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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누가 되든 관심없고 내 권리를 왜 국가 맘대로?"…분노한 청년들 왜 '스케치북 피켓'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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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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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이른바 '참정권 시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투표소에서 시작된 집회는 투표함이 이송된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으로 장소를 옮겨 6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번 집회의 가장 큰 특징은 20~30대 청년들이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이들은 재선거를 요구하면서도 기존의 '부정선거' 주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참가자들은 정치 구호 사용을 자제하고,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피켓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집회의 목적을 오직 '참정권 침해 문제 제기'와 '재선거 요구'에 맞추자는 공감대가 현장에서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2030 세대는 왜 이 문제에 이토록 강하게 반응하고 있는 걸까.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주민들이 모여 있다. /연합뉴스

이슈가 터지자…처음엔 '그들'이 몰려왔다


사태는 선거 당일인 6월 3일 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작됐다. 마감 시간을 앞두고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면서 일부 유권자들이 강하게 항의했고, 선관위의 대응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후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되면서 집회 장소도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으로 옮겨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회 초기에는 정치권 인사와 유명 유튜버들이 마이크를 잡으며 목소리를 냈다. 일부 참가자들은 기존 정치 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징물과 구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집회 역시 진영 간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청년들이 오자 '정치색'이 걷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참정권 침해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30 청년층이 현장에 대거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특정 정치세력의 구호나 상징물이 집회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당 이야기는 하지 말자", "정치인 이름 대신 재선거를 외치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성조기나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깃발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치적 해석보다 참정권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현장 분위기를 이끈 셈이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매표소 부스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문구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매표소 부스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문구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연합뉴스

인쇄소 전단지 대신 '스케치북 피켓'…청년들은 자발적으로 연결됐다


청년들이 주축이 되면서 집회의 풍경도 달라졌다.

대형 현수막이나 조직적인 응원 도구 대신 손으로 직접 만든 피켓이 등장했다. 참가자들은 도화지와 스케치북에 '재선거', '참정권 침해', '선관위 책임져라' 등의 문구를 적어 들었다.

무대도, 사회자도, 확성기를 든 선동가도 없었다. 대신 참가자들은 SNS를 통해 행동 원칙을 공유했다. 정치색이 드러나는 구호는 자제하고 집회의 목적을 하나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빠르게 퍼졌다.

질서 유지 역시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인파가 몰리는 구간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동선을 정리했고, 길을 비켜달라는 안내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쓰레기를 줍거나 분리수거 봉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집단지성의 모습도 나타났다. 일부 개발자들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혼잡도를 공유하는 웹페이지를 제작했고, 일반 시민들은 위치 정보와 교통 정보를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젊은 부모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유모차를 끌고 현장을 찾은 한 부부는 "아이에게도 시민이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지키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존 정치 집회가 조직 중심이었다면, 이번 집회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 문제 있으면 재시험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많은 청년들은 이번 논란을 단순한 행정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청년들에게 선거는 단순히 누가 당선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의사가 제도를 통해 정확하게 반영되는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 절차다.

특히 지금의 2030 세대는 입시와 취업 등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공정한 규칙이었다.

시험 문제는 모두에게 동일해야 하고, 채용 기준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유 역시 규칙이 공정하다는 신뢰가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재시험을 보는 것이 상식"이라며 "투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직장인은 "누가 당선됐느냐보다 국가가 국민의 투표권을 제대로 보장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기본 권리가 이렇게 침해당하기 시작하면 나중엔 더 많은 권리가 무시당하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국가가 국민 권리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거죠?"


청년 세대가 오랫동안 느껴온 사회적 불신과 박탈감이 한꺼번에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년간 우리 사회엔 입시와 채용, 부동산과 연금 문제 등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과 형평성 논쟁이 계속됐다. 한 마디로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공정성 이슈는 청년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로 떠올랐다.

이들에게 투표권은 돈이나 배경, 학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동등하게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한 사람에게 한 표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국가가 관리하는 선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일부 청년들은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국가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투표용지 몇 장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라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48/0000617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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