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651828
유권자 50%만 투표용지 인쇄…법정소송 가능성
![]() |
| 3일 오후 6시15분께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 공식 투표 시간이 지났지만,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마치지 못한 유권자들이 투표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
[헤럴드경제=윤호·김진·서상혁 기자] 서울에서 최다 인구·최다 유권자를 보유한 송파구 주민들의 참정권이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침해받는 일이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오후 11시50분께 투표 종료를 선언했지만 이곳의 투표함 2개는 결국 기표소로 옮기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19세기도 아니고, 말이나 되는 일인가”라고 일갈했다.
4일 선관위에 따르면 송파구 인구 수는 65만1469명, 선거인 수는 56만5368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략)
전날 오후 6시20분 기준 서울 송파구 가락2동·잠실2동·잠실4동·잠실7동·문정2동(12개), 강남구 청담동(1개), 광진구 구의3동(1개)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다수의 투표소가 보수성향이 짙은 곳으로 분류되면서 야당의 ‘부정선거론’에 불을 붙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송파구에 투표소가 총 146개 있다 보니, 일부 투표구의 경우에는 유권자 수가 예상보다 많아 투표용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체 유권자 수의 5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만을 인쇄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사과했지만, 향후 법정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효력에 대한 이의 제기는 후보자를 낸 정당이나 후보자 본인만이 아니라 일반 선거인도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2021년 9월 26일 수도 베를린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과 잘못된 투표용지 배부 등 심각한 결함이 발견, 소송을 통해 선거가 무효화되고 재선거가 치러지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시장과 각 당의 국회 의석 수까지 바뀌었다.
당시 베를린주 헌법재판소는 유권자들이 투표소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고, 집으로 돌아가 버린 유권자가 몇 명인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일부 선거구에서는 100여 표만 다르게 집계됐더라도 의석 배분을 바꾸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투표용지 낭비 지적을 피하기 위해 행정사무상 관습을 따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선거인 수에 맞춰 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정치에디터는 “수요 예측 실패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일단 투표율 100%를 가정하고 투표용지를 준비하는 게 맞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중앙선관위에 편성된 예산은 총 4842억7400만원이다. 지방선거 비용 등을 감안해 전년 대비 1208억6700만원 늘어난 금액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9월 발행한 ‘2025 대한민국 지방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지출(예산 편성 기준) 규모는 319조8746억원이다. 이 같은 지출이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임기 4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규모는 총 1279조4985억원에 달한다. 이를 전체 유권자 수(4464만9908명)로 나누면 유권자 1인당 한 표가 갖는 가치는 2865만원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