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투표를 참관하는 것은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정치적 행위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보수 집회의 상징처럼 쓰이면서 그 의미가 ‘반공주의’ 등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이다.
인천지법 형사13부(재판장 김기풍)는 지난해 21대 대선 황교안 당시 대선후보 쪽 참관인이었던 ㄱ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지난 4월10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ㄱ씨는 21대 대선 사전투표일이었던 지난해 5월29일 오전 사전투표참관인으로서 인천 서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참관하면서 대형 성조기를 몸에 둘렀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제166조 3항은 ‘선거일에 완장·흉장 등을 착용하는 방법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표지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검찰은 ㄱ씨가 몸에 두른 성조기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인 표식이라고 봤다.
재판에서 ㄱ씨 쪽은 “성조기는 선거와 관련한 표시물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표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성조기가 사실상 보수 집회의 상징이 된 현실을 근거로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성조기가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 내 특정한 이념적,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집단의 집회에서 그 이념이나 가치관을 뒷받침하는 상징물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국민은 성조기가 나오는 집회가 한미동맹, 반공주의 등과 같은 이념이나 가치관을 공유하는 집단의 집회이고, 성조기는 집회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념의 상징물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또한 ㄱ씨가 두른 성조기가 ‘부정선거’를 연상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ㄱ씨는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가 창립한 ‘부정선거·부패 방지대’에서도 활동했는데, 이들은 지난 2024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정선거 관련 글을 올리며 성조기 이모티콘을 같이 사용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전후로 성조기가 대한민국 내에서 반공, 부정선거, 한미동맹과 같은 정치적 구호를 표현하는 상징물로 사용되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적극적으로 성조기를 사용했다”며 “피고인이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이나 구호를 표현하기 위한 행위로서 성조기를 몸에 두른 채 사전투표를 참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현장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으로부터 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듣고 스스로 이 사건 범행을 중단할 계기가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사유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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