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촉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직원들 '쌈짓돈'으로 2억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했다. 업무 성과가 저조하더라도 단지 업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월급 외 별도 수고비를 챙겨주는 것이다. 선관위만의 '특혜성 예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지만, 예산심의권을 쥔 국회는 손조차 대지 않고 있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2026년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올해 선관위 특별정려금은 2억500만 원이 편성됐다. 2022년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5,000만 원 증액된 규모다. 특별정려금은 각종 선거마다 선관위 소속 5급 이하 공무원 등에게 지급하는 수당으로, 일종의 수고비(보너스)다.
이름도 낯선 특별정려금 규정이 있는 부처는 선관위가 유일하다. 업무 성과와 관계없이 일괄 지급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직원 특혜성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올해 예산에서 특별정려금 대상으로 편성된 선관위 직원은 5급 100명, 6급 이하 260명 등 총 360명에 달한다. 선거관리위원회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들 5급은 선거 전후 5개월 동안 월 15만 원씩 챙겨가고 6급 이하는 같은 기간 월 10만 원씩 받는다.
이유 불문 지급하는 까닭에 그간 국회 안팎에선 특별정려금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행안위 소속 한 전문위원은 2018년 검토보고서에 "국가로부터 이미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별도의 정려금까지 지급하는 것은 이중보상 성격이 있다"며 "특별한 사유나 공로 없이 본연의 사무에 종사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이외에 별도의 정려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선관위법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정려금이 제대로 논의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농협 조합장 선거 등 각종 공공단체가 선관위에 선거를 위탁할 때도 법적으로 특별정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적도 있다. 관련 예산이 소액이라는 점도 있지만, 선출직인 국회의원이 선관위의 용돈 지갑을 건드리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선거라는 경기에서 선수로 뛰는 국회의원은 심판 역할을 하는 선관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선관위 관련 예산이나 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간 많았지만, 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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