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차 쓰고 새벽 2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제 앞에 60~70명은 있더라고요.”
지난 1일 새벽 4시, 야심한 시간이지만 유일하게 불이 켜진 서울 노원구의 한 상가에는 영유아건강검진을 예약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기 인원만 200여 명이 몰리면서 2층에 위치한 소아과 앞에서부터 시작한 대기 줄은 지하 1층까지 내려갔다가 옥상까지 이어졌다. 긴 대기시간을 견디기 위해 돗자리나 캠핑용 1인 의자까지 준비한 사람도 많았다. 이모(35) 씨는 “다른 곳은 길어야 10분 봐주는데 이곳은 길면 40분까지 아이들을 꼼꼼히 봐준다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가가 정한 무료 필수검진이자 비만, 뇌성마비, 성장·발달 이상 등을 조기 발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유아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부모들이 ‘예약 전쟁’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0.95명으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검진 지정 의료기관은 갈수록 줄면서 예약 전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영유아건강검진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전 9시 홈페이지를 통해 검진 예약을 받고 있다. 일주일 치 검진을 예약할 수 있지만 ‘1초’ 만에 마감되는 탓에 맘카페에서는 “서버 시간을 보여주는 초 단위 시계를 켜두고 있다가 정각에 맞춰 눌러야 한다” 는 등 ‘예약 꿀팁’이 공유되고 있었다. 경기에 위치한 한 2차 병원도 매월 1일 오전 9시부터 한 달 치 예약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10분이 지나지 않아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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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운 기자(erased@munhwa.com),김지현 기자(likeblu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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