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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칼럼]전세는 세계 유일의 적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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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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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부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체코와 A조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갑자기 월드컵 얘기를 꺼내는 것은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16강에 진출시킨 파울루 벤투 감독이 떠올라서이다.
 
벤투 감독은 2018년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4년 동안 아내와 함께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와 가까운 일산의 한 아파트에 살았다. 벤투 사단인 4명의 코치 역시 같은 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살았다. 서울 시내 유명 호텔에 머물렀던 전임 외국인 감독들과는 달랐다.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는 벤투 감독과 코치들 가족에게 주민들은 한글과 포르투갈어로 적은 감사 메시지를 아파트 단지 곳곳에 내걸었다. 벤투 감독은 주민들에게 친절하고 자랑스런 이웃 아저씨였다. 벤투 사단이 거주했던 집은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전세 아파트였다. 축구협회는 전세를 활용해 이들의 주거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2019년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에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출현했다. 연세대 국제학부에 입학한 큰아들 매덕스의 입학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졸리는 아들과 함께 신촌 등을 둘러보고 아들이 살 집까지 구해줬다. 졸리는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월세도 내지 않고 나중에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전세 제도를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전세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있다. 
 
졸리가 부러워한 전세 제도는 머지않아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또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전세 사기 등 엄청난 피해가 생겨서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 물량 감소에 대해서도 "당연하다"고 봤다. 지난달 10일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재개 이전에아파트를 많이 팔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이는 전세값 상승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주택자들이 그 집을 사서 거주하면서 전세 수요도 줄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폭등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라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전세값은 대체 왜 오르는 것일까?
 
이 대통령은 대폭등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전세값 상승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일까지 서울 동남권의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3.21%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2%의 3배 가까운 수준이다. 강남권 일부 단지들은 전세값이 5억원이나 올랐다. 앞으로 보유세·양도세 부담 등을 고려한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전세 품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간단한 수요‧공급의 법칙이다.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집을 모든 세입자가 살 수도 없다. 강남권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40%에도 못 미친다. 대출도 억제된 상황에서 차액 부담이 너무 크다. 결국 살던 지역에서 밀려나거나 지금보다 작은 집으로 이사해야 한다. 그것도 매달 임대료를 내는 월세집으로. 
 
전세를 찾기 어렵고 전‧월세값도 오르면서 강남권 이외의 중저가 아파트는 계속 오르고 있다. 임대차 시장 불안이 내집마련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오르며 70주 연속 상승했다. 2020년 6월~2022년 1월의 85주 연속 상승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재개 이후 매물이 거둬들이는 '매물잠김'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의 예고대로 앞으로 비거주 1주택자나 고가 주택자에 대한 보유세가 인상되고 매물들이 다시 나오게 되면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할 수 있을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매매가 아닌 전‧월세 시장이 쉽사리 안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 공급이 모자라서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 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며 "선거에는 좋은 영향이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고 자평했다. 이어 공급 정책과 관련해 "공공 공급은 임대를 좀 싸게, 좋은 곳에 평범한 중산층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좋은 품질로 공급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6만6천호를 서울·경기 규제지역에 집중 공급하기로 했지만 올해 4월까지 계약 실적은 3200가구에 그쳤다. 이 대통령은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을 조만간 정리해서 한꺼번에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말대로 "조금씩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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