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박민식·김영환·김진태 모두 고배
"결의보다 성과"…유권자들, 낡은 정치 문법에 등 돌려
6·3 지방선거에서 머리를 깎으며 배수진을 쳤던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삭발 정치'가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정치권에서 삭발은 결연한 의지와 희생의 상징으로 통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다. 박 후보는 지난 3월 국회 앞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했다. 그는 부산 발전을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지만 선거에서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도 공천 배제 결정에 반발하며 지난 3월 머리를 깎았다. 그는 "나를 컷오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충북도민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경선을 거쳐 후보 자리를 지켜냈다. 그러나 본선에서는 신용한 민주당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완패했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역시 출정식에서 어머니가 직접 머리를 깎아주는 장면을 연출하며 완주 의지를 드러냈다. 박 후보는 "싸구려 동정표를 얻기 위한 삭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결과는 3위 낙선이었다.
이 밖에도 정승윤 부산교육감 후보는 정부 조사 결과에 반발하며 삭발했고,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 역시 강원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며 머리를 깎고 천막농성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역시 모두 선거에서 패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삭발 정치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에는 삭발이 결의와 희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머리카락보다 정책과 성과, 책임을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삭발한 후보들 상당수는 지역 현안 해결보다 공천 갈등이나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삭발을 선택했다. 유권자들에게는 공익을 위한 결단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한 행위로 비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삭발이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낡은 정치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며 "유권자들은 삭발보다 후보가 무엇을 했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