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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인재에 미친 나라' 중국이 한국인 교수에게 건넨 것들... 억대 연봉·공항 프리패스·영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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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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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과 '탈취'만으로 중국의 첨단기술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인공지능(AI)·로봇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국 혁신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한국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짚어봤습니다.


4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바오안 국제공항. 중국 내 대부분 지역과 직항으로 연결되는 중국 남부의 핵심 허브 공항답게 국내선 출국장은 이른 시간부터 인파로 붐볐다. 체크인 카운터와 보안 검색대를 따라 여행객들은 지루한 표정으로 수십 분씩 줄을 서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 남성은 다른 세상에서 온 듯 한쪽에 마련된 '레드카펫'을 따라 유유히 전용 카운터로 걸어갔다.

중국 공항 특유의 까다로운 신분 검증 절차도 그에게만큼은 예외. 대기 없이 보안 검색대를 순식간에 통과한 이 남성은 곧장 공항 VIP 라운지로 직행했다. 모든 수속 절차를 거쳐 라운지에 착석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 남짓. 그는 익숙한 듯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목적지인 윈난성 다리시행 비행기 이륙 시간에 맞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바오안 공항에서 여행객들의 부러움을 샀던 이 귀빈의 정체는 선전시 정착 5년 차에 접어든 한국인 교수 신영철이다. 2022년 8월 선전 소재 남방과기대(SUSTech·서스텍) 화학생물학과 연구부교수로 부임한 그는 광둥성·선전시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외국인 고급 인재다. 광둥성 정부가 지급한 '인재 우대 카드'만 제시하면, 신 교수는 공항은 물론, 금융기관과 관공서 등 어지간한 공공기관에선 줄을 설 필요 없이 우선 처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가 중국에서 지낸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줄을 서 본 기억이 별로 없는 이유다.


이런 '프리패스' 혜택은 신 교수가 중국에 정착한 뒤 받아온 무수한 특혜 목록 중에서도 맨 아래에 적힌 사소한 서비스에 불과하다. 신 교수는 외국인 고급 인재라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서 수억 원대 지원금을 받았다. 조건이 유독 까다로워 '하늘의 별 따기'로 통하는 중국 영주권까지 이미 취득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4월 '인재에 미친 나라'로 통하는 중국의 이공계 인재 유치 노력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선전으로 건너가 신 교수를 만났다. 선전은 중국 지방정부 중에서도 유별나게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전시의 대표적 인재 유치 정책인 '공작 계획(Peacock Plan)' 대상자인 한국인이 국내 언론에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놓은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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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전쟁에 '등 터져' 중국행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은 신 교수가 관심을 가진 적도 없고, 가질 필요도 없는 나라였다. 그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하버드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분야 연구를 활발히 이어가면서 '잘나가는 한국인 연구자'의 커리어를 착실히 밟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7월 소속 연구소를 이끌던 랴오마오푸 교수가 구조생물학 분야를 집중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여 서스텍 생명과학대학 석좌교수로 귀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랴오 교수의 중국행을 인지한 미국 정부가 같은 연구실 소속인 신 교수의 비자 발급까지 거부하면서 졸지에 미국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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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는 여행 비자로 미국을 오가며 급하게 짐을 처분한 뒤 서울의 고시원을 전전하면서 한국에 남을 방법부터 고민했다. 그러나 하버드대에서 다양한 연구를 했음에도 논문이 없었던 신 교수는 한국에서 교수직을 얻을 길이 마땅치 않았다. 그제야 랴오 교수의 "선전으로 오라"는 러브콜이 귀에 들어왔다. 따져보니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 접근성만 놓고 봐도 한국과 중국은 차원이 달랐다. 신 교수는 "당시 한국에서 운영 중인 초저온 전자현미경이 5대뿐이라서 한 번 쓰려면 수 개월을 대기해야 했는데, 서스텍은 독자적으로만 6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8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중국 도시"인 선전으로의 이동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내가 정말 이 정도 대우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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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교수가 기대했던 대로 중국에선 70억 원에 달하는 현미경을 예약 없이 원할 때마다 쓸 수 있었다. 신 교수는 이주 직후 '선전시 공작 계획 C급 인재'로 선정됐다. 가장 피부에 와닿은 혜택은 '1년 5,000만 원'을 비롯한 현금 지원이었다. 신 교수는 재직 중 선전시 정부가 지급하는 5,000만 원 상당의 생활지원금을 포함해 매년 2억4,000만 원을 정부와 대학에서 실수령했다. 여기에 연구 프로젝트 자금 신청 시 우선 선정 자격 부여, 자녀 교육 보장 등 신 교수의 장기 정착을 염두에 둔 혜택들이 따라붙었다. 신 교수는 광둥성과 선전시 정부가 자신을 이렇게 극진하게 대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주거 혜택도 파격적이었다. 신 교수는 "선전에서 집을 사려면 선전시 호적을 갖고 있거나 3년 이상 사회보험 납부 등 복잡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인재로 인정되면 완전 면제"라고 했다. C급 인재는 시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 및 할인 혜택 대상이라 집을 사지 않아도 된다.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않으면 임대료를 현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거 문제로 골치 썩을 일이 없다.

