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상자 속의 양'은 가족의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많은 작품에서 가족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인간관계를 향한 고민을 이어왔다. '상자 속의 양'에서는 죽음으로 떠난 아이의 자리를 휴머노이드로 대체하는 부부를 통해 대안 가족에 관한 서사를 확장했다.
'상자 속의 양'이 휴머노이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저희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런 기술을 활용해 죽은 사람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럼에도 그 기술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만들어진 기술 같았다"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이어 "죽은 사람은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것이다. 영화 속 기술 같은 걸 이용한다고 해도 어느 순간에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라며 시나리오에도 이런 고민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최초의 각본에서 아이를 상실한 부모와 휴머노이드가 조금 더 살아가는 결말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지금의 영화처럼 휴머노이드가 떠나는 이야기로 바꿨다"라고 작업 과정을 공유했다. 그리고 "휴머노이드를 인격체로 생각했다기보다는 휴머노이드가 집단이 됐을 때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의 휴머노이드 카케루(쿠와키 리무 분)는 주인공 부부에게 다른 휴머노이드들을 가족이라 소개하며 독립할 준비를 한다. 이 장면이 부모 입장에서는 가슴 아팠을 것 같다는 말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이는 성장하면, 결국 부모가 아닌 이들과 가족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영화 속 휴머노이드가 생각하는 가족에는 인간 외에도 기계, 자연, 죽은 사람도 있다. 그런 요소를 다 포함한 공동체를 휴머노이드들이 만든다고 생각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개념을 새롭게 만드는 걸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가족의 개념을 넘어서는 지점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마지막 장면의 숲에 휴머노이드만 살고 있었다면,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분리시키는 결말이 됐을 거다. 그곳엔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이번 작품의 의미를 돌아봤다.
강해인 기자 / 사진= 미디어캐슬
https://v.daum.net/v/20260614110700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