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계란에 이어 닭고기 시장까지 번지며 식탁물가 전반을 흔들린다. 계란값이 한 달 새 4% 넘게 오르자 대형마트들은 태국산 수입란 도입과 비축 물량 방출에 나섰으며 치킨업계는 닭고기 공급 부족과 원가 상승 압박 속에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산 특란 30구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47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보다 4.1% 상승한 수준이다.
계란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공급 감소다. AI 확산과 산란계 질병 영향으로 산란율이 떨어진 데다 산란계 사육 마릿수도 감소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6개월령 이상 산란계 마릿수는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내내 끝이 보이지않는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유통업계는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태국산 수입란까지 동원”…대형마트, 에그플레이션 방어 총력전
이마트는 창사 이후 처음으로 태국산 신선란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체 유통센터에 보관 중인 비축 물량을 활용해 공급 부족에 대응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태국산 계란을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산 계란까지 도입해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롯데마트 역시 태국산 계란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협력 농가와의 직거래를 통해 물량 확보에 나선다.
이마트 관계자는 “태국산 계란은 6월 중 도입할 예정으로 현재 판매 물량과 운영 기간 등을 조율하고 있다”며 “계란 수급 상황에 따라 추가 수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란에 이어 닭고기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는 병아리를 생산하는 종계 피해가 크게 늘면서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 겨울 동안 육용 종계 살처분 규모는 약 44만 마리로 전년 대비 3.5배 증가했다. 종계가 줄어들면 병아리 생산 자체가 감소해 닭고기 공급 부족이 수개월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종계 살처분 직격탄 맞은 치킨업계, ‘중량 축소’ 고육책으로 버티기
축산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치킨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국내산 육계 10호의 평균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411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 상승했다. 여기에 사료용 곡물 가격과 환율 상승, 물류비 부담까지 겹치며 생산 원가도 나날이 상승세다.
현장에서는 공급 부족을 체감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물량 확보를 위해 기존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원재료를 확보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면 수급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국 일부 업체는 가격 인상 대신 중량 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굽네치킨을 운영하는 지앤푸드는 지난 1일부터 순살과 윙봉, 통다리 메뉴의 원료육 중량을 줄였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국내산 닭다리살 사용 원칙과 기존 품질 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원가 부담을 반영한 대응책을 발표했다.
한편 현재까지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직접적인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종계와 산란계의 성장 기간을 고려할 때 수급 정상화 시점을 여름 성수기 이후로 전망한다. 다만 복날 시즌과 월드컵을 앞두고 수요 확대가 예상되면서 공급 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이번 물가 불안이 단순한 계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AI 발생이 계란과 닭고기 공급망을 동시에 흔들며 “이중 충격”을 만들고 있으며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여파까지 하반기 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는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떠안고 있지만 공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 여름 성수기가 본격화되는 만큼 식탁물가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ziksir.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