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전세주택 주민들이 성실하게 저축하며 무주택 자격을 유지한 대가가 '서울 밖으로의 추방'이 돼서는 안 됩니다. 정책이 현실의 자산 격차를 반영하지 못했다면 만기 출구 전략 역시 공공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장기전세주택 19년 거주자)
"임차인들이 20년간 세금 혜택을 입었다는 사실을 잊고서 국가 자산을 내 집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공공이 다른 약자들에게 그 혜택을 준다는데 어째서 현재 임차인들에게 독점적 혜택을 줘야 합니까." (온라인 소모임 댓글)
지난 주말 온라인 공간은 '장기전세주택 분양전환 논쟁'으로 달아올랐다. 장기전세주택 임차인 일부가 최대 거주 기간(20년) 만료를 앞두고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반대 여론이 들끓은 것이다. '오랜 터전을 떠나기 힘들다'는 호소와 '복지 혜택을 독점하려 든다'는 비판이 맞선 가운데 장기전세주택 퇴거자 중 자가를 마련한 가구는 7%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발단은 지난달 말 서울 강동구 장기전세주택(강일리버파크·강일리엔파크) 임차인 일동 명의로 작성된 성명서였다. 임차인들은 성명서에서 서울시에 △무주택 실수요자 재계약 보장 △감정가 기준 분양 전환 등을 요구했다. 자신들은 이른바 '임대 거지'가 아니라 분양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일군 이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31일에는 강일리버파크 19년차 주민을 자처한 게시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블라인드)에 올라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임차인 측은 게을러서 자가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서울 복판에 장기간 거주한 혜택은 인정하지만 서울 집값이 너무나 빨리 치솟았다는 것이다. 장기전세주택에 계속 거주하려면 소득이 기준선보다 낮아야 하는 점도 제도적 한계로 꼽았다.
결론적으로 장기전세주택이 공공이 구상한 '주거 사다리'가 되지 못한 만큼, 공공도 대안을 마련하라는 주장이다. 19년차 주민은 "단순히 '20년 살았으니 비켜라'는 일차원적 형평성 논리를 공공임대주택을 '가난할 때 잠시 거쳐가는 낙인찍힌 공간'으로 가두는 일"이라며 "한 세대의 안정적 정착과 자산 형성을 돕는 것이 진정한 공공 복지의 완성"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자가를 마련해 장기전세주택을 퇴거하는 임차인 비율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달까지 장기전세 누적 입주자 4만5,207명(가구) 가운데 1만5,208명이 퇴거했는데 퇴거 이유가 '자가 구입'인 경우는 1,211명(7%)에 그친다.
다만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수요보다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임차인들 요구를 서울시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현재 임차인이 퇴거하면 빈집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강일리버파크는 2029년(976호), 고덕리엔파크는 2031년(1,255호)에 대규모 퇴거가 예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전세주택은 다른 공공임대주택보다는 소득 기준이 높은 편이었다"며 "그간 거주하신 분들은 앞으로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주거안심종합센터 등에서 다른 주거 지원책을 안내받으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공공임대주택제도 효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갖 주거 복지 공약이 나왔는데 자칫 제2의 장기전세주택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사회적 취약계층이 많은 만큼, 분양 전환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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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적극 찬성하는 사람들이 내집마련의 사다리라 하는데 실제 내집마련 비율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