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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여성 아티스트 50명 모였더니 1회부터 ‘대박’... 관객들, ‘영희’에 주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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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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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37431?cds=news_media_pc&type=editn

 

[인터뷰] 싱어송라이터 오지은
여성 중심 문화 축제 ‘영희 페스티벌’ 기획

고등학교 시절 미국 ‘릴리스 페어’ 접하고
20년간 여성주의 페스티벌 꿈꿔
김윤아·선우정아·이상은 등 출연
폭발적 관심 속 주말 공연 전체 매진
'영희'. 우리 세대가 가장 처음으로 '여성'으로 인식하는 이름이다. 남성은 '철수', 강아지는 '바둑이'. 이 이름을 학창 시절 질리도록 듣고, '오징어 게임' 열풍으로 다시 지겹게 들으면서도 왜, 단 한 번도 그 이름이 가진 상징성에 대해 고민해 본 적 없었을까. 김춘수의 시 '꽃' 속 구절처럼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그리고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기획자 타이틀을 단 오지은(44)이 '영희'라는 이름에 '영광 영(榮), 기쁠 희(喜)'라는 뜻을 붙여주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이름이 내게로 왔다고 하면 너무 감상적일까. 제1회를 맞은 '영희 페스티벌'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을 중심으로 음악·도서·영화·전시 등 다양한 여성 예술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오지은은 남성 아티스트 중심의 페스티벌 환경에 반기를 들고 여성만이 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중략)

그런데 누군가 "'영희 페스티벌'은 100년 넘게 하면 좋겠다"고 했을 때, 오지은은 웃지 못했다. "안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영희 페스티벌'이 과도기적인 페스티벌이 되길 바라요. 여성인 게 당연해지면 더이상 여성을 내세울 필요가 없거든요. '여성 중심 페스티벌'이라는 칭호를 들었을 때 '굳이?'라는 생각에 이르는 단계가 오길 바라는 거죠. 우리가 백인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제를 두고 백인 영화제라고 하지는 않는 것처럼요."
 

'영희 페스티벌'을 기획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인터뷰 장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영희 페스티벌'을 기획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인터뷰 장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여성 중심 페스티벌은 오지은이 고등학생 때부터 품고 있던 꿈이었다. 우연히 1997년 미국에서 시작된 여성 중심 페스티벌 '릴리스 페어'(Lilith Fair)를 접하고 한국에서도 누군가 그런 공연이 열어주길 바랐다. 그렇게 20대를 보냈고, 30대를 보내며, 40대가 됐다. 그러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더라. "설마... 내가 해야 하나?"

인디 음악의 중심지 홍대 인근에서 전주로 터전을 옮긴 지 3년 차에 접어든 그는 음악을 잠시 쉬면서 전주 생활과 관련된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공연장의 기획자와 여성 중심 페스티벌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고, 규모를 키워 마포아트센터와 손잡았다. 처음에는 음악 위주의 페스티벌을 기획했지만,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록 페스티벌을 즐기는 여성 10명, 서울국제도서전에 가는 여성 10명, 팟캐스트를 듣는 여성 10명, 여성 스탠딩 코미디언 공연을 보는 여성 10명을 합하면 합계 약 16명이라는 기적의 계산이 나왔다. 문화 고관여층 여성이라면 교집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오지은은 문화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기획을 두고 "선례가 없어서 다들 보수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역을 넓히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꾸린 건 아니에요. '영희 페스티벌'에 오는 관객이라면 이 모든 분야를 이미 즐기고 있을 거예요. 독립영화를 보고, 도서전에 가고, 종이책을 사는 사람들. 제가 20년간 음악업계에서 봐 온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오지은은 페스티벌 출연은 물론 공연 프로그램 구성, 출연자 섭외, 포스터 및 굿즈 디자인 등 기획 전반을 도맡고 심지어 프로그램북의 아티스트 소개란까지 직접 작성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알리며 여성이 여성을 소개하는 것에서 오는 차이를 눈여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무대에서는 올해 데뷔 50주년인 한영애의 '누구없소?'와 '조율'을 커버하고, 본인의 곡인 '고작',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none', '익숙한 새벽 세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화' 무대를 선보인다. 여기에 더해 생애 첫 스탠딩 코미디 공연까지 계획 중이다.

