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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넷플릭스 ‘참교육’, 고작 체벌 옹호를 위해 거룩한 척은 하지 맙시다[위근우의 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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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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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참교육>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학교들과 닮았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엉망진창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애초에 체벌 옹호, 청소년 혐오, 여성혐오, 촉법소년 혐오 등으로 점철된 원작에서 출발한다는 것부터 미덥지 않았지만, 캐스팅을 비롯한 제작 단계부터 논란이 있던 만큼 어느 정도는 원작의 문제를 극복하려 노력하리라 생각했다. 한국에서 소년범에 대해 꽤 진지하게 접근했던 넷플릭스 <소년심판>을 연출하기도 했던 홍종찬 감독이 원작 논란에 공감하며 최대한 정제된 시선으로 각색하려 했다는 말에 조금 기대를 품기도 했다. 하지만 영상화 된 <참교육>은 약자 혐오적인 세계관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대신 거룩한 척 포장하는 길을 선택한다.



체벌을 포함한 모든 조치가 가능한 교권보호국을 창설한 교육부장관 최강석(이성민)은 2화에서 학생 인권 침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인권이라 했습니까? (중략) 교권이 무너진 상황에서 정상적인 수업이 될 리 있겠습니까? 물론 학교 수업 없이도 학원이며 과외며 할 수 있는 아이들이야 상관이 없겠지만 오직 학교 수업만 바라봐야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중략) 교권보호국은 체벌, 아니 체벌 할아비라도 동원해서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킬 겁니다”라 답한다. 배우의 무게감 있는 연기와 함께 책임감 있게 들리는 이 발언은, 사실 순환논법일 뿐이다. 학생 인권 신경 쓰다가 교권과 학습권이 무너지게 됐는데 그 이유는 체벌을 해야 교권과 학습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 어떤 면에선 해당 에피소드 전체가 이러한 순환논법이다. 폭력배 집단에 가까운 구운하이텍고등학교에서 착하고 약한 김형주(전봉석)가 겪는 학습권 침해를 보여주지만, 애초에 주인공 나화진(김무열)처럼 절대적 무력을 지닌 인물이 개입해야만 제압되는 정글 같은 공간을 제시하고선 그러니 무력과 체벌이 학습권을 위한 해법이라 말하는 건 동어반복일 뿐이다. 그나마 2화는 그 특유의 과장된 정서 때문에 차라리 현실의 맥락에서 분리해 즐길 만한 활극이다. 하지만 여기에 계속해서 현실의 교육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거룩한 척할수록 이 세계는 끊임없이 체계적으로 왜곡된다.

이 시리즈 최악의 에피소드일 3화는 여러모로 놀라운데, 논란이 됐던 원작보다 더 선정적인 방식으로 가해 학생인 한예리(박서윤)를 악마적인 캐릭터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도 한예리는 친구를 이용해 고영수(권혁) 교사를 성추행으로 교묘히 몰고 그가 징계면직과 함께 자살하자 그냥 오해가 있었을 뿐이라 발뺌하지만, 이번 <참교육>에선 아예 옷매무새를 흩트리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추행을 당했다고 공개한다. 원작이 최소한 고영수의 징계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명목상으로나마 다뤘다면, 넷플릭스 버전의 한예리는 그야말로 남자들이 상상하는 거짓 미투의 화신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지난 십여 년 미투 운동의 성과를 모욕하는 해악 가득한 이야기지만, 이걸 실제 교육 현장을 향한 쓴소리처럼 인용할수록 왜곡은 더 심해진다.

원작도, 이번 영상물도, 소비하는 이들 상당수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건 거의 모든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3화도 2017년 모 중학교에서 실제 자살한 남교사의 사례를 참고했다. 하지만 실제 사례에선 학생들이 잘못된 진술을 번복하고 사과했음에도 교육청의 무리한 감사와 징계가 이어졌고 유족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는 맥락은 완전히 사라졌다. 오직 성범죄 무고로 착한 남자를 구렁텅이에 몰아넣는 영악한 어린 여자애가 형상화되었을 뿐이다. 욕하기 좋고, 패기 좋고, 남자들의 억울함을 정당화하기에도 좋은 그런 존재. 이처럼 하나의 악역이 모든 악의 단 하나의 근원으로서 반쯤 전능한 권력을 행사하니, 교권보호국 역시 그 이상의 권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한예리는 컴퓨터 천재인 봉근대(표지훈)의 해킹으로 성추행 공론화 조작 영상의 원본이 SNS에 공개되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에피소드 자체의 해악을 제외하면 통쾌한 결말일 수 있지만, 결국 초월적인 무력과 권력과 능력이 더해져야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에서 <참교육>은 현실 교육을 위한 어떤 전망도 제시하지 못한다.




