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약 40곳으로 급증…마트처럼 자유롭게 '의약품 쇼핑'
약사회 "약물 오남용 우려" 반발…국회서 명칭 등 규제 논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저렴한 가격과 쇼핑 편의를 내세운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 인기를 끌면서 각지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으로 알려진 '메가팩토리'가 작년 6월 경기도 성남에서 문을 연 이후 창고형 약국은 1년 만에 약 40곳으로 늘었다.
대형 마트와 유사한 창고형 약국은 의약품 소비의 틀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지만, 약사 단체는 동네 약국 붕괴와 약물 오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약국계 코스트코' 등장…쇼핑 카트로 의약품 구매
서울 용산구의 한 창고형 약국을 최근 이용했다는 40대 주부 안모 씨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창고형 약국은 기존 동네 약국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온라인에서 창고형 약국은 가격 경쟁력이 있고 매장이 넓다는 점에서 '약국계 코스트코' 등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 대형 약국이 많지 않았던 배경으로는 약사법이 꼽힌다. 약사법은 약사나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고, 약사나 한약사도 하나의 약국만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국 대형화를 이끌고 있는 창고형 약국은 외국에 있는 드러그스토어와 흡사하다. 소비자가 쇼핑카트를 끌고 다니며 선반 위에 쌓여 있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또 대부분 늦은 시간까지 개장하고, 일부 창고형 약국은 쉬는 날이 없다.
메가팩토리를 세운 정두선 대표약사는 "약국은 약사와 고객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상담하는 구조이고, 정보가 약사로부터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흘러간다"며 "요즘 사람들은 소비를 주체적으로 하는데 약국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창고형 약국은 소비자가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원하는 약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며 "의약품 소비자가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창고형 약국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가팩토리는 성남, 서울 금천구에 이어 올해 하반기 수도권에 세 번째 매장을 열 예정이다.
약국 생태계에 균열…약사들 사이서 위기감 확산
일반인이 약사의 복약 지도 없이 무분별하게 의약품을 구매해 남용할 수 있고, 기존의 약국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것이 그 이유다.
약사회는 지난해 12월 특정 지역의 창고형 약국에서 불법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슈도에페드린' 함유 조제용 의약품이 매대에 대량 진열된 것을 확인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약사회는 "슈도에페드린 제제는 부작용과 오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관리·감독이 필요한 의약품을 대량 진열해 파는 것은 국민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선 약사들도 창고형 약국 확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사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창고형 약국 인근 약국 대상 설문조사에서 81.6%는 창고형 약국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535개 약국을 대상으로 했던 이 조사에서 약국은 매출이 감소한 주요 품목으로 영양제(72.8%), 상비약(53.3%)을 꼽았다.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회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 주변의 작은 약국 중 일부는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창고형 약국은 세세하게 복약 지도를 하기 어려워서 의약품 오남용을 막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은 일반적 공산품이 아니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약국 기능 왜곡' 명칭에 제동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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