그토록 바쁜 오지은이 홀로 준비한 것도 이리 풍성한데, 다른 출연자들은 오죽할까. 공연은 많은 문화 소비자가 기다린 페스티벌임을 증명하듯 티켓 오픈 단 하루 만에 주말 공연 매진을 이뤄냈다. "여성 아티스트는 기대와 판매량이 일치하지 않는 것에 익숙한데, 이번에는 좋은 의미로 사람들이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어요. 사실 저는 저와 세상이 일치하는 일이 드물다는 걸 받아들이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너무 기쁜 상태예요. 매진 사례 자체가 (여성 아티스트의 티켓 판매력에 대한) 하나의 증거로 남을 테니까요."
 

'영희 페스티벌'을 기획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인터뷰 장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영희 페스티벌'을 기획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인터뷰 장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국내 공연 소비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여성 아티스트를 원하는 여성도 분명 존재하지만, 여성 관객은 남성 아티스트를 선호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성 아티스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남성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여성 관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지은은 사실 지금껏 공연을 하면서 '쟁취한' 결과보다 '받아들이는' 연습을 더 많이 해 왔다. 이 순간, 그는 기쁜 동시에 지쳐 있었다. 오랜 시간 소모한 에너지 때문이다.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인데 난리 피우는 것도 새삼스러워요. 그런데 제가 느끼고 있는 부류의 피곤함을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여성들이 많았으면 해요. 이번 라인업에도 20~30대 아티스트들이 있어요. 아마 저와 비교해 서러운 일은 덜 겪었을 테고요. 보통 여성 아티스트여서 서러운 일은 30대 중반부터 벌어지니까요. 아, 근데 그때부터는 서럽다고 하면 안돼요. 예술가로서 멋이 없잖아요."

오지은이 30대 중반을 보내던 시기는 길거리에 송지은의 '예쁜 나이 25살'과 아이유의 '스물셋'이 울려 퍼지던 시기다. 이제 막 20대 초반을 벗어난 23살은 '다 알지만 모르는 척하는 여자'로, 중반에 접어든 25살은 '더 당당하고 과감하게 여성미를 뽐내는 여자'로 불렸다. 그보다 나이 든 여성은 노래되지 않았다. 동시기 비는 '30 Sexy'를 선보였다. 30대가 되어서 더 섹시해진 나. 아마 그 '나'에 여성이 들어가진 않았을 거다. 반면 '영희 페스티벌' 공식 X(엑스, 구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김사월, 김윤아(자우림), 선우정아, 안다영, 안신애, 오소영, 이랑, 정우 등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모습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보내온 영광과 기쁨이 전시됐다. 오지은 역시 반려견 흑당이와 산책하는 모습을 남겼다. 데뷔 20주년을 앞둔 오지은에게 물었다. 과거의 오지은에게는 어떤 영광과 기쁨이 있었나요?

"지은이 걔는, 기쁨과 영광이 많았는데 누리질 못했어요. 그때 걔는 음악도 굉장히 잘했고, 저는 지금도 걔 사진 보면 가끔 깜짝 놀라거든요. 이런 몸매로, 이런 옷을 입고 다녔다니! 누군가는 루키즘(외모지상주의)이라고 지적하실 수도 있지만, 그때 지은이는 그랬어요. 보통 사람들은 45kg 이하의 깡마른 몸매를 가진 젊은 여성 가수라면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여기곤 하잖아요. 그런데 그때의 저는 세상을 다 갖질 못했거든요. 앨범이 1만장 넘게 팔려도 아무도 음악적 성취에 대해서 조명하지 않았어요. 성과에 비해 그다지 영광과 기쁨을 누리지 못했던 거죠. 오히려 지금은 실시간으로 영광과 기쁨을 누려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욕망 당하는 젊은 여성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욕망 당한다고 해서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서요. 제가 20대 때만 해도 저를 비롯한 많은 여성 뮤지션이 스토킹과 폭력, 폭언에 시달렸어요. 제 경우에는 공연장에 흉기를 들고 찾아오는 남성이 있어서 기획사에서 통금 시간을 오후 7시로 정했던 적이 있는걸요. 어느 순간 사라진 여성 뮤지션 중에는 이런 일들을 버티지 못하고 떠난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직업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버텼던 거죠."