여러모로 서이초등학교 사건을 연상케 하는 5화에서 역시 무게감 있는 연기와 연출로 최강석이 교권 침해로 생을 마감하거나 현재 고통받는 선생님들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교육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고 홀로 견디게 해서 죄송합니다”라 말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없이 기만적이다. 악당 하나를 조져서 문제를 해결하는 걸 누구도 시스템이라 하지 않는다. <참교육>은 3화의 정선영(이상희), 5화의 최지선(송시안)처럼 이상적인 교사들이 억울한 모함에 시달리는 모습과 반대로 4화의 천상열(최덕문) 같은 악질 교사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선한 교사는 구제하고 악질 교사는 응징한다. 당연히 통쾌함은 커지지만, 교육 시스템이 보호해야 할 것은 대체로 선량하지만 오류가 없지 않은 다수의 교사다. 중요한 건, 교사가 틀릴 수도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와 오해 없이 논의하고 조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서로가 틀릴 수 있고 함께 바로잡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과 보호망이 없을 때, 교사는 서비스 공급자, 학생은 소비자, 학부모는 민원인으로 파편화될 뿐이다. 하지만 교육 시스템과 보호 운운하는 <참교육>은 정작 신뢰와 조율이 필요한 회색지대 대신, 학습권을 침해받는 착한 학생 하나와 폭력배인 나머지 학생, 천사 같은 교사와 악마 같은 학생, 아이를 사랑하는 교사와 악성 민원인 부모, 공부 잘하고 정의감 있는 학생과 악질 교사, 참아주는 어른들과 갱생 불가한 촉법소년의 이분법적 구도 안에서 응징의 쾌감만을 강조한다.

그나마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이자 원작에 없는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9, 10화에서 조규철(이봉준)의 마약 사업을 막기 위해 선영을 비롯한 올곧은 교사들이 힘을 모아 학교 곳곳에 숨겨진 마약을 수거하는 장면은 이러한 활극 중심의 사이다 서사를 극복하고 말 그대로의 ‘참교육’이 실현되는 순간을 그리려는 듯 보인다. 여기엔 분명 원작과 차별화하려는 서사적 야심이 느껴지며, 꽤 감동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웅적 순간 역시 결국 마약 구매라는 명백한 범죄에 대해 교사들이 학생 몰래 수거하는 비밀 작전처럼 진행될 뿐, 교육자로서 현장에서 리스크와 갈등을 감수하고 훈육 혹은 교화하는 방식을 상상하진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참교육>이 그려내는 학교의 갈등 상황은 오직 교권보호국이 출동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고, 현실의 교사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현실의 다층적인 벽은 교권보호국이 체벌 할아비로도 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최강석과 나화진은 학폭 가해자의 아버지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류광필(송영규), 자식의 성적 비리와 연결된 정치인, 사업가 등의 소위 사회 유력층을 때려잡는데 망설임이 없지만, 그런 유력층의 교육을 통한 계급 세습과 실질적 교육 불평등이 벌어지는 대치동 의대 특별반을 다룬 8화에선 불법 ADHD 약물 오남용만을 문제 삼고, 심지어 악역은 대치동 원주민이 아니면서 계급 상승의 허영심으로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 들볶는 현민 모(서영희)가 맡는다. 부모 권력을 믿고 까부는 학생과 그의 부모들을 혼내주며 통쾌함은 주지만, 그러한 권력의 대물림이 교육 시스템으로 가능한 불평등한 사회 구조엔 침묵하거나 딴청을 피우는 것이 <참교육>의 그 잘난 ‘참교육’의 실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여전히 통쾌하다면, 우리 사회가 진정 바라는 건 교육의 정상화가 아니라 체벌의 쾌감이 아닐까. 아닌 척, 거룩한 척하며.

<위근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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