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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배달 뛰며 변호사 꿈꾼 고학생, 가난은 기회까지 뺏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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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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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합격자 명단에 없었다. 2021년 4월22일, 장동재(44·당시 39세)씨의 8년에 걸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생활과 수험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남은 건 ‘오탈자’라는 꼬리표와 2500만원의 빚, 그리고 생계를 이으려고 뛰었던 중식당 주방 보조, 배달 라이더 같은 아르바이트 경험 뿐이었다.

 

장씨의 학업은 로스쿨 3학년 때 기울었다. 어머니의 암이 악화하자 장씨가 간병에 나섰다. 2000만원 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녔다. 그러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장씨의 첫 변호사 시험 역시 실패했다. 가장 무서운 건 빚이었다. 은행 이자납부일에 맞춰 책을 팔아 이자를 갚고, 돈을 벌어 중고책을 사는 생활이 반복됐다. 팔순을 넘긴 아버지의 식사도 챙겨야했다. 장씨는 “말 그대로 굶으면서 공부했다”고 했다.

 

장동재씨가 저축은행에서 온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빚과 아르바이트비로 로스쿨과 수험 생활을 해온 장씨가 수험을 끝냈을 때 남은 건 25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과 '오탈자'라는 꼬리표였다. 최서인 기자

장동재씨가 저축은행에서 온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빚과 아르바이트비로 로스쿨과 수험 생활을 해온 장씨가 수험을 끝냈을 때 남은 건 25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과 '오탈자'라는 꼬리표였다. 최서인 기자

 


세 번째 탈락 이후엔 본격적으로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중식당 주방 보조, 사설 주차장 요원, 배달 라이더, 문방구 물류 정리까지 가리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배달을 하고, 전기 자전거를 충전하는 짧은 틈에 공부를 하고는 다시 저녁 배달을 나섰다. 장씨는 “내 조건이 열악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그 때는 돈이 너무 급했기 때문에 오히려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세상은 장씨를 ‘오탈자’라고 부른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 안에 합격하지 못해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가 영구 박탈된 ‘응시 제한자’를 거칠게 압축한 말이다. 2025년까지 장씨와 같은 오탈자는 1918명. 올해 오탈자를 포함하면 사상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장동재씨는 은행 이자일이 돌아오면 책방에 법전을 팔아 이자를 내고, 다시 중고 법전을 사기를 반복했다. 몇 남지 않은 장씨의 책 중 하나에 수험 시절 필기가 남아 있다. 사진 장동재 씨

장동재씨는 은행 이자일이 돌아오면 책방에 법전을 팔아 이자를 내고, 다시 중고 법전을 사기를 반복했다. 몇 남지 않은 장씨의 책 중 하나에 수험 시절 필기가 남아 있다. 사진 장동재 씨

 

 

오탈자는 로스쿨 제도의 그림자로 치부돼 이렇다 할 연구조차 없었다. 그러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의 연구용역으로 이재협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팀이 처음으로 이들의 실태를 조사했다. 중앙일보는 이 교수팀의「변호사 시험 응시제한자/법학전문석사 학위자의 사회진출 현황 조사 및 제도 개선에 대한 연구」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연구팀이 오탈자 203명과 합격자 1248명을 상대로 167개 문항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는 오탈자는 114.84점, 합격자 119.98점으로 5점 차이에 그쳤다. 첫 출발 실력은 차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로스쿨 졸업 학점은 3.05점(오탈자)과 3.55점(합격자)로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연구팀은 경제적 격차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오탈자의 로스쿨 재학 중 월 평균 가구 소득은 638만원이었다. 반면 합격자는 105만원 많은 743만원으로 집계됐다. 오탈자의 약 40%는 월 평균 가구 소득이 400만원 이하였다. 오탈자의 학비 대출 경험 비율은 61.6%로 합격자 그룹(42.4%)보다 19.2%포인트 높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또 오탈자의 29.1%가 변호사 시험 직전 6개월 동안 경제적 이유로 일과 공부를 병행했다. 합격자는 그 비중이 5.1%에 불과했다. 시험 직전까지 일을 했던 오탈자의 대부분(91.6%)이 “학업과 시험 준비에 지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중앙일보가 만난 오탈자들 역시 다르지 않은 말을 했다. 박은채(34·가명)씨는 수험 기간 중에 새벽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떡집과 샐러드 가게에서 일하고 낮 시간을 공부에 쏟았다. 그래도 쌓이는 빚은 어쩔 수 없었다. 수험 생활이 끝났을 때는 빚이 6000만원에 달했다. 박씨의 대학 시절 은사는 “가난한 학생일 수록 로스쿨 진학이 이득이다. 모아 둔 돈이 없어도 대출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씨는 “겪어 보니 달랐다. 빚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출신인 김진호(37·가명)씨도 마찬가지다. 로스쿨에 진학하자 대학원생이란 이유로 정부의 수급자 지원금이 끊겼다. 학부 때부터 생활비를 벌며 공부하는데 이골이 난 김씨에게도 로스쿨은 버거웠다. 김씨는 “등록금이 아니라 생활비가 걱정거리였다. 대출을 받아도 이자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응시제한자는 출발선에서 자본 격차를 안고 시작하며 시간이 갈수록 부채가 누적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경제적 격차가 로스쿨 3년 학업 과정에서 완화되기는커녕 증폭되면서 구조적 과부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52900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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