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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줘" 버리고 "내가 간다"…걸그룹이 달라졌다

무명의 더쿠 | 10:13 | 조회 수 2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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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걸그룹들은 신곡을 통해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선택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누군가의 구원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내면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최근 걸그룹 음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 가요계에서 걸그룹 서사는 시대와 함께 변화해왔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1세대와 2000년대 중반 활동한 2세대 걸그룹의 주된 소재는 설렘과 풋풋한 사랑이었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기를 바라거나 사랑에 빠진 소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가사에는 상대방이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주 담겼다.


변화는 3세대 걸그룹부터 본격화됐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고, 4·5세대에 이르러서는 사랑의 대상보다 '나'를 중심에 둔 서사가 주류가 됐다.


에스파는 데뷔 초부터 초능력과 가상 세계관을 바탕으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최근 발매한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에도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르세라핌은 세상의 잣대와 평가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그룹명 자체에 '나는 두려움이 없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부터 최근 작품까지 일관된 서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일릿은 동시대 10대 여성들의 고민과 욕망을 담아낸다. 최근 발표한 '잇츠 미(It's Me)'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당찬 청춘의 모습을 그렸다.


이 같은 변화는 걸그룹 음반 소비층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남성 팬덤의 비중이 컸지만 지금은 실물 음반과 공연, 굿즈 소비를 주도하는 여성 팬덤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음반을 여러 장 구매하고 공연을 적극적으로 관람하는 여성 소비층이 걸그룹 시장의 핵심 고객으로 자리 잡았다"며 "굿즈 팝업스토어에 새벽부터 줄을 설 정도로 구매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기획사들은 핵심 소비층의 취향을 세밀하게 반영하고 있다. 과거 보이그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밀리언셀러 기록을 최근 주요 걸그룹들이 잇달아 달성한 배경에도 여성 팬덤의 구매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반 제작 방식도 달라졌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완성된 곡을 가수가 받아 부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멤버들의 실제 경험과 성향을 반영해 서사를 만든다"며 "멤버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 진정성을 높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시각적 연출 역시 변화했다. 치마나 화려한 장식보다 활동성이 높은 작업복이나 오버사이즈 운동복을 활용하고,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강도 높은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한 대형 기획사 음반기획(A&R) 관계자는 "글로벌 작곡가들과 송캠프를 진행할 때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사랑 이야기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콘셉트 변화가 아니라 소비층과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중략)


김이나 작사가는 "최근 아이돌 가사에서는 누군가에게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사랑 노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탐구하고 사랑하는 이야기가 대중음악계의 확고한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걸그룹이 남성 소비층을 겨냥해 섹시함이나 귀여움을 강조했다면 지금의 걸그룹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워너비 이미지를 제시한다"며 "기획 단계부터 여성 소비층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는 전략이 시장 변화와 맞물려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https://v.daum.net/v/20260609070128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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