 이날 취약 차주 9만여명 몫의 장기연체채권 8876억원어치를 소각하거나 원금·미수 이자를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6870억원어치를 소각해 6만4000여명의 추심 부담을 던다. 고령자나 기초생활수급자가 보유한 3년 이상 연체채권 2006억원어치는 원금과 미수 이자를 깎아줄 예정이다. 원금은 최대 90%, 미수 이자는 전액 감면한다. NH농협은행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상호금융사 NH농협·축협과 그룹의 부실채권(NPL) 관리사인 NH농협자산관리가 보유한 연체채권까지 소각·감면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다른 금융그룹도 비슷한 결정을 했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 고객 중 취약 차주 1만2433명을 대상으로 2785억원 규모의 채무 감면에 나서기로 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대출 원금 5000억원어치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고 4조5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공급한다. 하나금융은 3조10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회수 곤란 등 특수채권이 된 지 5년이 지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채권 2000억원어치를 소각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서 6년 넘게 연체된 1000만원 이하 대출의 추심을 중단하고 미수 이자를 면제하고 있다.
이는 포용금융 제도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은행권 포용금융 실적을 종합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장기연체채권 소각과 원금·미수 이자 감면 등 채무 조정, 햇살론 등 서민금융 상품 공급을 얼마나 했는지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거론된다. 부진한 금융사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조정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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