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서울 민주당 싹쓸이 무색
집값 급등에 '수도권 정치지도' 재편
광진·강동·양천 등 新한강벨트와
토지거래허가 묶인 경기 6곳 野 지지
세금·대출규제 반발 '재산방어 투표'
서울에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6000만원을 넘은 자치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마포·양천·광진·강동 등 9곳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이 중 성동과 마포를 제외한 7곳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앞섰다. 강남·서초·송파·용산이 전통적 고가 아파트 지역이라면 양천·광진·강동은 새로 6000만원대에 올라선 한강벨트다. 강남3구뿐 아니라 강남 밖 한강변 생활권에서도 집값과 재건축, 대출 규제에 민감한 표심이 오 후보에게 힘을 실은 것이다.
◇국힘 밀어준 ‘아파트 벨트’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5곳에서 우세했지만 강남3구의 큰 표 차와 한강벨트 이탈을 넘지 못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도 지지층을 잡지 못했다. 대규모 정비사업을 앞두고 가격이 빠르게 뛴 영등포구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준 영등포구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선 양상이 달랐다. 오 후보가 50.50%를 얻어 정 후보(46.6%)를 앞섰다. 영등포구 아파트값은 올 들어 지난 1일 기준 5.45% 올라 서울 전체 상승률(3.93%)을 웃돌았다.
지난달 19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여의도 대교아파트 전용면적 95.5㎡는 올 3월 3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전보다 8억원 넘게 올랐다. 재건축 인허가와 대출 규제, 보유세 부담이 표심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정비사업을 앞둔 지역에서는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표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남부에서도 고가 아파트 생활권과 거래 규제 이슈가 맞물렸다. 경기지사 선거에서 추미애 민주당 후보는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를 15.67%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과천과 성남 분당에서는 양 후보가 우세했다. 용인 수지구와 의왕, 하남도 추 후보가 이겼지만 격차는 경기도 전체보다 작았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이 흐름이 더 뚜렷했다. 국민의힘이 차지한 경기 기초단체장 12곳 가운데 성남·용인·하남·의왕·과천 등 서울과 맞닿은 고가 주거지역이 포함됐다. 이들 지역은 단순한 신축 주거지가 아니라 강남 접근성과 고가 아파트 비중, 재건축 기대와 거래 규제 이슈가 겹친 곳이다. 동탄·광교처럼 젊은 층 유입이 많은 신축 주거지가 상대적으로 민주당 성향을 보이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변수로 꼽힌다. 경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을 시 단위로 묶으면 과천·광명·성남·수원·안양·용인·의왕·하남 등 8곳이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은 성남·용인·하남·의왕·과천 등 5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규제 반감 확인…정책 부담 커질듯
이번 결과는 2022년 지방선거 때 나타난 부동산 심판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2018년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를 이기고 서울 구청장 24곳, 경기 기초단체장 29곳을 가져간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후반 집값 급등과 보유세 논란을 거치며 2022년에는 정반대 성적표를 받았다. 오 후보는 서울 25개 자치구 전부에서 앞섰고, 국민의힘은 경기 기초단체장 31곳 중 22곳을 차지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대출 규제에 대한 반감이 이번 선거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자기 집을 지키려는 표심이 강하게 드러난 부동산 투표에 가까웠다”며 “고가 주거지역일수록 보유세 강화나 거래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도 부동산 정책 속도 조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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