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 5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 다시 증가
신용거래융자 잔고 36조원대까지 불어나
[파이낸셜뉴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월급만 모으면 너무 늦는 것 같아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다시 확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고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자 마음이 급해졌다고 털어놨다. 예금에 넣어둔 돈은 많지 않고, 월급날은 아직 멀다. 그는 "대출까지 써서 주식을 사는 건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주변에서 수익 난 얘기를 들으면 가만히 있는 것도 손해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주식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직장인 투자자들의 고민도 달라지고 있다. 여윳돈을 어디에 넣을지가 아니라, 대출을 써서라도 지금 장에 올라탈지를 두고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너스통장과 신용거래는 수익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이자 비용과 상환 부담도 함께 키운다.
불장에 다시 열린 마이너스통장
직장인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대출은 마이너스통장이다. 별도 대출 신청을 반복하지 않아도 한도 안에서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계좌로 바로 옮기기 쉽고, 단기간만 쓰면 된다는 생각도 진입 장벽을 낮춘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지난달 7일 기준 40조50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39조7877억원보다 3영업일 만에 7152억원 늘었다. 이는 한도가 아니라 실제 사용된 대출 잔액 기준이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6조5675억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이 커지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커지고 담보 비율이 부족해지면 반대매매 위험도 생긴다.
40대 직장인 B씨는 "마통은 월급 들어오면 바로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런데 주가가 빠지면 팔아서 갚기도 애매하고, 버티자니 이자가 붙는다"고 털어놨다.
수익률 계산 전에 붙는 이자
대출을 동원한 투자는 매수 순간부터 비용이 생긴다. 주가가 제자리여도 이자는 쌓인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실제 수익은 대출 이자를 뺀 뒤 계산해야 한다.
최근 대출금리 부담도 가볍지 않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를 0.10%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 금리 하단은 연 5.07%로 올라섰다. KB국민은행 고정금리 하단이 5%를 넘은 것은 2022년 10월 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개인 신용도와 은행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직장인에게는 월급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비용이 된다. 카드값, 주거비, 보험료, 생활비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투자 대출 이자까지 붙으면 부담은 빠르게 커진다.
A씨는 "처음에는 2~3주만 쓰고 갚을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주식이 하루 이틀 밀리면 '조금만 더 기다리자'가 되고, 그러다 보면 대출을 쓴 기간도 길어진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상승장보다 빠른 조급함
대출 투자에 불을 붙이는 것은 주가 자체보다 주변의 수익담이다. 회사 안에서 특정 종목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이 돌고, 증권 앱 수익률 화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오면 조급함은 커진다. 월급은 한 달에 한 번 들어오지만 주가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움직인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처럼 익숙한 종목은 심리적 장벽이 낮을 수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투자자에게 낯선 테마주가 아니다. "망할 회사는 아니지 않느냐"는 말이 대출 투자 명분으로 바뀌기 쉽다.
하지만 익숙한 종목이라고 해서 가격 변동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처럼 지수와 대형주가 크게 움직이는 장에서는 하루 낙폭도 커질 수 있다. 신용거래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매수한 경우 하락 구간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진다.
30대 직장인 C씨는 "남들은 수익 인증을 올리는데 나는 예금만 들고 있는 것 같아 초조했다"며 "막상 대출을 쓰려고 하니 이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멈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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