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라질 운명” 李 말이 현실로 …서울 아파트 월세비중 50% 넘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를 “대한민국에만 있는 사금융”으로 규정하며 소멸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올해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의 월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월세화 가속에 대해 시장 구조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정부와 고강도 규제 부작용으로 보는 시장의 비판이 맞서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난을 두고 “전세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이제 조금씩 사라져가지 않겠나”라며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인 만큼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과도한 전세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인식 아래 규제에 따른 임대차 매물 감소를 불가피한 조정으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실제 시장은 빠르게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5만1196건 가운데 월세 계약은 2만7719건으로 전체의 54.1%를 차지했다. 2023년 43%에 그쳤던 월세 비중이 약 3년 만에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전국 월세가격지수도 지난 4월 105.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산층의 거주 비율이 높은 서울 외곽지역에서는 200만원 이상의 고가 월세 계약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월세화는 아파트를 넘어 연립·다세대주택으로도 번지고 있다. 1~4월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 거래 중 월 100만원 이상 계약은 3939건으로 1년 새 28.9% 급증했고, 같은 기간 서울 비아파트 임대차의 월세 비중은 78.7%까지 올라 역대 최고를 찍었다.
전세 위축은 고강도 규제와 맞물려 있다. 정부는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하고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췄으며, 생애최초 등 정책대출 한도도 줄였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 강화, 다주택자 압박이 더해졌다.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내건 정부 기조 속에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거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다음 날 “공급이 통째로 빠진 진단”이라며 “전세 소멸은 정상화가 아니라 서민 주거 사다리가 무너진 정책 참사”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뉴스1의 보도를 통해 “전세를 인위적으로 없애면 자금 여력이 없는 수요는 월세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공급이 아닌 집값 등 부동산을 이슈로 부각하는 수요 억제책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어떻게 함께 다룰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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