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에 있는 국립장수의료센터에 가보면, 우리나라와 다른 특이한 병실 구조를 볼 수 있다. 환자 네 명이 묵는 4인실은 보통 사각형이어서 창이 있는 바깥쪽에 두 명, 안쪽에 두 명이 눕는다. 그런데 나고야 장수센터 4인실은 병상 배치가 입구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펼쳐지는 방사형이다. 모든 침상에 햇빛이 들어오는 창을 주기 위해서다. 종전 사각 구조로는 창쪽 두 명만 빛을 접한다.
고령자 입원이 많은 일본 병원들은 어떻게든 환자들에게 햇빛을 많이 쐬게 하려고 애쓴다. 사각형 병실에서 창 없는 쪽 환자들에게는 빛이 차단되는 커튼 대신 젖빛 유리 칸막이를 쳐준다. 사생활도 보호하면서 조금이라도 빛을 주기 위함이다. 어떤 병원은 환자 머리맡 쪽에는 칸막이를 터줘서 빛이 눈으로 들어가게 한다.
병원이 이렇게 햇빛에 신경 쓰는 이유는 ‘햇빛 받는 환자’들이 더 잘 낫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병원에서 담석증으로 담낭 제거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창 쪽에 입원했던 환자가 하루 일찍 퇴원했다. 창 쪽 환자는 진통제 투여 횟수도 적었다. 그만큼 회복이 잘됐다는 의미다. 창 쪽 환자가 유리한 조건이니, 봉이 김선달 대동강 물 팔듯, 병원은 창을 많이 달아주고 환자에게 ‘햇빛 요금’을 받아도 되지 싶다.
스위스 출신의 의사이자 자연치료사인 아놀드 리클리는 햇빛을 질병 치료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는 “물의 효과는 대단히 좋고 공기는 한층 더 좋을 수 있으나, 그중 햇빛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햇빛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건 ▲신진대사 촉진 ▲혈관 확장 ▲혈류 증가 ▲백혈구 활성화 ▲상처 치료 ▲통증 완화 ▲살균 효과 ▲비타민D 형성 ▲세로토닌 분비 활성화 ▲면역력 강화 등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오래전부터 햇빛 좋은 날 침구류를 내다놓은 건, 그만큼 햇빛에 살균작용이 크다는 걸 확인한 것”이라며 “건선이나 습진 같은 피부 질환도 햇빛을 쐬게끔 해서 치료했다”고 말했다
햇빛은 물과 같은 생명 근원이다. 햇빛이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자극해 행복감을 주고, 밤에는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깊은 수면에 빠지게 한다. 세계보건기구가 약물 외에 우울증 치유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유일한 것이 햇빛 쐬며 걷기다.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D는 햇빛을 받지 않으면 체내 생성이 안 된다. 햇빛은 무상이고, 사람 차별이 없다. 바닥날 걱정도 없다. 아무리 밝은 실내도 아주 흐린 날의 실외보다 빛의 양이 적다.
https://www.chosun.com/opinion/morning_letter/2022/01/06/U4BCKX3NVVEM3JY4I34RCVAYEU/