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동성인 두 사람이 형성한 생활공동체를 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관계로 평가하고, 그 관계의 유지를 방해하고 파탄을 초래한 제3자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여 위자료 지급을 명했다. 동성 부부의 관계를 사실혼과 유사한 동거 관계로 인정하며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민법상 불법행위법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관계임을 사법부가 정면으로 확인한 것이다.
법원은 “동성 커플이 혼인의사를 가지고 육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결합하여 법률혼 내지 사실혼관계와 유사한 생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 역시 행복추구권에 따라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라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생활공동체 형성에 따른 이익을 보호할 필요성을 인정하며, 동성간에 형성된 사실혼 유사 생활공동체 역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동성 부부의 관계를 법 밖의 관계로 밀어내지 않고, 보호받아야 할 생활공동체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동성간 사실혼 유사 동거관계가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1심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은 보호 가치를 가르는 기준이 관계의 실질임을 분명히 했다.
원고 A씨는 이번 판결에 대해 “7년 동안 함께 삶을 꾸려온 관계였습니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알고 왕래하던 사이였고, 저에게는 가족과 같은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이별을 통보하자 그 관계는 어떤 법적 절차도, 제도적 장치도 없이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혼자 남겨진 집에서,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린 제 가정에 깊은 무력감과 상실감을 느꼈던 그 밤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한 인간의 실존에 대해 이토록 가혹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최소한의 법적 보호를 통해 관계의 취약성을 완화하고, 구성원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어떤 공동체는 보호받고 어떤 공동체는 보호받지 못하는지 그 질문을 법원에 드렸습니다. 제 질문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답변해 주신 재판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소송대리인 김의지 변호사 또한 “이번 판결은 동성 동반자 관계 역시 법이 보호해야 할 가치 있는 결합임을 사법부가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7년을 함께한 관계가 단지 ‘동성’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 밖에 놓일 수는 없습니다. 법원이 변화하는 사회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한 걸음 내디뎠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평등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합니다. 원고가 겪은 고통을 가벼이 보지 않고 깊이 헤아려 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 말처럼, 이번 판결은 한 사람의 관계가 법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인이자, 동성 부부의 삶과 관계가 이미 우리 사회 안에서 보호받아야 할 생활공동체의 실질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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