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위기의식에 'AI 대전환' 선언
삼성이 9일 'AI 대전환'을 선언한 건 위기의식의 발로다. 반도체부문의 천문학적 이익으로 가려졌지만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와 경쟁 격화에 따른 위기감은 꾸준히 깊어졌다. 그나마 반도체 덕에 여력을 갖춘 지금이야말로 도약의 적기로 판단했다.
변화의 밑바탕이자 중심은 AI(인공지능)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올초 '신년 임원 세미나'에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샌드위치론'까지 소환하며 고삐를 죘다. 현재 소프트웨어적 능력은 미국에 뒤지고 하드웨어적 기반은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얘기다. 특히 AI 영역에서는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이 없고 남들이 만든 AI를 가져다가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수준"이라는 혹평이 세미나에서 나왔다.
삼성 내에서는 이번 선언이 뼛속까지 변화가 스며드는 'AI 네이티브(Native)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꼭 33년 전인 1993년 6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던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당시 디지털 전환시대의 거대 흐름 속에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AI 전환으로 또 한 차원의 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변화의 폭도 크다. 이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R&D(연구개발)부터 생산·마케팅·지원 등 모든 업무 밸류체인에 AI를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그야말로 전사적인 AI 전환이 벌어진다. AI를 단지 새로운 기술 또는 업무 개선의 수단 정도가 아닌 경영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발하는 혁신의 기법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 모멘텀 발굴의 시발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CEO(최고경영자)가 강력하게 8대 업무(개발, 구매, 제조, 물류, 마케팅, 판매, 서비스, 경영지원) 프로세스에 AI를 적용해 경영혁신을 직접 주도해 나가면서 AX를 통한 혁신 컴퍼니로의 대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에 대한 관련 교육 내용도 자세하다. 'CEO의 AI 문해력이 AX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인식 아래 경영진부터 AI를 직접 다루고 업무에 체화하는 실습형 교육을 진행한다. AI 교육기간 동안 사장단은 수동적으로 교육받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한 각 사 업무 프로세스 혁신 방안'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교육을 이수한 한 임원은 "AI를 체계적으로 배우면 이렇게 쉽고 또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솔직히 놀랐다"며 "현업에서 일하는 방식을 즉각적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은 향후 경영진들이 AI를 기반으로 업무를 재설계하고 조직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추가 교육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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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5369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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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삼성은 6월 중 전 관계사를 대상으로 제미나이, 챗GPT, 클로드 등 외부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할 예정이다. 그동안 기업 현장에서는 보안 우려 등으로 외부 AI 활용에 제약이 컸지만, 삼성은 보안 체계를 함께 구축하면서 임직원들이 필요한 AI 도구를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AI 적용 범위도 넓다. 소프트웨어와 마케팅 분야의 업무 생산성 향상은 물론, 개발과 제조 등 전 업무 영역에 AI를 적용해 업무 혁신을 추진한다. AI를 단순한 업무 보조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경영 혁신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직무와 조직 특성에 따라 세부 운영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관계사별 업무 특성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AI 도입이 아니라 각 조직에 맞는 활용 방식과 기준을 세우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