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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Q&A]김수영 교수 "자기경영에 빠진 청년들, '풍요로운 고립'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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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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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 전문가편②]
김수영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터뷰

 

닫힌 방 안에 웅크린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20명 중 1명꼴인 이들은 더 이상 낯선 타인이 아니다. CBS노컷뉴스는 고독사 위험의 그늘에 놓인 고립·은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기사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후속 취재로 전문가 인터뷰 5편을 이어간다. '고립'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볼 수 있을까. '풍요로운 고립' 시대에 홀로 남겨진 이들을 기록한 단행본 '은둔하는 청년들'에서도 목소리를 채워준 전문가들을 통해 그 질문의 답을 따라가봤다.
 

"혼자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정작 내가 쓰러졌을 때 119를 불러줄 이웃도 나의 죽음을 애도해줄 동료도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죠. '풍요로운 고립'이라는 역설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홀로 생활할 수 있는 사회. 자기 착취가 미덕이 되어 타인을 잠재적 경쟁자나 위협으로 간주하는 사회. 김수영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풍요로운 고립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쉬었음 청년 72만 명. 김수영 교수는 고용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청년들이 자기 자신을 '자본'으로 여기며 '자기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장에 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일과 삶을 분리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며,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1인 기업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적 자아로 무장한 청년들은 인간관계에서도 손익을 계산한다. 관계의 이익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기회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하면 기꺼이 관계를 단절한다. 경쟁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앞에서 외로움은 차선이 된다. 시험, 취업, 이직 등 인생의 과도기마다 전략적으로 고립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나오는 이유다. 청년들에게 인간관계는 '사치재'가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SNS의 발달도 고립을 부채질한다. 청년들은 높은 기회비용을 피해 쉽게 연결감을 느낄 수 있는 SNS 등 비대면 소통을 선호한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게 속내를 털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은 외로움을 잠시 달래 줄 뿐 의미있는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여가 시간 대부분을 디지털 기기 앞에서 보내게 되면서 사회적 관계와 물리적 접촉으로부터 멀어진다.

 

김 교수는 청년 고립이 '돈이 곧 생존이자 행복'이 된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대면 관계를 대체해버린 디지털 환경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한다. 청년들이 고립을 택하는 것은 단순히 '혼자가 편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상품'으로 갈고 닦아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 기획기사 후속으로 진행한 전문가 인터뷰. 두 번째 순서로 1인 가구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과 단행본을 펴낸 1인 가구 전문가 김수영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청년이 고립에 빠지게 되는 사회적 배경에 대해 물었다.
 

Q. 청년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인간관계를 최소화하고 '고립을 선택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A. 청년들이 관계보다 고립을 선택하는 경향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가깝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시대였습니다만, IMF 경제위기 이후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이제 정규직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30% 이상이 비정규직인 시장에서 온 힘을 다해 쟁취해야 할 '희소 자원'이 되었습니다. 취업→결혼→출산의 전형적 생애주기에서 취업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애나 친구사귀기는 사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청년들이 선택한 고립은 성공하기 위해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집중하며 최소한의 에너지조차 아껴야 하는 '절전 상태'의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사회성 결여'가 아닌, 우리 사회가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고용의 안정성'의 부재를 투영하고 있습니다.

 

Q. 많은 청년들이 돈과 직업적 성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루지 못해 절망하거나 자기 착취를 거듭하며 번아웃 상태에 빠지고 있습니다. 

 

A. 오늘날 청년들에게 자기계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입니다.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고, 조기 퇴직이 기정사실화된 노동시장에서 더 오래 일하고 수월하게 이직하려면 커리어를 관리해야 합니다. 실제로 청년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시장이 원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자기 난개발'에 몰두합니다.

