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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내가 충전한 돈이 '기업 돈' 되는 이상한 제도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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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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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 논란 직후 스타벅스에선 또다른 논쟁이 일었다. '스타벅스 충전금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잔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준(공정거래위원회)이 화근이었다. 소비자의 성난 외침이 이어지자 스타벅스는 1일부터 2주간 기준을 완화해 전액 환불 조치를 했지만, 여기엔 한가지 더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이번처럼 선불충전금을 환불받지 않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는 거다. 이른바 '낙전落錢수익' 미스터리다.

 

 

# 최근 자주 가는 카페 선불카드에 충전해 놓은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이용 약관을 살펴보던 이현우(31·가명·직장인)씨는 뜻밖의 사실을 알아차렸다. "유효기간인 5년이 지나면 선불 충전 카드 잔액을 카페 이익으로 귀속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우씨는 "이벤트 참여나 후기 작성을 통해 받은 포인트도 아니고 직접 충전한 돈인데, 여기에 이용기한이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 26세 정윤서(가명)씨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휴대전화 앱을 정리하던 윤서씨는 몇년간 사용하지 않은 간편결제 앱에 충전해 둔 금액이 남아 있는 걸 발견했다.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면 영영 몰랐을 거란 생각이 든 그는 부랴부랴 환불을 신청했다. "간편결제 수단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어느 곳에 얼마만큼의 돈을 충전해 놨는지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요. 기업 측이 소멸 전에 적극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소비자가 충전해 놓고 잊어버린 돈이 기업의 수익으로 흡수되고 있다. 이른바 '낙전落錢수익(breakage income)'이다. 이는 상품권이나 선불충전금 등의 유효기한이 지났을 때 사업자에게 귀속되는 수익을 말한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선불전자지급수단) 등에 충전해 놓은 페이머니, 카페·앱마켓의 선불카드 등이 모두 낙전수익의 대상이 된다. 스타벅스 카드도 전형적인 선불충전금의 형태다.[※참고: 스타벅스는 2023년 1월부터 이용약관을 개정해 선불충전금의 유효기간을 폐기했다.]

이런 유형의 낙전수익은 해마다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487억7000만원에서 2024년 601억원으로 23.2%나 증가했다(표①). 간편결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선불충전금 잔액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전수익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 서비스의 일평균 이용 건수는 2022년 2707만9000건에서 2025년 3653만9000건으로 1.3배 늘어났고, 일평균 이용 금액 역시 8288억9000만원에서 1조3051억원으로 1.6배 증가했다. 이에 따른 선불충전금 잔액은 같은 기간 2.1배(2조5000억원→5조3000억원)가 됐다(표②).

그렇다면 실제 돈과 같은 가치를 지니는 선불충전금에 유효기한이 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행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이 '상商 행위로 인한 채권(상사채권商事債權)'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불충전금엔 상사시효(상법 제64조)가 적용되는데, 다른 규정이 없는 한 5년간 이 '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참고: 상사시효는 상사채권에 해당하는 시효다.] 

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이런 시효 규정을 잘 모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3335명을 대상으로 소멸시효 인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의 63.7%가 '몰랐다'고 답했다. '안다'는 응답은 36.3%에 불과했다(표③). 한편에서 선불전자지급수단과 낙전수익 관련 '규제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은 이미 낙전수익이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귀속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미청구자산 반환제도'다. 미국은 각 주법州法을 통해 휴면상태에 놓인 예금, 주식·채권, 가상자산과 상품권(일부 주 한정) 등의 자산을 주 정부로 이전해 관리하고 있다. 원原권리자는 언제든지 각 주 정부의 웹사이트를 통해 자산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총 44억9000만 달러의 미청구 자산이 이 제도를 통해 원권리자에게 돌아갔다. 

캐나다의 경우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상품권에 유효기간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일례로, 온타리오주는 '소비자보호법'을 통해 기프트카드에 기한을 설정하는 것을 금지했다. 기업이 혹여 유효기한을 규정했더라도 이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고 있다(표④).

우리나라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20일 낙전수익의 사업자 귀속을 규제하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골자는 소멸시효가 지난 선불충전금을 서민금융법상 '휴면예금 등'에 포함하고, 사업자가 이 금액을 서민금융진흥원의 휴면계정에 출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표⑤).
 
구체적으론 서민금융진흥원에 귀속시켜 소비자가 기간 제한 없이 환급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고, 운용 수익은 서민금융 지원 사업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전문가들 역시 제도 개선과 함께 관리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수진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오늘날 선불전자지급수단의 확장된 기능을 반영한 전자금융거래법상 분류 기준을 정비하고, 이에 맞는 이용자 보호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며 "낙전수익 규모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관리·공개 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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