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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 밈'부터 '야인시대' 패러디까지... 이 드라마의 신선한 실험

무명의 더쿠 | 14:35 | 조회 수 1053

뜬금없이 <야인시대>의 김두한이 된 것 마냥 깡패들을 때려눕히고, "멋지다!"를 외치며 자신의 전작을 능청스럽게 패러디한다.

 

유쾌한 B급 코미디인가 싶던 찰나, 드라마는 이내 전생부터 이어진 남녀 주인공의 비극을 꺼내 든다. 인터넷 밈과 멜로라는 이 독특한 조합에 시청자들은 오히려 열광하고 있다. SBS 드라마 <멋진 신세계> 이야기다. 대중은 도대체 왜 이토록 이질적인 조합에 환호하는 것일까.

 

캐릭터의 입을 빌려 말하는 '망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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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씐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와 재벌 차세계(허남준)의 로맨스를 그린다. B급 유희로 가볍게 문을 열었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 중심에는 지독한 '망사(망한 사랑)' 코드가 자리 잡고 있다. 전생에서 서로를 살리기 위해 누명을 쓰고 기꺼이 파국을 맞이한 이들을 향해, 극 중 무당 캐릭터는 궁합을 보며 "해가 떴으니 망한 거죠. 망한 사랑, 망사"라고 대놓고 쐐기를 박는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예전 같으면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온라인에 모여 붙였을 이름표를, 제작진이 아예 캐릭터의 입을 빌려 한 단어로 콕 집어 선언해 버린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짧고 확실한 '키워드' 하나로 이야기를 묶어 소비하는 요즘 시청자들의 호흡을 노리고, SNS에 곧바로 퍼 나를 수 있는 확실한 해시태그를 드라마가 먼저 달아준 것이다.

 

요즘 대중이 갈등 없이 매끄러운 해피엔딩보다 '망한 사랑'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꽉 닫힌 해피엔딩이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끝내버리는 반면, 파국으로 끝난 관계는 서사에 커다란 공백과 진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 미완성의 감정선을 보며 끊임없이 '만약에'를 상상하고, 텍스트를 자기 입맛대로 다시 조립한다. 즉, '망사' 코드는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가장 깊게 개입하며 놀 수 있도록 완벽한 멍석을 깔아주는 장치인 셈이다.

 

안방극장으로 들어온 밈과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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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깔아둔 이 멍석은 극 초반부터 쏟아진 인터넷 '밈'과 패러디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신서리 역을 맡은 임지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은 매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가장 먼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단연 '밈(Meme)' 현상이다. 지난 2회 방송에서 극 중 드라마 감독의 갑질을 폭로하기 위해 스태프가 올린 영상이 재편집되면서 탄생한 이른바 '장희빈 밈'이 대표적이다. 영상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더러운 입을 놀리느냐"라며 매섭게 호통을 치는 신서리의 모습은 극 중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큰 이목을 끌었다.

 

여기에 4회에서 서리가 "야인시대 제18회, 김두한이 제비를 쓰러뜨리는 대목"이라 외치며 기상천외한 액션으로 깡패들을 때려눕히는 장면이나, 임지연 배우 본인의 전작 <더 글로리>의 명대사를 능청스럽게 따라 하는 장면이 더해지며 시너지를 낸다.

 

이러한 뜬금없는 패러디의 활용은 캐릭터의 입으로 "망사"를 외치는 것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요즘 시청자들은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듯, 아무리 무거운 비극이라도 입맛에 맞게 조각내고 '드립'을 섞어 재미있는 놀거리로 바꾸어 소비한다. 제작진은 네티즌들이 드라마를 해체하고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이 방식을 대본 기획 단계부터 그대로 차용했다. 자칫 감정이 너무 무거워질 수 있는 멜로 서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전,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할 만한 밈을 던져 예능처럼 즐길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그렇게 보면 <멋진 신세계>는 단순한 로맨스물을 넘어, 오늘날 대중문화 콘텐츠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진화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고 가볍게 휘발되는 시대라지만, 대중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가장 적극적이고 유쾌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다.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047/000251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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