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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르포] “안 온 사람들 후회할 것” 축구 관심 없다더니, 극적 역전승 광화문·여의도 뒤집혔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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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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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55897?ntype=RANKING

 

선제 실점 침묵 딛고 역전승에 광장 들썩
“안 온 사람들 아쉽다” 다음 경기 기대감 고조


 

12일 오후 12시38분께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앞. 한국의 역전 골이 들어가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우중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전새날 기자] “안 온 사람들 아쉽다고 문자 와요. 다음 경기 연차를 또 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12일 오후 체코와의 북중미 월드컵 1차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2-1 역전승이 확정되자 광화문광장과 여의도 거리응원장은 환호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서로 모르는 시민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곳곳에서 “대한민국” 연호가 터져 나왔다.

평일 오전 11시라는 이례적인 경기 시간에도 시민들은 연차를 내거나 공강 시간·점심 시간을 쪼개 거리로 나왔다. 선제골을 내주며 가라앉았던 응원 열기는 황인범의 동점 골과 오현규의 역전 골이 터지며 절정으로 치달았다.
 

광화문 뒤흔든 역전 드라마



대한축구협회와 붉은악마가 공동 주최한 광화문 거리응원 현장에는 경기 시작 무렵 펜스 내부에만 3500여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응원나팔과 막대풍선을 흔들며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고 붉은악마의 북소리에 맞춰 “대한민국”을 외쳤다.

경기가 시작되자 광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체코 골문 앞까지 공이 향할 때마다 “가자!”라는 함성이 터졌고 슈팅이 무산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광장 주변은 더욱 붐볐다. 이순신 장군 동상 인근에는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커피를 든 채 스크린 앞에 모여들었다.
 

12일 오전 11시20분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빨간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경기에 몰입하고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광화문 인근 ‘금성슈퍼’를 운영하는 유수열(46) 씨는 한국이 0-1로 뒤지던 상황에서도 마이크를 잡고 “아직 시간 많이 남았습니다.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손님들을 독려했다. 유씨는 “카타르 월드컵 때보다 지금 손님이 훨씬 많다”며 “새벽 경기가 아니라 점심시간과 맞물려 더 많은 분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 17분 체코의 선제골이 터지자 광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응원 소리는 잦아들었고 시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봤다. 하지만 후반 22분 황인범의 동점 골이 터지자 순식간에 반전됐다.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울릴 정도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시민들은 서로 손을 마주치며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 골 때는 광화문 광장 메인 스크린 앞은 물론 스크린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골목까지 시민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10초 넘게 이어진 함성 속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이어진 김승규의 슈퍼세이브 때마다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다시 환호하기를 반복했다.
 

경기 막바지인 12시45분께 붉은악마와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거리응원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2002년 이후 처음 거리응원에 나섰다는 이진희(64) 씨는 경기 종료 후에도 광장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이씨는 “집에서 설거지하다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어 선크림만 바르고 나왔다”며 “2002년의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싶었는데 정말 에너지를 많이 얻고 간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우리나라가 많이 분열돼 있다고 느끼는데 여기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같은 편이었다”며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는 경험이 너무 좋았다. 다음 경기에도 꼭 나오겠다”고 했다.

2002년부터 월드컵 첫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홍성완(35) 씨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실점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며 “황인범 골 이후 살아났고 역전 골 순간에는 모두가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홍씨는 “연차까지 쓰고 왔는데 한국 축구의 장래가 아직 밝다고 느꼈다”며 “광화문 응원은 처음인데 정말 오길 잘했다”고 웃었다.
 

“다음 경기엔 더 많을 것” 상인들도 체감한 응원 열기


 

12일 오후 12시20분께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 인근 ‘금성슈퍼’가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는 예약 손님으로 만석인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주변 상권도 승리의 열기를 체감했다. 경기 종료 후 슬로건을 판매하던 상인은 “아침에는 평일이라 사람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소리를 들어보면 분위기가 다르다”며 “이렇게 이겼으니 다음 경기에는 더 많이 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광화문 인근 토스트 가게 직원 노모(60) 씨도 “카타르 때는 추워서 거리응원이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 경기를 보는 분들도 많았다”고 했다. 편의점도 특수를 누렸다. 세븐일레븐 종로광화문점 관계자는 “평소보다 물과 음료를 찾는 손님이 많아 매출이 평소의 두 배 정도 나왔다”고 전했다.

경기 종료 직후 광화문 곳곳에서는 “우리 이겼어”라고 전화하는 시민들의 밝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승리의 여운도 잠시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광장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직장인들은 회사로 학생들은 학교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점심시간 쪼개고 연차 내고…“다음 경기에도 나온다”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 응원 현장도 열기로 가득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마련된 의자와 파라솔 좌석은 모두 찼고 자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화단과 통행로 주변에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양복 차림에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속속 합류했다.

(중략)
 

12일 오후 12시55분께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앞에서 경기가 승리로 끝나자 응원단이 태극기를 들며 기뻐하고 있다. 이우중 수습기자



그러나 황인범의 동점 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단숨에 반전됐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오현규의 역전 골 순간에는 모두가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추가시간 6분이 주어지자 “너무 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박예성(20) 씨는 “미국에는 이런 거리응원 문화가 잘 없는데 함께 응원해 보니 정말 즐거웠다”며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현식(22) 씨는 “거리응원은 처음인데 그냥 이긴 것도 아니고 역전승이라 더 짜릿했다”며 “남은 경기도 모두 응원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 기간임에도 현장을 찾은 대학생 김지나(26) 씨는 “시험공부 안 하고 온 보람이 있다”며 “같이 뛰어놀고 노래 부르면서 스트레스가 다 풀렸다”고 했다.

19일에 열릴 멕시코전을 더욱 기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직장에 연차를 내고 응원에 나섰다는 임창민씨는 “안 온 사람들이 아쉽다고 문자를 보내왔다”며 “체코가 이겼다면 다음 응원 열기가 식었을 텐데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둬 다음 경기에는 더 많은 사람이 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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