 

장년 세대는 청년 세대가 '워라밸'을 중시하며, 일만큼 여가를 중요시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확한 해석이 아닙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시대를 사는 청년 세대는 직장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 즉 커리어에는 더 몰두합니다. 이들에게 직장은 언제든 나를 해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따라서 청년들은 직장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언제든 이직하거나 독립할 수 있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습니다. 따라서 퇴근 후에도 편안한 휴식은 쉽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집은 휴식처가 아니라,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제2의 사무실'이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경영의 대상으로 삼는 '자기 경영'의 논리는 결국 자기 착취로 이어집니다. 이직, 해고, 조기 은퇴에 대비해 끊임없이 자신을 최신 상태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강박은 청년들을 번아웃 상태로 내몰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일과 삶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은, 내일을 보장해주지 않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이 청년 개개인을 끊임없이 경영하고 관리하고 착취해야 하는 '1인 기업가(솔로프리너)'로 몰아가기 때문입니다.

 

Q. 꼭 고립·은둔으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타인과의 소통에 피로를 느끼고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A.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인생은 일종의 커리어 경영이며,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된 자원입니다. 기업가적 자아는 학력, 스펙, 커리어처럼 노력한 만큼 성과가 예측 가능한 영역에 우선적으로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근을 하면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공부를 하면 성적이 오르는 것처럼, 투입 대비 결과가 명확한 일에는 기꺼이 자신을 던집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이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습니다. 관계는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영역입니다. 연애에 지극정성을 쏟아도 이별할 수 있고, 친구에게 잘해주어도 호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가적 자아의 관점에서 볼 때, 관계는 투자 대비 성과 지표가 불분명하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큰 '저효율·고위험 인생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결국 많은 청년이 소통에 피로를 느끼고 관계를 최소화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역(일, 스펙, 자기계발)에만 집중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주는 기쁨보다는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감정적·시간적 기회비용이 더 커진 사회, 이것이 바로 청년들이 '자발적 고립'을 선택하는 배경이 됩니다.

 

Q. 입시와 취업 등을 위한 '자발적 고립'을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을까요?

 

A. 청년들이 인간관계를 끊고 고립을 자처하는 것은 단순히 '혼자가 편해서'가 아니라, 후기 산업사회의 생산 방식이 개인을 가장 중요한 '원자재'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학계에서는 개인주의를 '문제'라고 말하지만, 사실 산업과 시대사적으로 보면 오늘날만큼 개인주의가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는 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농경사회의 주산물인 '쌀'은 농부의 개성에 따라 품질이 좌우되지 않았죠. 제조업 중심의 전기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생산물인 '자동차' 역시 소품종 대량생산 시스템 안에서 규격화된 노동을 필요로 했습니다. 이때의 노동자에게는 집단 속에서의 근면함이 중요했지, 개인의 취미나 성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이 문화예술, 금융, IT,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가 주된 상품인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제는 개인의 정체성과 개성, 그리고 취향은 노동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원자재이자 생산 도구입니다. 그러다 보니 교육 시스템조차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의 적성, 흥미, 성향을 끊임없이 진단하고 파악하며, 그것을 시장 가치가 있는 직업적 스펙으로 연결하라고 강요합니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 청년들에게 '타인과 어울리는 시간'은 자신의 원자재를 가공할 시간을 뺏는 손실로 여겨집니다. 집단 속에서 자아를 지우고 협력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지금의 청년들은 자신의 개성을 자본으로 환전해야 하는 시대적 숙명을 짊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Q. 고립·은둔청년의 규모가 줄지 않고 지금과 같이 세대·집단 간 갈등과 소통의 단절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가 치르게 될 비용은 무엇일까요?
 

A. 만약 지금처럼 고립과 은둔, 소통의 단절을 방치한다면, 한국 사회는 통제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신뢰의 붕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감시 비용'입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타인을 잠재적 경쟁자나 위협으로만 간주할 때, 사회는 그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더 많은 경찰력, 더 많은 법적 소송, 더 정교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즉, 타인을 향한 '윤리적 시선'이 사라진 자리를 '감시의 시선'이 대신하게 되며, 그 비용은 고스란히 공동체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생략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415752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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