1집부터 '19세 미만 청취불가'. 파격적인 음악으로 데뷔한 오지은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홍대 여왕', '인디 여왕'이었다. 이어 5년 정도 지나자 '홍대 마녀'로 불렸다. 지난 2018년 오지은은 여성신문 칼럼 '[기울어진 극장] 홍대 여신은 혐오다'를 통해 "여성 뮤지션들은 음악적으로 이해받기보다 외모나 화제성 등으로 소비됐다. 여성 뮤지션들 덕분에 한국 인디신의 리스너는 늘었지만, 그 공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마녀'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너무나 전형적이다. 여신 또는 마녀의 프레임은 한국 사회가 여성 창작자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적었다.
 

'영희 페스티벌'을 기획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인터뷰 장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로는 이랑, 들깨이빨, 정성은, 이다혜 등 '영희 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가 출간한 서적과 만화책이 놓여
'영희 페스티벌'을 기획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인터뷰 장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뒤로는 이랑, 들깨이빨, 정성은, 이다혜 등 '영희 페스티벌' 출연 아티스트가 출간한 서적과 만화책이 놓여 있다. ⓒ손상민 사진기자



이후 그는 특별한 수식어보다 '오지은' 세글자로 설명되는 존재가 됐다. 지난한 시간을 보내온 현재의 오지은은 자신보다 어린 아티스트에게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 추한 감정을 노래로 만들어도 괜찮구나, 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다녀도 괜찮구나, 노브라로 다녀도 괜찮구나. 오지은은 최근 SNS 등에 맨얼굴로 촬영한 셀카를 남기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보고 "나도 괜찮겠다"고 느꼈으면 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제가 20kg 이상 살이 쪘을 때도 '말랐나?'라고 하시는 분이셨거든요. 나의 민낯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믿는 것, 그리고 실제로 누군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저는 이게 중요하다고 봐요. 남들이 하위 기준으로 저를 둬도 좋고요. '44살에 저러고 있네, 나는 44살에 더 멋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도 좋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오지은에게 오늘의 영광과 기쁨은 무엇이냐고 묻자, 오지은은 "아주 멋진 언니에게 저녁을 얻어먹어요. 저는 언제나 만남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언니를 만난 뒤부터 달라졌어요. 언니는 아주 긴 시간 제 언니였고, 앞으로도 제 언니일 거라고 믿어요. 전주에 내려가고 나서 언니에게 완주 로컬 시장 블루베리를 보낸 적이 있어요. 신세계 백화점과 비교도 안 되게 맛있었거든요. 언니가 올해도 그 블루베리를 먹고 싶대요. 그 이야기가 너무 기뻤어요. 언니와 함께 블루베리를 먹는다는 것, 그건 앞으로도 함께한다는 이야기니까요."

가장 맛있는 블루베리를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할까? 오지은은 '영희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일정 조율이 어려워 2회에는 꼭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남긴 일부를 제외하고도 50여명의 섭외를 단번에 성사했다. 역사는 전무하고, 구체적인 내용도 정해지지 않은 페스티벌인데 오지은이 설명하는 기획 의도만으로 대부분이 "일단 오케이"를 외쳤다. 일정과 출연료는 후순으로 미룰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이는 오지은과 함께 블루베리를 나눠 먹는, 나눠 먹을지도 모르는, 따로 먹어도 마음만은 함께하는 여성들이 곁에 가득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시작부에 1회 페스티벌만 기획하고 다음은 다른 기획자에게 넘겨주겠다고 선언했지만, 끝에 다다라 꼭 섭외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 2회까지는 맡겠다고 고쳐 말했다. 이는 관객과도 다음 해의 블루베리를 나누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오지은이 판을 짠 '영희 페스티벌'은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일대에서 열린다. 매진 회차를 제외한 티켓 예매는 NOL 티켓(구 인터파크 티켓)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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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짤렸는데 왼쪽 금요일 20:50-21:30 선우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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