신 교수가 바오안 공항에서 보여준 프리패스 혜택은 '광둥성 인재 우대' B카드 소지자라서 가능했다. B카드 소지자는 일상생활에서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될 정도로 편의를 제공받고, 무엇보다 영주권 심사에서 파격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통상 외국인이 직장 생활을 통해 중국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부사장 또는 전무급 임원이거나 부교수 이상 전문직으로 4년 이상 연속 근무해야 하지만 B카드 소지자는 예외다. 광둥성·홍콩·마카오 등 웨강아오 대만구(Greater Bay Area·GBA)에서 일하는 외국인 인재를 대상으로 개인소득세 부담을 최고 15%(중국 본토 일반 노동자 최고 개인소득세율은 45%) 선으로 고정하는 세제 혜택까지 더해져 "사실상 세전 연봉을 거의 실수령하는 느낌까지 받는다"는 게 신 교수 설명이다.

주목할 부분은 신 교수는 지방정부 인재 정책상 가장 낮은 등급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선전시 공작 계획엔 C급 인재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B급과 A급이 존재하고, 광둥성도 B카드보다 높은 대우를 보장하는 A카드를 발급한다. 예를 들어 광둥성 A카드 소지자는 배우자를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당국 지원을 받아 합법적으로 취업시킬 수 있다. 신 교수는 "이런 혜택이 있는지 전혀 모르고 선전으로 왔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랄 때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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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ver.me/5nhvlT6X


한국이었다면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을 파격적인 특혜 조치들의 뿌리는 '천인계획'으로 대표되는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고급 인재 유치에 대한 집착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서구 국가들이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줄이면서 갈 곳을 잃은 대량의 고급 인력을 자국으로 빨아들이기 위해 계획을 내세우고 '100만 위안(약 2억2,465만 원) 보조금' 등 파격 혜택을 제공했다. 중국 정부가 천인계획 통계를 공개한 건 2017년이 마지막인데, 이때 이미 7,000명 이상의 고급 인재가 중국에 새로 유입됐다. 2020년대 들어선 천인계획 대상자가 1만 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정부는 1990년대엔 원조 격인 '백인계획'을, 2010년대엔 확장판 격인 '만인계획'까지 발표했다. 인재 우대 관련 파격 정책들은 '인재의 수준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중국인들의 뿌리 깊은 인식 위에서 용인됐다.


특히 신 교수를 끌어간 선전시는 중국 내에서도 유별난 도시다. 인재 지원 정책을 수시로 갱신하고 확대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인재 공원'까지 조성했다. 박한진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선전시는 '인재 유치 자유권'을 중앙정부로부터 부여받은 유일한 도시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며 "올해 선전시 업무 보고에서는 '인재 투자'라는 표현이 등장했는데, 자본 배분의 관점에서 인재를 핵심 자산으로 격상했다는 중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시행되는 이런 인재 대우 정책들은 구체적인 결과물이나 성과를 대가로 요구하지 않는다. 인재를 모아놓고 훌륭한 연구 환경을 조성해주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2010년 설립된 서스텍은 자연과학 분야 연구력 측정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표인 '네이처 인덱스' 발표에서 2017년 처음으로 순위권(410위)에 진입한 걸 시작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지난해 27위까지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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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시의 인재 우대 정책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 고급 인재뿐 아니라, 내국인을 비롯해 모든 층위의 인재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부터 만 45세 미만 청년 인재를 대상으로 확대 시행하는 '인재방(人才房)' 정책이 대표적이다. 선전시는 그간 시내 곳곳에 인재 임대용 주택 단지를 지어 기업들에 할당하고 직원들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기업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 청년 인재의 신청을 받아 평균 시세의 60%에 임대한다. '인재' 딱지가 붙으면 주거 문제부터 해결해주겠다는 의지를 더욱 드러낸 셈이다.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해서 주거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본보는 올해 시행된 '청년 인재방 프로그램'의 첫 입주자가 나왔다는 선전시 광밍구의 '명록원 안거'를 4월 19일 찾았다. 중국 정부가 2022년 14개동 6,378세대 규모로 지은 대형 신축 아파트로, 단지 안쪽엔 녹지 공원이나 커뮤니티 시설(마작, 탁구 등 포함)이 곳곳에 조성돼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단지 내부엔 유치원도 있었다. 주민들은 "주변에 초등학교·중학교가 많아 자녀 교육은 걱정할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으로 치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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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비용도 저렴하다. 정보보안 관련 공무를 수행해 입주 자격을 얻었다는 중국인 강모(31)씨는 이곳에서 3년째 70㎡(약 21평) 집에 살고 있는데, 매달 임대료 1,600위안(약 36만 원)을 내는 게 전부라고 했다. 강씨는 "인근에서 비슷한 크기의 집에 거주하려면 4,000위안(약 90만 원)은 내야 하니, 임대료가 60% 가까이 저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이렇게 싸고 좋은 곳에 살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전, 떠날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렵다



선전에 정착한 인재들은 쉽게 선전을 떠나지 않는다. 신영철 교수도 최근 서스텍과의 3년 계약이 종료돼 '자유의 몸'이 됐지만, 선전을 떠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 인프라, 대우, 생활 환경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전에 살면서 '이공계 인재에 대한 존중'을 뼈에 사무칠 정도로 체감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인터뷰 중 과거 선전시의 한 대규모 기념행사에 참석해 '무인기(드론) 쇼'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하늘을 수놓은 드론들이 처음으로 만든 형상이 뭐였는지 아세요? 암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STAT3'의 분자 구조였어요. 선전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그 자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어서, 솔직히 감동받았습니다. 연구하는 사람이 이런 도시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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