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프로>(MBC)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코믹 악당 콤비로 명장면을 만들어낸 신하균과 오정세, 드라마 <형사록>과 <38 사기동대>를 연출한 한동화 감독이 만나 기대를 모았다. 과연 액션 코미디 장르의 고정 팬에게는 흡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다.
10년 전, 국정원 블랙 요원 정호명(신하균), 북한 공작원 불개(오정세), 조폭 부두목 강범룡(허성태)은 각자의 이유로 같은 목표물을 쫓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다. 그 후 정호명은 신분을 숨긴 채 중화요릿집 데릴사위가 되어 자식을 낳고 살면서 틈틈이 불개의 행방을 추적했다. 강범룡은 정호명을 감시하려고 그의 중국집 근처에 편의점을 차렸다가 위장 신분에 익숙해져버렸다. 불개는 작전 때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남한의 공장 노동자로 살고 있다. 그들 모두 책임질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지역 범죄 조직의 괴롭힘, 야심만만한 검사 강영애(김신록)의 과거 사건 재수사 때문에 주인공들이 다시 싸움에 나서게 된다.
갱년기 호르몬 변화, 아슬아슬한 생계, 동거인의 잔소리, 짝사랑, 진상 손님 따위에 시름하던 평범한 아저씨들이 인간 병기로 돌변해 악당을 때려잡는 모습은 희열을 자아낸다. 그들의 이중 정체성을 활용한 코미디도 제대로 작동한다. 다만 액션과 코미디의 밀도가 높은 데 비해 드라마는 느슨한 편이다. 작품 초반에는 주인공들이 친족 및 유사 가족 때문에 임무 수행에 방해를 받거나 본의 아니게 위험에 말려 들어가는 답답한 상황이 반복된다. 주요 악당들의 면면과 범죄 내용도 상투적이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는 뚜렷한 장점이 많다.
<오십프로>는 액션 장르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이 확연히 느껴지는 드라마다. 1~4화는 주인공 각각의 무력을 보여주는 세 건의 대형 원맨 액션을 포함해 다양한 격투 장면을 담아냈다. 액션 안무에서는 택견에 기반한 듯한 불개의 민첩함, 정호명의 순간 판단력과 공간감, 강범룡의 파워가 대비를 이룬다. <친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올드보이>, <영웅본색> 등 클래식 액션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도 이 장르 팬들에게는 은밀한 쾌감을 안겨줄 것이다.
신하균과 오정세는 <극한직업> 못지않은 앙상블을 보여준다. 조폭과 순정남을 오가는 허성태의 연기도 재미있다. 그의 상대역 박미경(한지은)은 경찰이라는 직업과 배우의 존재감 때문에 로맨스 이상의 기능을 기대하며 주시하게 되는 인물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또 다른 배우는 김신록이다. 그의 날카로운 카리스마 덕분에 주연진의 성비 불균형과 이야기의 무딘 구석들에도 작품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다.
MBC ‘오십프로’ 스틸 컷.
출처: 보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